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탄생, 데우스의 아이.
태양이 중천에 떠오른 정오의 시각,
평소에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수도 엘리시아의 거리는 갖가지 다양한 장식들로 인해
말로 모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흔히 보지 못했던 희귀한 색깔의 보석들과 섬세한 세공이 들어간 장신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붐비어 시끌벅적했고
거리를 빼곡히 차지하고 있는 많은 가게들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저마다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축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이때에
한 작은 식당 안에서는 어린 소년이 작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며 턱을 괴고 앉아
도대체 이 좋은 날에 무엇이 불만인건지 오만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해대고 있었다.
“어휴, 저렇게 사람은 많은데 어째서 우리 식당엔 들어오지도 않아?
하나도 기쁘지 않아.”
반짝거리는 금빛머리에 에메랄드와 같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짜증난다는 시선으로 바깥의 사람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들, 소년은 아까부터 계속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소년이 있는 이 작고 초라한 식당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이 가게가 볼품이 없어 보였는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몇 배는 많았는데도 식당은 오히려 좀처럼 손님이 없었다.
“에드윈, 인상 좀 피렴. 오늘은 즐거운 날이잖니.”
소년을 에드윈이라 부른 나이든 여성은 오늘따라 유난히 불평을 해대는 소년을 타이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 소년이 손님 없는 가게 걱정을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신이 능력이 부족해 좋은 것을 먹이지도, 좋은 옷을 입혀주지 못했다.
더욱이 형편이 어려운 가게를 돕느라 오늘 같은 날조차도
다른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구경도 하며 놀러 다니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머니, 죄송해요. 걱정 끼쳐 드리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전 즐겁지 않아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 생일이 뭐가 좋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요.”
“너도 같이 축하해주렴.
물론 나 역시 직접 얼굴을 뵈진 못했지만 신의 아이라 불리시는 분이잖니.
게다가 장차 왕이 되실 분이고.
우린 성민으로서 그의 탄생을 기뻐해야 하는 거란다.”
소년의 어머니 케이트는 에드윈이 왜 즐겁지 못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달래주어도 소년의 화를 사그라지게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답답했다.
“몰라요! 신의 아이 따윈!
우리는 이렇게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데 그 자식은 부모 잘 만나서 고생도 안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번 생일 때마다 축복해주고…
억울하다고요! 엘사는…,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은 불공평해요!”
“…미안하구나.”
에드윈은 그제야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케이트의 두 눈에서는 약간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케이트는 친어머니는 아니었다.
버려졌던 두 남매를 주워서 키워준 것이었다.
하지만 몸도 약하고 있는 것이라곤 작은 식당밖에 없었던 그녀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해했다.
괜히 자신 같은 부족한 사람을 어머니로 두어서 두 아이들에게 괴로움만 주는 것은 아니었는지,
언제나 잘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가슴아파했다.
게다가 최근에 어린 딸아이가 병으로 쓰러져서 매일 침대에 누워있는데도
제대로 된 진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더 가슴이 미어졌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전 가난해도 어머니가 좋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슬퍼하지 마세요.”
에드윈의 눈자위가 붉게 물들었고 이내 파란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사랑하고 있는데 정말로 사랑하는 어머니인데,
안 그래도 항상 자식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어머니인데
그 마음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는 사실에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케이트는 그런 자신의 아들을 말없이 꼬옥 안아주었다.
아들의 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픈 그녀였다.
높이 떠올랐던 해가 지고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결국 식당에는 단 한명의 손님도 오지 않았다.
케이트는 더 문을 열고 있어봐야 손님이 올 것 같지 않자 문을 닫고 쉬기로 했다.
“어머니, 먼저 들어가 쉬셔요. 요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잖아요.
가게는 제가 정리할 수 있으니 먼저 들어가세요.”
“음, 그래주겠니? 요즘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금방 지치는 구나. 그럼 부탁하마.”
“네, 쉬세요.”
에드윈은 얼른 들어가 쉬라고 어머니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케이트는 아직 어린 아이지만 이렇게 어머니 걱정도 하며
가게 뒷정리를 혼자서 하는 에드윈이 너무 듬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모두 맡기고 쉴 수 있었다.
에드윈은 케이트가 위층에 있는 집안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오지 않아서 그다지 별로 정리할 건 없었다.
그러나 모든 불을 끄고 마지막으로 가게 문을 잠그려 할 때였다.
“벌써 닫는 건가요?”
뒤쪽에서 귀엽고 또랑또랑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드윈은 문을 잠그다말고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후드가 달린 로브를 입은 작은 아이가 있었다.
어두운데다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뭐야? 너?”
주위를 둘러보니 근처에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보다 키가 한 뼘은 작아 보이는 꼬맹이가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닌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어 괜히 심술을 부렸다.
“어린놈이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
빨리 엄마, 아빠한테 가버려, 귀찮으니까.”
에드윈은 꼬마를 무시하고 다시 문을 잠그려했다.
그러나 꼬마는 그의 짜증내는 말투에도 불구하고 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더군다나 그 뒤에 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에드윈의 손을 멈추게 했다.
“나 여기 손님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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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스테반입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네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암튼 열심히 연재할테니 지켜봐주세요^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