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만일기도결사763일
[2023.1.11-2050.5.28]
5.
수보리여, 그래 생각은 어떠한가? 몸 모양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못 봅니다, 세존이시여. 몸 모양으로 여래를 보지는 못합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여래께서 이르신 바 몸 모양은 몸 모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기를, 무릇 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이니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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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佛像은 부처님이 아니다. 불상을 부처님으로 아는 것은 내 몸을 나로 아는 것과 마찬가지 착각이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 참된 나를 보는 것, 참된 나로 사는 것이, 깨달은 이(부처)의 삶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몸을 떠나 어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꿈에 내가 깡패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내가 꾸는 꿈이니, 시달리는 나도 나의 한 모습이요 괴롭히는 깡패 또한 나의 한 모습이다. 깨달은 이는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세상 또한 꿈과 같음을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나의 한 모습일 따름이다.
"나는 남자다" 이보다는 "나는 사람이다"가 더욱 여래를 보는 눈에 가깝다. "나는 사람이다" 이보다는 "나는 생물이다"가 더욱 여래를 보는 눈에 가깝다. "나는 생물이다" 이보다는 "나는 일물一物이다"가 더욱 여래를 보는 눈에 가깝다. 남자->사람->생물->일물로 갈수록 나의 품은 넓어지고 정체는 흐릿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주와 합일될 만큼 커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간다면...... 천지 사방에 모든 것이 여래이거늘 여래 아닌 다른 무엇을 볼 수 있겠는가?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이현주,샨티>
사랑이신 한님
내일이 정월대보름입니다.
오늘 바닷가 마을에서 달집을 태운다고 구경갔어요.
어릴적 고향마을에서도 정월대보름에는 달집을 태웠지요.
온종일 마을사람들이 풍악을 울리며 지신밟기를 하는데,
우리집 차례가 되면 먼저 안마당에서 한판 요란하게 놀고나면 아버지가 막걸리잔을 돌립니다. 저는 김치그릇을 들고 아버지를 따라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지간(부엌)에 괭과리치는 아재가 들어와 솥뚜껑을 열었다 닫고 '조왕할배요 뭐라뭐라' 하고, 다시 바깥마당, 그리고 소마구간으로 가서도 한판 풍악을 울려요. 엄마는 연신 고개를 조아려 절을 하면서 뭐라뭐라 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달이 떠오를 무렵에는 당산나무가 있는 언덕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요. 마을에서 가장 달이 먼저 보이는 곳이거든요. 마을 장정들이 대나무와 생솔가지로 달집을 만들어 세우는 동안에도 조무래기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놉니다. 이윽고 저 멀리 달이 휘엉청 고개를 내밀면 마을유사가 달집에다 불 붙이고, 할매들은 손모아 절을 하고, 조무래기들은 달집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얼굴이 시커멓게 되도록 불장난에 신이 났지요.
오늘은 늦게 간 탓에 어릴 적에 본 달집보다 10배는 커 보이는 달집이 반쯤은 타고 있고, 풍악소리도 그치고, 사람들은 흩어지고, 행여 불이 다른 곳에 붙을까봐 호수로 물뿌리는 사람들이 달집 근처에 있습니다.
잠시, 타는 달집을 보면서 액과 복이 따로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올 한해, 뭘 물리치고 뭘 빈다는 생각없이, 그저 살아지면 좋겠다 싶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옥나무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