에모트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이 있다. 읽어 본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면 두 가지를 들 수가 있다. 하나는 그가 물의 결정체를 사진으로 찍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물을 각각 다른 두 개의 용기에 나누어 담아 두고, 한 용기에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란 글을 보여 주고, 다른 용기에는 ‘멍청한 놈. 죽여버릴 거야’란 글을 보여 주었더니, 전자의 물은 완벽하고 생생한 결정체를 나타낸 반면, 후자의 물 결정체는 흉칙하게 일그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물이 인간의 좋은 말과 나쁜 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살고, ‘죽여 버릴거야’란 말에는 실제로 죽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 곧 말이다. 사람의 마음 즉 말의 힘이 그토록 무섭고 크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에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 또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무생물인 물이 그럴진대 동물이나 사람은 어떻겠는가? 가족은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나 사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중요한 가르침을 여기서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약간의 의아스러움을 지녔던 나는, 최근에 어느 여학교 교사(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 최태림)의 글을 읽고 다시 한번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는 말의 힘을 실험하기 위하여 물 대신 바나나를 선택하였다.
실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같은 가지에서 난 바나나 중에 아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두 개를 골랐다. 색깔뿐만 아니라 크기, 익은 정도, 심지어 껍질에 생긴 점의 개수도 비슷한 놈으로 골랐다. 그리고 한 개의 바나나에는 ‘예쁜아 사랑해’라 적고, 또 다른 하나에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적었다.
채광 조건이나 바람, 습도도 똑같이 맞추고 아침저녁으로 ‘예쁜아 사랑해’가 적힌 바나나에는 사랑의 말을, ‘쓰레기 같은 놈’이 적힌 바나나에는 나쁜 말을 해 주었다. 조건을 똑같이 하기 위해서 하루는 ‘예쁜아 사랑해’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다음 날에는 ‘쓰레기 같은 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초를 재가면서 똑같은 시간 동안 말을 하였다.
열흘 후 ‘쓰레기 같은 놈’이 적힌 바나나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썩어 있는 반면, ‘예쁜아 사랑해’가 적힌 바나나는 노란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실험 결과를 직접 본 학생들이 크게 느끼고 변하기 시작하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였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실험 결과를 보고 변한 학생들보다도 그 자신이 더 놀랐다. 바나나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눈에 띄게 다른 결과가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실험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교사 자신이었다. 실험 이후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말,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이 실험은 한마디 말이 인간관계를 바꾸고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미움과 화를 지니면 몸속에서 독이 생성된다고 한다. 화를 내어 뿜을 때 나오는 그 물질을 모아 실험 동물에게 주사했더니 단번에 죽더라는 보고도 있었다. 나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죽이고, 좋은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린다. 그만큼 말 한마디의 힘은 크고 무섭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중요한 사실의 하나는, 화를 내면 그것을 대하는 상대방이 아니라, 제일 먼저 화를 내는 자신의 몸이 스스로 내뿜은 독소에 의하여 망가진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과응보라는 말이 하나의 막연한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라, 실증적 과학임을 깨닫게 된다.
첫댓글 오래전에 감명깊게 읽은책속에
말의힘이 얼마나큰영향을끼치는가를
새기며. 집안. 화초를대할때도ㆍ
잘자라줘고맙다 예쁘다하고
말걸곤합니다.
말의힘을 새삼느끼며
좋은글 고맙슴니다
김 선생님, 말의 힘을 알고 직접 생활에 체험하고 계시는군요. 존경합니다. 拙稿에 관심을 가지시고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