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슬슬 국회의원수 늘리자는 움직임이 국회주변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국회의장은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을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했다고 한다.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증원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의원 수 확대주장이 정치 개혁의 단골 주제가운데 하나였다. 국회의원 수 늘리는 것이 정치 개혁의 핵심이었다니 정말 기가 찬다. 그래 국회의원수가 적어 후진국 국회를 유지했던가. 그동안 그 많은 국회의원으로 도대체 한 것이 무엇인가. 정말 묻고 싶다.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직업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그동안 국회에서 제대로 이뤄놓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제대로 된 국민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 국민들의 삶을 편하게 했으면 증원하지 말라고 해도 국민들이 나서서 제발 국회의원수 늘려 주세요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허구한 날 싸움질하다 날이 새고 날이 밝는 것이 바로 국회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수를 더욱 늘려 더욱 싸움에 맥진하겠다는 것인가.
한국의 국회는 상당히 요상한 장소이다. 조금 괜찮다는 인물도 그 국회라는 곳에 들어가면 갑자기 사람이 변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비례 대표 의석을 대폭 늘리자고 했는데 비례대표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지역구 의원들에게 치여 의원다운 발언 제대로 하는 것을 본 적이 나는 별로 없다.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민의에 반영하겠다는 본연의 뜻은 온데간데 없다. 국회의원 그만둬도 연금이 대단히 많이 지출된다. 4년동안 국회에서 법안 발의를 제대로 안한 비례대표 의원도 평생 거액의 연금수령자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 상당수는 현재 의석보다 줄이자는 쪽에 찬성하고 있다. 한때 대선 후보로 나왔다가 지금 지자체장을 하고 있는 인사가 국회의원수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해서 큰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의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지 않는다.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지 단지 소속 당을 위해 존재하는지도 너무 잘 안다. 일일이 지적하는데 지쳐 방관하고 있을 따름이다.
지금은 온 국민이 힘들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위기가 온다는 예고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값 급등으로 가계지출비는 한없이 증가하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 인데 지갑은 갈수록 가벼워진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대다수이다. 국회의원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파트 값이 @@@ 널뛰듯이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수출은 갈수록 축소되고 기업들은 재고가 쌓이고...점점 직원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 받았지만 전세값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북한의 정권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테스트하듯이 미사일 장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횡포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사회적으로 갈등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 제 1의 갈등국에다 세계 제 1의 저출산국, 세계 제1의 자살률...도대체 어느 하나 편안 구석이 없다. 그런 힘든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해 여야가 합심해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함에도 서로 치고 받고 하는데 정신이 팔려 국민들의 삶은 뒷전이다. 국민들을 위해 일도 안하는 국회의원에게 사실 월급 주는 것도 너무 아깝다. 그런데 무슨 국회의원 증원 타령인가.
지금은 조용히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제발 싸움질 그만하고 국민들을 위한 국회 일을 좀 하라. 본연의 일을 하지 않으면 그 비싼 세비를 반납하던지 말이다. 국회의원들 솔직히 세비받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지 않은가. 극히 몇명의 사람만 제외하고. 아무리 의원수를 늘리고 싶어도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숫자 늘려달라고 투정부리지 말고 제발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왜 국민들의 상당수가 국회의원수를 줄이라고 하는지 그 속마음을 잘 들여다 보길 바란다.
2023년 3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