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역에서 딱 만났다 -상봉역
- 서금복
검색, 검색
민수는 만날 검색만 한다
조별로 숙제하느라 전시회 다녀오는데
아까부터 검색한다
전철을 어떻게 타야 빨리 집에 가는지...
짧게 두 번 갈아타는 게 좋은지
빙 돌더라도 한 번 갈아타는 게 좋은지
그거 따지다 시간 다 보낸다
한마음 조가 둘로 갈라졌다
빨리 가는 게 좋은 사람, 민수 편
늦게 가면 어때, 한 번 갈아타는 게 낫지, 내 편
출발!
그랬는데 어떻게 됐냐고?
우리 동네에 있는 상봉역에서 딱 만났지 뭐
전시회 둘러보며 즐거웠던 기분은
어디서 헤매고 있는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상봉: 조선 시대부터 있던 상리와 봉황동을 통합하여 만든 동네이다.
ㅡ 동시집 『상봉역에서 딱 만났다』 ( 2023, 좋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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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학교에서도 개별학습보다
조별로 고제를 받아 수행하는 협력학습이 대세인 모양입니다
화자가 속한 조는 전시회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방법을 두고 그만 의견이 갈렸습니다
두 번 갈아타더라도 빨리 가자는 친구들,
그러지말고 한 번 갈아타고 느리게 가자는 친구들-
결국 따로 움직였는데 아 글쎄 동네 상봉역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지 뭡니까?
"상봉"은 서로 만나다는 뜻의 한자말입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되면 반가울 텐데 조금 전 갈렸던 의견때문에 서먹합니다
조별 협력학습의 목적이 어긋나버린 까닭이 뭘까요?
서로 생각이 달라도 목적이 같다면 다른 접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요
응원까지는 아니어도 인정은 해주는 태도만 있으면 같은 조로 남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