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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목이
․ 산마루와 골짜기가 똑같이 즐거운 곳인 줄 누가 알았는가.
․ 계곡을 물 따라 끝까지 올라가서 산마루에 이르렀을 때, 문을 들어가 현관을 열고 그 산을
찾은 느낌이 든다.
․ 능선 가운데 고약한 곳에서는 산양이 다니고 사람이 걷는 길이 하나가 된다. 고약한 덤불
속에서는 곰이 지나간 길과 사람이 뚫고 나가는 길이 같다.
―― 오오시마 료오끼치(大島亮吉, 1899~1927, 『山-硏究와 隨想)』에서(김영도, 『하늘
과 땅 사이』에서)
▶ 산행일시 : 2017년 8월 12일(토), 맑다가 흐림, 안개, 비
▶ 참석인원 : 25명
▶ 산행거리 : 도상 11.2km
▶ 산행시간 : 5시간 50분
▶ 교 통 편 : 24인승 버스 2대, 봉고차 1대에 분승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40 - 동서울터미널 출발
10 : 55 - 상원사 입구 주차장, 산행시작
11 : 18 - 지계곡 소로 진입
11 : 34 - 지능선 마루
12 : 05 - 임도
12 : 12 - 북대사(北臺寺)
12 : 31 ~ 13 : 05 - 두로령, 점심
13 : 15 - 1,329.5m봉
13 : 36 - 두로봉(頭老峰, △1,422.7m)
14 : 02 - 1,381.1m봉
14 : 22 - 신선목이
14 : 55 - △1,270.3m봉
15 : 05 - 1,241.3m봉, ┫자 능선 분기, 왼쪽 지능선으로 감
15 : 53 - 선바위
16 : 45 - 야영지, 산행종료
08 : 40 - 야영지 출발
11 : 12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두로령에서
2. 두로령에서
▶ 산행
오늘은 오지산행의 연중행사 중 하나로 혹서기 야영산행을 간다. 평소보다 산행을 짧게 하고
옥수계곡에서 야영하며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놀아보자는 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랫동
안 적조했던 선후배 악우님들과 모처럼 함께 자리한다는 즐거움이 크다. 중산, 벽산 선배님,
히든피크 님, 인치성 님, memory 님 등등.
당초 오겠다고 하신 썩어도준치 회장님이 갑작스레 어깨에 대상포진의 발진으로 운신하기
불편하여 오시지 못한 게 여간 섭섭하지 않다. 썩어도준치 회장님이야말로 오지산행의 비조
가 아니던가. 회장님의 그간의 강단으로 보아 어지간하면 참석하실 터인데 못 오겠다고 하신
걸 보니 되게 아픈 모양이다. 그런데 대상포진이 갑자기 오는 수도 있는가?
칼레파 타 칼라(Kalepa ta kala). 좋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 . The good/beautiful things
(are) difficult (to attain).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피서철 막바지이
고 징검다리 휴일이 끼어 있어 서울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부고속도
로, 제2영동고속도로 진입부터 차량지체가 심하다. 작년에는 도로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진
고개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그 보다는 훨씬 낫다.
세 팀으로 나눈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두로봉 올랐다가 야영지로 가는 팀(11명), 진고개에서
동대산 경유하여 야영지로 가는 팀(5명), 야영 준비하는 팀(6명). 이중 야영 준비하는 팀이
가장 힘들다. 인사치레의 말이 아니다. 짐을 옮기는 일이 큰일이었다. 잡목 헤치고 가파른 비
탈길 내려 연곡천을 건너야 한다. 계류는 많은 비로 엄청 불었다. 건너기 알맞은 데만 찾느라
고 1시간 이상을 허비했다고 한다.
먼저 두로봉 팀이 상원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월정사 입구 매표소에서 문화재관람료와 주차
료를 받는다. 1인당 3,000원, 주차료는 버스의 경우 7,500원이다. 비싸다. 상원사 주차장 가
는 길은 물론 산행 중에도 문화재는 한 점을 관람하지 못하였다. 사정이 그러한데 관람료를
내야 하다니.
상원사 주차장은 비교적 한산하다. 산행을 서둔다. 관대교(冠帶橋) 건너 북쪽 임도를 따라간
다. 호명골 계류가 요란스레 흐른다. 나무숲 사이로 들여다보면 온통 포말 이는 와폭이다. 작
은호명골, 큰호명골 입구 지나고부터 오르막이다. 높은 절개지의 산모퉁이 길게 돌고 목책
친 골이 나오고 목책 옆으로 소로가 났다. 상왕봉이나 북대사 오가는 지름길이다. 임도 버리
고 소로에 든다.
가파르다. 지계곡 계류 밭고는 비탈진 사면을 갈지자 연속하여 그리며 오른다. 금세 땀나고
숨이 찬다. 하긴 천하의 히든피크 님도 땀에 젖고 가쁜 숨 몰아쉰다. 산행시작한 지 39분 걸
려 지능선 마루에 오른다. 휴식. 입산주 탁주가 달다. (해피 님이 공수 해온) 덕산 명주인 탁
주를 따다가 가스분출을 소홀히 하여 아깝게 반쯤은 날아갔다.
시간이 넉넉하니 아무렴 느긋하게 가자고 하면서도 일어서면 줄달음이다. 완만한 지능선을
잠깐 오르고 사면 크게 돌아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능선을 가다가 상왕봉 갈림길(상왕봉
2.1km)에서 오른쪽 산허리를 돈다. 동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상왕봉을 들르자고 했는데 도로
에다 귀중한 시간을 쏟는 바람에 늦고 말았다. 안개가 몰려들어 적이 위안이 된다. 상왕봉 정
상에서도 아무 조망을 볼 수 없을 것이므로.
4. 중부고속도로 광주 지나면서 바라본 무갑산
5. 제2영동고속도로 지나면서 바라본 추읍산
6. 추읍산
7. 추읍산, 그 뒤 왼쪽은 백운봉, 오른쪽 뒤는 용문산 정상, 맨 오른쪽은 용문봉
8. 두로령에서
9. 단풍취
10. 동자꽃
11. 참취
북대사(北臺寺). 불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인치성 님의 말씀, 이곳에서 많은 스님들이 하안
거를 보내고 동안거는 설악산 백담사에서 보낸다고 한다. 하안거(夏安居)는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한곳에 머물면서 두문불출 좌선과 수행에 전념하는 것
을 말한다. 이 시기에는 바깥에서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르고, 나아가 비를 피하기 위해 초
목과 벌레들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아예 외출을 삼가고 일정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과 참선에 힘쓴 데서 비롯된 것이다.(원불교대사전).
“초목과 벌레들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아예 외출을 삼가고…”라는 말이 걸린다.
북대사에서 임도 따라 20분쯤 가면 오대산 주릉 두로령이다. ‘백두대간 두로령’이라고 새긴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백두대간 주릉마루는 여기서 1.5km 떨어져 있다. 두로령에서 점심밥
먹는다. 실은 밥이 탁주 안주다.
임도는 두로봉 서쪽 산허리 돌아내려 명개리 계방천변으로 갈 것이고 우리는 주릉 소로의 산
길을 간다. 울창한 숲속이라 어둑하다. 등로 주변 풀숲은 비에 젖었다. 풀숲 헤쳐 더덕을 캔
다한들 몇 뿌리 가지고는 대 인원을 감당하기 어렵고 아예 눈 돌리기조차 않는다. 다행히 야
영준비조가 진부에 들려 가두리 더덕이 아닌 산더덕을 샀다고 한다.
고도 높일수록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등로 주변의 야생화나 살피며 무료함을 달랜다.
모싯대, 잔대, 단풍취, 참취, 수리취, 개미취, 곰취, 참나물, 동자꽃 …. 1,329.5m봉 정상에서
도 하늘은 트이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 두로봉 정상이다. 두로봉 정상에는 접
근하지 말라고 금줄을 쳤다. 너른 헬기장인 두로봉 정상에는 우리의 접근을 감지했는지 스피
커에서 목소리 고운 아가씨가 어서 나가달라고 경고한다. 두로봉 정상 표지석과 삼각점(연
곡 317, 2005 재설)이 보아줄 이 없어 쓸쓸하겠다.
두로봉에서 약간 내렸다가 헬기장인 1,381.1m봉 오르고 엄청나게 떨어져 내린다. 거의 고도
300m를 내린다.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비까지 내린다. 안개 속 농담의 풍경을 감상하며 간
다. 20분 걸려 뚝뚝 떨어져 내린 안부는 신선목이다. 잠시 휴식한다. 오른쪽 신선골로 가는
인적 드문 소로가 보인다. 다시 오르막이다. 내린 만큼 오른다.
△1,270.3m봉에서 일단의 등산객들과 만나 선걸음에 수인사 나눈다. 그들은 단단히 우장을
갖추었다. 1,241.3m봉. 백두대간 길 벗어나 왼쪽 지능선으로 빠진다. 잡목 숲속 길 없는 우
리의 길이다. 작년에 내렸던 길이다. 여기를 내렸다는 사실만 기억이 난다. 그저 잡목 성긴
곳 골라 머리부터 들이밀어 뚫는다. 동대산 팀은 이 길을 이미 지나갔다.
암릉이 나온다. 직등. 젖은 바위가 미끄럽다. 암릉 맞은편이 블라인드 코너일까? 왼쪽 사면으
로 돌아 넘기도 한다. 선바위(立石)는 작년 그대로다. 말라죽은 산죽지대 지나고 오늘 산행
의 하이라이트 구간과 맞닥뜨린다. 수직사면 내리막이다. 스스로 계단 만들어 내린다. 낙석
아닌 비석을 염려하여 앞뒤 일행 간 어긋나게 내린다. 그래도 낙석하는 외침이 섬뜩하다. 땀
뺀다.
야영장이다. 어둑하여 불 밝혔다. 우선 계류에 들어 알탕부터 맛본다. 야영 준비팀이 계류에
휩쓸릴라 부디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그랬다. 바위 꼭 붙든다. 수온이 적당하다. 여름철 산행
하는 이유이기도 한 알탕을 금년에 처음 맛본다. 개운하다. 만사가 시원하다.
12. 모싯대
13. 모싯대
14. 참나물
15. 두로봉 정상 표지석
16. 신선목이 가는 길
17. 신선목이 가는 길
18. 신선목이 가는 길
19. 신선목이 가는 길
▶ 야영
작년에는 숯불을 피우고 석쇠 올려 삼겹살을 구웠는데 오늘은 간이 상을 폈다. 주 메뉴는 돼
지수육, 보조 메뉴는 memory 님이 준비한 낙지볶음, 문어숙회, 대하튀김이다. 주 주류는 더
덕주다. 보조 주류는 맥주, 막걸리, 보드카(이튿날 아침에 해장술로 마셨다)다. 아무래도 술
맛이 덜 한 것은 동대산 팀인 중산 선배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다.
휴대전화로 연락은 된다. 우리가 내린 능선의 왼쪽 지계곡을 내려오시는 중이다. 불안하다.
대간거사 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좌불안석이다. 벽산 님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건다. 18시
가 막 넘어 전화가 불통이 되고,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구조대를 편성하여 보내기로 한다. 그
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중산 선배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곡천 건너 6번 국도에 올
랐다고.
해마 님이 급히 달려가 중산 선배님을 모시고 왔다. 우레 같은 박수 쳐 맞이했다. 중산 선배
님의 말씀. 선바위께에서 왼쪽 사면으로 내렸다가 물소리가 들리기에 야영지 근처인가 보다
하고 그대로 내리쏟았다고 한다. 계곡은 폭포의 연속이고, 비탈진 사면을 가까스로 지나왔다
고 한다. 계곡 1.1km를 무려 4시간이 걸려서 빠져나왔다. 중산 선배님으로서는 금년 들어 가
장 힘든 산행이었다고 한다. 술잔 높이 들어 무사산행을 자축하여 건배한다.
안개비가 제법 주룩주룩 내린다.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야영을 위태롭게 하였으나
이내 그친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술잔을 비는 횟수가 늘어 가는데도 내 정신은 말똥말똥해
진다. 얘기하다 노래 부르고 다시 얘기하고 건배하고. 히든피크 님의 노래 솜씨는 여간 간지
럽지 않다. 대간거사 님의 평이 맞다. 작업용이다.
memory 님이 자진하여 노래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이 있다. 적막한 숲속에 감미롭게 울
려 퍼진다. 멀찍이서 들리는 계류는 잔잔한 백 뮤직이다. Quien Sera(누구일까?)를 불렀다.
올드 팝이다.
Quien sera la que me quiera a mi 나를 좋아해 줄 여자는 누구일까?
Quien sera Quien sera 누구일까 누구일까
Quien sera la que me de su amor 나에게 사랑을 줄 여자는 누굴까
Quien sera Quien sera 누구일까 누구일까
Yo no se si la podre encontrar 난 모르겠어 그녀를 찾을 수 있을지
yo no se yo no se 난 몰라 난 몰라
Yo no se si volvere a querer 난 모르겠어 다시 좋아하게 될지
yo no se yo no se 난 몰라 난 몰라
He querido volver a vivir 다시금 삶을 살기를 원하네
la pasion y el calor de otro amor 다른 사랑의 열정과 뜨거움으로
que me hiciera sentir 나에게 느끼게 해줄
que me hiciera feliz como ayer lo fui 어제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줄 이
Quien sera la que me quiera a mi 나를 좋아해줄 여자는 누구일까?
Quien sera Quien sera 누구일까 누구일까
Quien sera la que me de su amor 나에게 사랑을 줄 여자는 누굴까
Quien sera Quien sera 누구일까 누구일까
memory 님은 초대 손님인 성격이 강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오지산행의 대표 가수는 한계령
님이다. 부르는 노래마다 명창이다. 한계령 님 뒤로 노래 부르는 사람은 불행하다. 대간거사
님, 무불 님, 또 대간거사 님, 또 히든피크 님.
중산 선배님이 먼저 퇴장하시고 나는 21시가 넘어 텐트로 들어갔다. 나까지 밤을 지키는 것
은 주책이다. 히든피크 님, 산정무한 님, 인치성 님 이들이 01시 30분까지 남았다고 한다. 그
대신 아침기상은 내가 가장 빨랐다. 04시 30분. 살금살금 계류로 간다. 안개가 노인봉 넘어
온다.
(부기) 산행하지 않고 야영을 준비한 팀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물론 이들은 며칠 전부터
야영을 준비해왔다. memory, 상고대, 신가이버, 승연, 해마, 도~자. 복 받을 것. 산행이 쉬웠
어요, 공부가 쉬웠어요. 이들의 변이었다.
20. 신선목이
21. 신선목이
22. 신선목이
23. 백두대간 벗어난 지능선 선바위에서
24. 말라죽은 산죽지대
25. 흰가시광대버섯, 곤봉만큼 컸다. 독버섯이다.
26. 연곡천 상류
27. 연곡천 도강, 아침에는 물이 많이 빠졌다
28. 귀경 길의 추읍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