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바오로의 중재

[본당신부]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필레몬서입니다. 필레몬은 콜로사이 교회에서 지도자였고 바오로가 옥중에서 만난 오네시모스라는 사람을 용서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편지를 쓴 것입니다. 이 오네시모스라는 인물은 필레몬의 종이었는데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릅니다. 무엇을 훔쳐 달아났는지, 아니면 어떤 중요한 일을 맡아 떠났다가 그냥 도주해 버렸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당시 로마법에 의하면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 오네시모스가 로마에까지 도망쳐 왔다가 바오로를 통해 회개하고 그리스도인이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옆에서 시중을 들다가 바오로는 선한 일이 억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이게 아니다 싶어서 그를 원래 주인인 필레몬에게 돌려보내면서 편지를 쓰는 것이지요. 이 편지가 콜로사이인들 모두에게 회람되고 신약성경에까지 포함되었으니 필레몬이 오네시모스를 용서하고 그리스도인 형제로서 받아주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되게 짧은 성경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용서와 사랑, 그리고 계층을 뛰어넘는 형제애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두에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요.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큰 확신을 가지고 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명령할 수도 있지만, 사랑 때문에 오히려 부탁을 하려고 합니다.” 바오로는 필레몬에게 명령을 할 수도 있지만 부탁을 합니다. 필레몬의 자발적인 용서와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간청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지요.

바오로가 필레몬에게 용서해주었으면 하고 간곡히 청하는 이 오네시모스라는 인물을, 바오로는 몇가지 표현으로 묘사합니다. 먼저 첫 번째 “옥중에서 얻은 내 아들”이란 표현입니다. 복음을 통해 거듭나고 새롭게 태어난 존재, 죄를 짓고 도주한 노예에서 변화된 새로운 존재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쓸모있는 사람”으로 묘사합니다. “전에는 그대에게 쓸모없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하지요. 바오로 자기에게만 쓸모있는 사람이 아니라 필레몬에게도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의 밑에서 일하면서 주인 눈앞에서만 일하는 사람, 표리부동하게 근무하는 모습을 외국에서는 Eye service라고 합니다. 이렇게 눈가림만 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진정한 순종과 봉사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내 심장과 같은 그를”이라고 표현하지요. 저는 이 표현이 절정이라고 보여집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음... 그 사람? 나한테 심장과도 같은 사람이지... 그러면 끝나는 겁니다. 더 이상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엄청난 사랑과 애정의 표현입니다. 아마도 필레몬은 바오로가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을 보고 용서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오로는 더 나아가 오네시모스를 자기처럼 맞아들여 달라고 하고, 거기서 또 더 나아가 이 오네시모스가 손해를 입혔거나 빚을 진게 있으면 자기 앞으로 계산하랍니다. 자기가 대신 갚겠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은 이런 친구 있으신가요? 아무 말 없이 대신 갚아줄 친구, 저는 동창신부가 있는데 다 그럴 것 같지는 않구요. 몇몇은 아무말 없이 대신 빚 갚아줄 것 같고 저도 아무 말 없이 대신 갚아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이 종입니까... 지금 이 시대에야 당연히 종, 노예가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여러분들 한참 아랫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동창신부를 위해서 그리할 수 있다는 것은 주님으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도 오네시모스도 필레몬도... 주님과 한데 묶여 있기 때문에 이렇게 청하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대신 갚아주고 대신 빚지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여러분들에게 제가, 또는 어떤 신자가 꿔달란다고 꿔주란 얘기가 아닙니다. 이건 대신 갚고 꿔주고 뭐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회개하면 용서해주란 얘기지요. 짧지만 그리스도인의 형제애에 대해서 굵직하게 볼 수 있는 필레몬서입니다. 단순히 듣기만 좋은 성경이 아니라 우리 삶을 통해 써내려가는 성경이길 바랍니다. 아멘.

[이진영 마리아]

아멘~

[김상민미카엘]

아멘...

[이창숙]

내가 용서하면 나도 언젠가 다른 이에게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이 시간...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하지는 않았나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용기있게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보아야겠습니다
신부님 늘 좋은 강론 감사합니다

[신혜원 글라라]

오네시모~
당신은 축복받으신분이십니다.
바오로에게 심장과도같은 사람이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