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로나의 땅,
빼앗긴 들에도
바둑 꽃은 피어나는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설움을 강렬한
어조로 드러내고 있는 이상화 시인(1901~1943) 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를 패러디 할 것도 없이,
시방 코로나19로 얼마나 답답들 하십니까.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던가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치부. 초. 중.
고. 대학교가 80여일이 다되도록 개강이 안 되고
있고, 거리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통 마스크 쓴
사람들로 물결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제6회 원봉배 페어 바둑대회」가 열린 것은 참
으로 반가운 일이다.
5월 17일 일요일 9시, 응암동 ‘아마바둑사랑회’
회관에는 페어바둑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마스크
를 쓴 전국의 선수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발열 체크를 하고 곧바로 추
첨에 응했다.
☻ 참가 자격
- 주니어 1명+시니어1명
- 부모 아마기사
- 자녀 프로팀
- 특별한 가족
- 팀 구성 후 페어로 진행
필자는 작은사위(박병규 프로9단)과 짝을 이루고,
작은딸(김은선 프로5단)은 큰사위(이용희7단) 과 한팀
을 이뤄 참가했다.
40개 팀이 추첨식을 끝나고 홍시범 A7 대표의 인사
말에 이어, 임동균 아마7단의 대회규정이 있었다.
☺ 대회 규정
- 돌가리기 맞춘 팀이 흑.백 선택권
- 흑 5호반 공제
- 순서 위반시 : 3집 공제 후 진행, 2번 위반시 실격패
- 제한시간:10분+15초1회 피셔방식
- 대국 30분 진행 중에 5분정도 작전 타임
시끌벅적 하던 대회장이 대회가 시작되자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하필이면, 부천 바둑협회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
는 내셔널 부천 판타지아 선수인 양덕주+류인수
팀과 첫 판에서 만났구나.
내셔널리그 부천 판타지아 류인수+양덕주 선수
승부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얄궂은 운명인 것을.
생각지 못한 수들이 지금 한창 바둑 판 앞에 펼쳐
지고 있을 때, 작전타임을 알리는 징이 울리자 선수
들은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한 팀은 다음 수를 검토하면서 작전 짜기에 여념이
없고, 다른 한 팀은 화장실이나 커피 타임으로 자리
를 슬쩍 비켜준다.
작은 사위(박병규9단)과 작전타임 시간
5분후엔 그 반대로.
아, 저기.
먼 길 마다 않고 괴산에서 같이 올라온 청산 선생
팀과 박성균 사범 팀이 그 많은 팀 놔두고 여기까
지 와서 맞붙고 있누.
괴산의 박성균 사범 팀 對 괴산의 청산 선생 팀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텅 빈 바둑판처럼
내 마음 설레었으면
그리움 가득했으면
대회장에 걸린 저 작품은 필시 괴산의 명필 청산
정순오 선생의 솜씨렷다.
2라운드가 끝나고 2패를 한 10개 팀은 아쉬움을
달래며 대회장을 쓸쓸히 빠져 나간다.
패함은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의 기회인 것을.
점심시간을 마치고 3라운드에 돌입할 즈음, 이 대회
를 후원해 주신 김영돈 회장님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 대회를 후원해 주신 김영돈 회장님의 인삿말씀.
코로나로 얼어붙은 시기에 대회를 열어 주심에
하나하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2승자 팀인 특별한 가족 팀(이용희 큰사위)+처제
(작은딸)과 박강수+강재우 팀이 유튜브 동영상으
로 중계가 되고 있었다.
큰사위+작은딸 팀 對 박강수+강재우 팀
배경에 ‘바둑과 함께 사람과 함께’ 라는 청산 선
생의 작품은 어쩌면 저리도, 이 바둑대회장에 꼭
맞는 글귀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페어바둑은 혼자만 잘 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두
선수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옆에서 관전하노라면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참으로 배우는 것이 많다.
뻥 뚫린 행마는 보기에도 시원스럽다.
그러나 형세는 만만찮아서 예측불허의 승부가 이
어지고 있다.
5라운드가 끝나니 오후 7시가 넘었다.
5승자 2팀이 마지막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데 뒷 풀
이 회식시간이 너무 늦어 공동 우승으로 결정됐다.
☻ 공동 우승 이병희+ 김정현 . 곽웅구+ 문국현
3 위 박윤서+ 엄동건
4 위 김은선+ 이용희
5 위 김세현+ 임진욱
공동 우승 이병희+김정현, 문국현+곽웅구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찾아갔었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스며듭니다.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 오솔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글입니다.
아.
코로나로 ,
기다려 주지 않는 봄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신이시여!
인간에게 내린 형벌을 거두어 주시고 이제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