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보은 (?)
찌는듯한 더위라 했든가
정말 밖을 나가면 한증막이 따로없다
사방 팔방이 한증막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줄줄~
덥다 덥다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은
짜증이 용솟음(?)쳐 오르는 증세까지 이르러
그때부턴 짜증,짜증, 왕짜증이다.
만만한게 남편이라고
가가이서 늘 당하는 사람은 애궂은 울 영감 인데
나와 달리 전혀 더위를 타지않는 체잘이라
이 지독시런 더위에도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보송보송한 얼굴이 미깔스럽다 못해
얄밉기까지 하니 심술이 날 수 밖에 .....
마누라야 그러든동 말든동
울영감은
더워서 못살겠다는 마누리의 아우성을 콧노래 삼아
이 여름을 아주 평화롭게 잘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한번은 동네한바퀴를 하러 나갔던 영감이
집으로 들어와
연장통에서 뭔가를 들고 다시 나가더니
들어올때는
다 시들어 빠진 풀꽃 한포기를 들고 들어왔다.
쓸데없이 웬 잡초는 가지고 들어왔냐며
퉁명을 떨었더니
영감 말인즉선
길가 보드블럭 좁은 틈새를 살아보겠다고 삐집고 나와
꽃까지 피운 풀꽃의 생명력이 얼마나 대단하냐며
근데, 거기 그대로 두면
오가는 사람들 발에 금방이라도 밟혀 죽을것 같아서
송곳들고 다시 가서 끼어있는 보드블럭 틈새를
송곳으로 파서 풀꽃을 케내 들고 왔단다
부랴 부랴 빈 화분을 찾아
신주단지 모시듯
서지도 못하는 풀꽃을 억지로 세워 심어놓으니
손을 떼기가 무섭게
아예 널부러져 누워버렸다.
끓는물에 데친 나물처럼 시들어 축 늘어진 모양이
내가 보기엔
살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있다.
" 아무래도 죽겠는걸 뭘~
그나마 꽃피우며 잘 살고 있는걸
괜히 케와서 도로 죽이겠네."
심통시레 던진 내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렸는지 재차 변명처럼 설명 ,
" 그대로 거기 뒀다간 사람들 발에 밟혀서 금방 죽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다니는 곳이던데...."
하고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내 말에 조금 자신감을 잃고 살짝 후회 , 걱정이 되나벼.
밤에도 몇번을 베란다 나가서 확인을 하는거 같더니만
다음날 아침 !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부터 나간 영감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부른다.
" 이리 와 봐 얘 살아났어 !!! '
한껏 신이 난 음성이다.
나가보니 정말 살아났다.
시들어 축 쳐져 누워있던 모습은 간데 없고
보라빛 섞인 꽃분홍색 꽃 한송이가 가녀런 꽃대에 과한듯
꼿꼿하게 서서 고개를 처들고 활짝 피어있다.
" 봐라~ 자네가 좋아하는 색깔이잔아 이뿌지?"
세상 무슨 큰 일을 한듯 의기양양,
아이같은 영감의 그 표정이 더 웃긴다. ㅎㅎ
이뿌긴 이뻤어. 색깔이 나 좋아하는 색깔도 맞고 ,,
" 살아 났네 ~ 걔가 명은 길구만 "
한마디를 던지고 돌아서며
들릴똥 말똥 입속으로만 " 이뿌네 " 해줬어.
그렇게 살아난 이름도 모르는 그 풀꽃은
그날부터 한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꽃을 피우는데
한송이 피고 지면 또 한송이,
끈이지 않고 감질나게 딱 한송이씩만 꽃을 피우며
지고 나면 또 한송이로,
마치 구해준 사람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베란다 한쪽에서 피고지고를 무한 반복하며 너무도 잘 자라줘서
저를 데리고 온 영감에게
보람을 안겨주며 기를 살려주고 있는중이다.
옛날 영감 젊은 시절엔
진달래 개나리 조차 구별을 못할 정도로
화초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언제서부턴가 화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 때가 노년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노화가 진행 될 즈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젊어 사느라 바빠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자연들이
뒤늦게 눈에 띄어 가까이 두고 싶어지는 것도
노화의 증세중 하나가 분명하니
젊었을때 못해본 거
하나하나 해보며 늙는것도 나쁘진 않은거 같어 ㅋㅋ
지금 우리집엔
그간 사고 얻고 모은 화초들이 베란다에 가득~
복잡해 죽겠는데도
가로늦게 화초 키우기에 맛을 들여
노년의 소확행을 누리며 즐기고 있는 영감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측은해 뵐 때도 있으니
베란다가 복잡해도 내가 그냥 봐주고 있는중이라
하지만 어찌나 딜다보고 만져 대는지
얘네들이 클 새가 없어.
귀찮아서 자유가 그리울 수도 있을거 같아
내가라도 해방시켜 주고 싶어서
난 영감에게 때때로 겁을 주지 ,
어느날 갑자기
복잡한 베란다가 유난히 답답하게 느껴지게 되면
이 화분들 다 없앨 수도 있다고 ..
제발 내가 그런 용감한 행동을 안하게 되기를
나도 바라지만 나도 몰라 나의 참을성의 한계를 .....
노인이 되고보니
예상도 가늠도 안되는 마음과 언행들로
가끔씩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때도 있다는걸
때때로 깨닫지만 그것 조차도 금방 잊어버리니
이것 또한 노년의 증세라는걸
서글프지만 인정할 수 밖에 ㅠㅠ
계속 몰아대는 이 더위가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도 들지만
날짜 가면 저절로 떠나가고
머지않아 선선한 바람 불어오면 가을도 오겠지.
그때까지 남은 더위와 잘 싸워 이기길 바래.
사람의 일은 알수없으니
지겹다고 외쳐대던 이 여름도
앞으로 몇번이나 더 지내게 될지 ,
그거 생각하면 아무리 더워도
건강하게 살아있는 지금이 행복한거지 그치?
우리가 건강히 살아있음이 감사한 친구가
첫댓글 이 더위에 안죽고 살아있는 우리도 끈질긴 생명력이다 싶네
이사 갈 준비로 얼마전 화원에 사정사정해서 그 많은 화분들 5만원 줘가며 다 없앴어
작은 다육이 몇개만 남기고...
체력이 달려 작은 손주랑 둘이 있는데(각자 다 나가고) 지엄마한테 먹고 싶은거 시키라 하고 쉬는 중이야
올여름 이 대단한 더위에 긴긴 5주동안이나 세식구 합쳐지니 비몽사몽간이야
더위 이길 힘도 약해지는데 앞으로 살 일이 아득하네
그 많던 화분 다 치우고 나니 속이 시원하겠다
이제 자리 안차지하는 다육이만 몇개 키워
베란다 넓게 쓰는게
훨씬 좋아여
내가 싫어하니까
사무실 뒷곁에 화단을 하나 만들어서 거기 다 내가. 구박하늕 화분은 다 갖다 놓고 키우는데
재미를 들였어
겨울엔 아예 온실을
만들었다니께
애들이. 아직 안갔구나
너는. 더위속에 긴긴 5주였지만. 한나와 손주들은. 눈깜짝할새 지나간 5주일껄 ㅎㅎ
나도 5주 방학이 끝나가. 담주부터 개학인데,, 5주가 잠깐이더라. ㅎㅎㅎ
노인 둘이 달콤살벌한 고생했네 ^^
맨날 딜다봐도 없던 새글이 벌써 이틀전에 쓴 글이네
참 그영감님 이해가 가다가도 이번일 같은 경우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내경우에는 뿌리채 뽑아다가 길가 멀리 던지는데
박광평 선생은 심미안 때문인가 아니면 생명존중 때문인가?
아참 전부터 궁금한게 있었는데,
박선생께서는 두비하고는 어찌 지내시는고?
자주 안부도 묻곤하는가,
자주 찾아가지는 않는것 같던데
두비하고 어떻게 지내냐고 ?
아들집엔 안가면서도
두비라면 껌뻑 죽지
내가 아들집 도착하면
두비 동영상 몇번씩 찍어보내야 하고. 핸드폰
두비 귀에다 대고
할아버지
목소리 들려줘야하고
근데, 웃기는게
두비가 자주 들어서 그런지
전화로 들은 할아버지 목소리를 기억하더라고
가서 보지만 않을뿐
나보다 더 두비를 이뻐하지
다녀오면
두비의 하루 일과를
묻고 또 묻고 ,,,지겨워
내가 두비보러 안갈라고 할까봐 겁내여
유세부리며 간다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