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에 난리법석
며칠전 새벽녁에
자다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화들짝!! 잠을 깼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끝도없이 울리는 화재경보기 소리가
온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다급하게 울려댔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놀라서 일어나니
몸 가볍기 한이 없는 울영감은 어느새 현관문 앞이다.
" 어서 빨리 나와~! "를 외치며 나가길래 뒤따라 나가보니
금방 나간 울영감은
벌써 내려갔는지 코백이도 안보이고
경비아저씨와 어떤 아저씨가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라 복도로 들어서더니
바로 우리 옆옆집 문 쪽으로 가서
초인종을 처부수듯 눌러댄다.
계단으로 내려 갈려다가 덩달아 나도 그 집 문앞에 섰다.
경보기 울림의 원인이 바로 우리 옆옆집 이란다.
몸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집인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전혀 기척이 없다.
수십번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합창으로 고함을 질러도 깜깜 무소식,
" 할머니가 쓰러지셨나?"
또 다른 불안감에 다리가 후들 거린다.
그러기를 10여분이 훨씬 지나
경비아저씨가 강제로 문을 딸러고 하는데
안에서 개미소리 만한 인기척이 났다.
"누구슈~~?"
" 아~ 다행이다. 할머니가 살아있다."
할머니에게 일단 옆집이라고 안심을 시킨후
겨우 문이 열렸는데
안이 안보일정도로
희뿌연한 연기와 함께 탄 냄세가 진동을 한다.
문을 여는 동시에 집안에 갇혀있던 연기가
한꺼번에 무섭게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놀란 나는
연기속에 서 있는 할머나를
나도 모르게 밖으로 끌어 당겼다.
천만다행으로 불길은 안보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중 연기가 웬만큼 사그라지고 들어가 보니
씽크대와 식탁위에
쌔카맣게 탄 식빵이 수북히 널부러져 있다.
할머니 왈
초저녁에 저녁도 안먹고 잠이 들었다가
새벽녘에 잠이 깼는데
배가 고파서 빵 한쪽 구워 먹을려고 하다가
냉동실에 넣어둔 버터덩어리를
달궈진 뜨거운 팬에 올렸더니
그게 빵과 함께 다 타버리는 바람에 정말 정신이 없었단다.
혼자서 애를 쓰셨던 모양 많이 놀라신거 같다.
낯선 남자사이에 낯익은 얼굴인 내 손을 잡으며
겁먹은 얼굴로 " 우째 알고 왔어? "
도통 무슨일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이때까지도 전혀 상황판단이 안되시는 모양,
새벽에 단잠을 자던 온동네 사람들을
다 깨워서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오게 만들어 놓고
정작 당사자인 할머니는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라
상황 판단이 안되시는 모양인지
그때까지만 해도 어리둥절이시다.
평소에 귀가 많이 어두워서 보청기를 끼시는데
밤이되면 보청기를 빼고 있으니까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적막강산이란다. .
적막강산인 귀 때문에
화재경보음도, 문 두드리며 고함치는 소리도 전혀 못들었다고,,,,
동대표와 경비아저씨가 집안으로 들어가
사방의 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고 나서야
그제사 이 난리의 원인이 바로 자기집이었단 걸 아신듯
많이 민망해하셨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서
집으로 들어오니
마누라 팽게치고 혼자서 먼저 뛰쳐나간 울영감은
아직도 집에 안들어왔다.
피신을 아주 안전한 곳을 찾아서 멀리멀리 갔나벼.
한참 뒤 집으로 들어온 영감은
" 당신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는데.."
오히려 못마땅한 말투로 내게 묻는다.
그날은 당황하고 놀라서 가슴만 쓸어내리며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나중 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새록새록 부애가 치미네
한밤중에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데
마누라 두고 혼자 살겠다고
뒤도 돌아보지않고 뛰쳐나간 남편을
어찌 생각하노?
뒤늦게 괘씸함이 밀려온다.
" 요오시 ~ 두고보자! "
지금 나 별르고 있다네
그렇게 한밤의 소동이 있은 후
옆집 할머니는 그날 이후 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나와 마주칠 때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다시 그런일 저질지 않겠다고
90도 각도로 사죄인사를 한다.
벌써 몇번째인지 이젠 만날까바 겁이난다.
그날 이후 난 그 할머니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노인이 혼자 산다는거
그것도 몸이 불편한 노인이 혼자서 산다는건
외로움은둘째 치고라도 심히 위태롬고 불안하고
이웃을 신경 쓰이게 하는일이다.
가끔씩 자식들이 삐삔내기로 다녀가는 모습은 보이지만
귀도 눈도 다리도 다 불편하신 듯
각종 의료보조기구가 집 안밖 가득이다.
유모차에 의지해서 경로당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인데
그것조차도 어떤 날은 가지 못하시는지
집앞 유모차가 전날 놓아둔 그대로일 때가 많다.
도우미 아줌마가 오전에 잠깐 다녀가긴 하지만
온집안이 적막강산이라
그 할머니만 보면 눈물이 날려고 한다.
언젠가 저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될 수있다는 생각이 드니
괜히 측은하고 서글프고 슬프다.
누가 그러더라 요양원 안보내는 것만도 효자들이라고....
친구가 요양원 갔다기에
위로차 방문을 갔다 온 지인의 이야기다.
식사때 요양사가 오더니
" 할배, 밥 잡솨요 " 하며
밥 담긴 식판을 던지듯 갖다놓더란다.
거동이 좀 불편해서 금방 못먹고 꾸물대고 있는데
십분도 안되서 오더니만
" 할배 다 잡솼어요 ? "
하더니 식판 확인도 않고 그냥 들고 가 버리더란다.
ㅎㅎ 허탈하게 웃으며
" 그 아들놈을 어떻게 키웠는데 지 애비를 그런곳에 처넣어 ? "
하며 분개를 했다.
물론 과장은 좀 해서 전한 얘기 겠지만
들으니 속 상하고 서글 프다.
요양원이 다 그런곳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기 집만 하겠냐?
지금껏 남의일처럼 느껴지던 이런일들이
요즘은 자주자주 가슴에 와 닿는다.
아직도 우리친구들중
요양원에 간 친구는 없으니 그나마 큰 다행이라.
이데로 건강 챙겨
끝까지 본인 의지대로
내집에서 맑은 정신으로 생활하다가
별일없이 곱게 하늘나라로 갈수만 있다면
복중에 가장 큰 복이 아닐까 싶네.
우리친구들 모두다
이런 복중에 가장 큰 복을 누릴수 있게 되길
틈 날때마다 기도를 드려야 겠다.
요즘 계속되는 지루한 장마와 무더운 날씨가
짜증나고 견디기 힘들겠지만
선선한 가을바람 불어올때까지 건강들 잘 챙기시게~~
날밤 새고 낮에도 못 잤던 날 ~~
첫댓글 온전치 못한 분이 혼자 사시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지
요양원이 다 그런건 아니야 혼자 계신것 보다 나을 수도 있어
주어진 하루를 즐겁게 살고 앞일을 어두운 쪽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재현아빠 다음 일이 걱정되네
너 따라오는 줄 알고 가셨겠지
설마 혼자만 살 욕심은 아니었을거라 믿어 ㅎㅎ
ㅎㅎ 혼자만 살 욕심?
그 나이에 누가
그런 용감한 생각을?
일단 피할정도로. 불이 난게 아닌걸 알고 내려갔다고 ㅋㅋ
믿기로 했어 ㅎㅎ
옆집 할머니는
몸은 불편해도 경로당
할머니들이 왔다갔다
들락이시는거 보니
성격이 좋으신거 같어 일단 요양원이든
집이든 본인 성격에 따라 노년의 삶이
좌우되는거 같아
별나지 않고. 긍정적으로. 늙어가야지 싶네
그래도 그동네는 성질이 아주 급한 사람은 없었던가보네,
나같으면 119에 전화부터 하고볼낀데,
그사람들은 잠긴 문을 여는데는 도사들이거든
헤드폰으로도 댓글이되네,
비록 몇일 늦게 달긴했지만, 전철안에서...
나도 지금 천철안
너무 시원하다
두비 보러 가는중 ^^
그집에서
연기 나오는거 보고
상황대충알고
올라온듯
울영감은 내려가
관리실로 가서
상황보고 있었는데
별일 아닌거 같아서
그냥있었데
아래까지 내려온 사람은 .울영감과 옆집사람 셋
ㅋㅋ 넷밖에 ,,,,
옆집사람들과
성격이 맞는거 같으니
옆집가서 살아라 켔어 ㅎㅎㅎ
그집 할머니 만나면
나한테 고맙다해서
민망해서 요즘 나
피해다니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