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주최로 열린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참가자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교황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접었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선사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주최로 열린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참석자들을 만났다. 교황은 이 만남에서 청년들, 특히 “원대한 꿈을 접고 환멸에 사로잡혀 삶의 문제에 시달리는” 가장 약해진 젊은이들을 도우라고 권고했다.
Tiziana Campisi
“작은 발걸음”, “단순한 말과 행동”, “공동체 전례와 기도의 순간”으로 이뤄진 사목 여정을 통해 젊은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일상에 동행하며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결정했거나 실제로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도록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주최한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참가자들에게 이 같이 권고했다.
“젊은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대화와 활동계획,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 생활에 능동적이고 온전한 주체라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이 또래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가장 먼저 전하도록 부름받았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사도궁 클레멘스 홀
교황의 꿈
교황은 내년에 열리는 ‘2025년 청년 희년’ 행사와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를 통해 “평소 교회에 다니지 않는 많은 젊은이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희망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평 위로 눈을 들지 않으며 원대한 꿈을 접고 환멸에 사로잡혀 삶의 문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 특히 “대도시에서 관계 단절과 의욕상실로 인해 희망을 잃고 자기 자신에게만 빠져들어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교황은 세계 곳곳에서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기억했다. “로마와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예수님이 여러분과 우리 그리고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되신다는 것을 전할 수 있는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입니다.”
일상의 청년사목
교황은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를 떠올리며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이후 수많은 국제적 긴장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는 “살아 있다는 기쁨, 그리스도인이라는 기쁨을 진정으로 축하하는 날”이었다며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몸소 그 희망을 굳건히 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체험에서 용기를 얻은 여러분은 이제 다가오는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 일뿐만 아니라 특별히 ‘평상시’에도 청년사목에 계속 동참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교황은 젊은이들의 일상 여정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기쁨의 찬가”라고 할 수 있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를 읽으라고 권고했다.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자양분이자 그리스도인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교황은 청년사목의 일상 업무와 관련해 △사랑이신 하느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구원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생명을 주십니다 △성모님은 어머니이시기에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등 다섯 가지를 “지치지 않고 선포해야 할 단순한 진리”이자 “근본적인 확신”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새로운 세대가 “매일 우리를 덮치는 나쁜 뉴스”와 “전쟁 선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젊은이들과 함께하시며 어떤 악보다 더 강하시다는 확신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에게 기도, 성찬례와 화해의 성사(고해성사), 공동체 모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성인들의 증거의 삶 안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체험을 한 젊은이들은 복음 선포의 증인이 됩니다.”
신앙 여정의 길잡이 선택하기
교황은 “또 다른 필수요소”로 “영적 식별”을 꼽았다. “이는 청년사목 일꾼들(사제와 수도자, 교리 교사와 동반자, 다른 젊은이들을 도와주는 젊은이)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기술입니다. 즉흥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심화하고 체험하고 실천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신앙의 여정과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지혜로운 길잡이는 많은 실수와 아둔함, 많은 당황과 ‘마비’의 순간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길잡이는 자유를 빼앗는 게 아니라 동행해야 합니다.”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참가자와 대화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식별은 시노드적이며, 개인적이고, 진리 지향적입니다
교황은 어떻게 식별할 것인지와 관련해 식별에 관한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을 언급하며 이를 살펴보라고 권고했다. 이어 △시노드적 식별 △개인적 식별 △진리를 향한 식별 등 식별의 세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먼저 시노드적 식별과 관련해 교황은 “교회는 식별을 실천함으로써 신앙의 형제자매들을 혼자가 아닌 함께 여정을 떠나도록 이끌어 준다”고 설명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엔 각자가 제 갈 길을 가고, 각자가 자기 인생에 의미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결정하며, 각자 알아서 자신의 가치와 진리를 확립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적 식별이 필요하다고 말한 교황은 “젊은이들을 한 사람씩 개인적으로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세상은 모든 것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획일화돼 있다”며 “하지만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나이와 인간적, 영적 성숙에 맞는 경청이 필요하고, 이해를 받고 조언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끝으로 진리를 향한 식별과 관련해 교황은 가짜 뉴스와 인위적 자기홍보에 물든 사회에서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진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황과 국제 젊은이 사목자 회의 참가자들의 만남
“가짜 뉴스로 오염된 사회, 개인 프로필이 종종 조작되거나 위조되는 사회, 사람들이 대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식별은 젊은이들에게 진정성으로 가는 길, 곧 인위적인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구성원들과 주교회의, 협회, 교회 운동 대표들에게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헌신, 젊은이들을 위한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고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기쁜 소식을 모든 이에게 전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초대했다.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