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림민씨, 청주시 수암골에 만들어 관광객들 “이색 명소” 웃음 연발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 ‘달동네’ 마을 수암골. 2007년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로 관광명소가 된 이 마을에 연탄재로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충북 청주 수암골에 사는 림민 작가가 연탄재 1100여장으로 만든 3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지난 16일 수암골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완성된 높이 3m의 트리에는 1100여장의 연탄재가 사용됐다. 모두 이곳 주민들이 내놓은 연탄재들이다. 림민 작가는 “당초 트리 제작에 3000장의 연탄재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모금을 시작했지만 설치장소가 마땅치 않아 규모를 줄였다”며 “남들에게 버려지는 연탄재가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모든 사람 역시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희망을 주고싶어 연탄재 트리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봄까지 2000여개의 연탄재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 수암골 곳곳에 전시할 계획이다. 모금액 중 재료비를 뺀 나머지는 주민들과 마을잔치를 여는데 쓸 예정이다.
- 경향신문, 이삭 기자, 2015년12월17일 -

벽화 마을로 유명한 청주시 수암골에 버려진 연탄재를 예술로 승화시킨 연탄아트 작가가 나타났다.
청주시 수암골 벽화 마을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정착촌이었던 청주시 수암골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도심속의 초라한 달동네였다. 문체부의 2007년 공공미
술프로젝트로 진행된 벽화작업 이후, 이 마을은 벽화 마을로 유명해지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외국 여행객들도 많이 찾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암골에 사는 대부분 주민은 아직도 연탄에 의존해 긴 겨울
을 보낸다.
▲ 수암골에 그려진 벽화 Ⓒ손승진
수암골 연탄카페에 가다
연탄아트 작가, 림민 씨를 만난것은 벚꽃이 지기 시작한 어느 토요일 오후 5시. 그의 작업실이자, 방문객들 사이에는 연탄카페로 통하는 수암골
연탄카페 입구에는 <비극적 사회와 그 적들>이란 간판이 걸려 있었다.

▲ 연탄카페 입구 Ⓒ손승진
연탄카페에서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과 림민 씨가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작업실이라기엔 참 떠들썩했고, 매우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었다. 청주에 사신다는 아주머니 두분과 여행을 하다가 두시간째 여기에 눌러앉아 있다는 군인 오빠는 오늘 처음 연탄카페에서 서로를 만났지만,
오래된 사이인양 오랜수다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군인 오빠는 같이 휴가를 나왔다는 친구를 어느새 데리고 왔다.

▲ 림민 씨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아주머니와 군인 오빠들 Ⓒ손승진
연탄아트 작가, 림민의 이야기
아, 어쨌든 나는 연탄아트 작가와 인터뷰를 하러 왔으니, 옆에서 아주머니와 오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림민 씨에게 질문을
건네 본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예, 안녕하세요. 수암골에서 연탄에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림민이라고 합니다.
Q. 연탄아트의 시작이 궁금해요.
-2012년 봄부터 시작했어요. 여기 작업실 뒤쪽에 보살 할머님이 살고 계세요. 보통 봄, 5월쯤 되면 연탄재가 보기가 힘들어져요. 그런
데 그때, 며칠전부터 할머니가 ‘추워, 추워.’ 하시더니 다음날 보니까 할머니 집앞에 연탄재가 2장 있더라고요. ‘아이고, 할매 간밤에 추
워갖고 또 연탄 때셨구만?’ 생각하면서, 순간 장난반 진담반으로 할머니한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탄에 눈 그리고, 말
풍선 그리고, 할머니 집 담벼락에 놓고 갔는데 희한하게 연탄이 안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연탄이 신기하게도 사람들에게 어떤 소통
의 도구가 될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왜 연탄아트의 시작이 수암골일까요?
-일단 내가사는 동네잖아요. 내가사는 마을이 벽화 마을이기도 하지만 내가사는 공간, 그 주변을 아름답고, 또 의미 있는 공간으로 꾸
며보고 싶어서 그런거죠.
Q. 그런데 연탄아트, 연탄 예술이라 부를수도 있는데요. 작가님이 하고있는 이 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상업적으로는 연탄아트가 맞죠. 개인적으로 가난하다 보니까 시작은 하게 되었는데 화가는 돈이 많이드는 직업에요, 은근히. 물감도
비싸고, 캔버스도 비싸고. 그런데 연탄이라는 소재는 돈이 안 들잖아요. 그래서 또 재미있고, 또 의미도 있고. 연탄에다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굳이 예술이라고 생각 안 하고요. 쓸모없이 버려지는 연탄을 뭐랄까, 재활용? 재활용 예술.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Q. 연탄아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그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라 그날그날 떠올라요. 그러니까 막 누구나 내 연탄을 보고 긍정적인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괜
찮아 곧 봄은 올거야.’ 그런 말이요. 그런 말들을 늘 고민을 하고, 늘 수첩을 갖고 떠오는 대로 적어요. 아주 간단한 말인데, 세상 살면
서 그 간단한 말을 누군가에게 타인에게 듣게되는 경우가 너무 적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 그대에게 ‘괜찮아, 친구야. 곧 봄은
올거야.’ 그런 말을 해주는. 그런 아주 간단하면서도 긍정적인 말들. 그런걸 적고 연탄에 꽂아놓는 거죠. 내 연탄을 본 사람들이 희망적
이고 긍정적인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 수암골에 놓여있는 연탄작품 Ⓒ손승진
Q. 연탄 작업을 하면, 작품을 어디에 놓으시나요?
-전국투어를 해요. 어떤 도시를 선정하고, 작업을한 연탄 100장, 200장씩을 차로 실어서 그 도시의 거리에 놓는 거죠. 버스 정류장 같은데에 놓는
거예요. 거리라는게 굉장히 삭막하잖아요. 네온사리인만 막 있고 재미가 없잖아요. 근데 어느날 그대들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연
탄이 헤 웃고 있으면서 ‘괜찮아, 다 잘될거야.’라고 말하고, 꽃도달고 있고. 그런걸 보면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런 작업을, 그런 투어를
하고 있어요.
Q. 작업하시는 연탄재는 어떻게 모으나요?
-다 제가땐 연탄이에요. 방에서도 때고 여기있는 난로에서도 때고요. 모자라는 연탄은 순전히 수암골 동네에서 가져와요.
Q. 연탄재가 작품이 되는 과정이 궁금해요.
-일반 연탄재는 먼지같이 부스러져서 그림을 그릴수가 없어요. 그래서 연탄재를 딱딱하게 굳히는 작업을 해요. 저기 지붕위에 놓은 연탄재들 보
면, 다 햇볕에 굳히고 있는 중이에요. 딱딱하게 굳혀놓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죠. 작업은 매일매일 하고 있어요.

▲ 굳히고 있는 연탄재(지붕 위)와 작업을 마친 연탄재(아래) Ⓒ손승진
Q.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연탄 50장 정도로 작품을 만들어서 청주 시내에 놓았는데, 다음날 사라져 버렸어요. 청소부 아저씨들에게 그게 쓰레기였던거죠. 그게 제일 가슴
이 아팠어요. 연탄 작업을 하면서 내가 이 작업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건 작년에 청주에 사는 젊은 부부를 통해서 그랬어요. 우연히 수암골에 그
부부가 왔었는데, 남편이 한참 힘들어하고 있던 시기였대요. 그런데 남편이 수암골에 와서 연탄작품을 보고 무척 좋아하더라고, 제 홈페이지에
아내가 글을 올렸어요. 남편에게 힘내라고 문자 한통을 넣어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고, 연탄에 ‘괜찮
아. 다 잘될거야.’라고 써서 그 집에 걸어주고 왔어요. 그랬더니 남편분이 6개월 동안 주말마다 찾아오셨어요. 저번 달에는 막걸리 한잔하면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아, 이 사람이 힘을 얻었구나.’라고 생각했었죠.
Q. 작가님 작업실을 연탄카페로도 부르고 있는데, 그 시작은?
-작가의 작업실이라 하면 보통 어떤 벽 같은것을 느끼잖아요. 쉽게 들어가지 못하겠고. 근데 좀 즐겁게 사람들이 들어와서 구경하다가 그냥 ‘어,
들어와. 막걸리 한잔해.’ 말을걸고, 같이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일주일 전에는 어떤 서울에서 온 친구가 이 동네 여행을 와서 나랑
3박 4일을 자다 갔어요.

▲ 연탄카페 내부 그의 작업 공간 Ⓒ손승진
Q. 연탄카페 간판이 ‘비극적 사회와 그 적들’인데, 무슨 의미인가요?
-칼 포퍼라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가 쓴 책 제목이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에요. 그 책 내용이 정말 막노동하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드럼통
에 불펴놓고 새벽 인력시장에서 보내는 하루의 몇 시간의 이야기들을 소설로 쓴거예요. 되게 서민적이고, 어떻게 보면 진보적인 내용인데요. 거
기서 따온거예요. ‘비극적 사회와 그 적들’은 사실 제가 몇몇 사람들과 갖는 모임 이름이에요. 모임에 오는 친구들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사
진 찍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요. 모임 이름을 정하다 보니, ‘이 비극적인 세상의 적이 되리라!’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정하게 되었어요. 세상이 비극
적이잖아요,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세상은 너무나 비극적인 거예요, 아직도. 그래서 그들을 위한 비극적인 세상에 적이 되리라. 긍정적이고 희망
적인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말을 그렇게 표현한거죠.
Q. 아까 전국투어를 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말씀 좀 해주세요.
-지금은 대전, 평택, 청주 세 군데에 연탄작품을 놓았어요. 운송비와 연탄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많이는 하지 못했죠. 후원없이 순수한 자비
로 하는거라서. 그래서 돈될 때, 여유될때 하고 있어요. 저는 운전면허가 없어서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운전할줄 아는사람. 그 사람을 섭외하
고, 연탄을 만들어놓고 싣고 떠나는거죠. 그런데 한 도시를 갈때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한번에 만들어서 두 도시, 세 도
시를 돌아보려고요. 그래서 계속 작업하고 있죠.

▲ 대전 거리에 놓은 연탄작품 Ⓒ림민
Q. 다음엔 어디에 연탄작품을 놓으실 건가요?
-대구예요, 큰 도시 위주로. 올해 목표가 열개 도시를 도는거예요. 대구, 부산, 광주, 목포, 강원도 쪽에 속초 등.
Q. 왜 도시일까요?
-시골은 어차피 연탄을 많이봐요. 또, 작가 입장에서 내 연탄을 많은 사람이 봐주면 하는 그런 욕심이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단 대도시, 그다음
에는 소도시. 정말 내가 금전적인 바탕이 있다면 위까지 돌고 싶지만, 아직 여건이 안돼서요.
Q. 앞으로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제 계획은 2, 3년안에 연탄을 들고 뉴욕, 미국을 가고 싶어요. 전국투어 끝내고 세계, 월드투어 하는게 꿈이에요. 연탄을 가지고.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내용처럼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못하게 해버린, 연탄재도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줄수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그의 쾌활함과 예술인으로서의 따스한 시선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 조만간 그의 바람대로 세계투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를! 연탄아트 작가, 림민 씨의 활동이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꾸준히 지속하길 바란다.
*연탄카페 주소 : 청주시 수암골 84-23번지 ‘비극적 사회와 그 적들’ 야매 연탄카페
*림민 씨 홈페이지 : http://streetart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