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못하는 일 중 하나.
8월 27일 .
음력으로 칠월 스무 나흗날.
이 날은 우리 시어머니의 기일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보다 훨씬 먼저 어머니의 기일을 챙기며
수선을 떨던 효자아들은
여든을 넘기더니 수시로 깜박 깜박 ~
연초에 달력을 갈아달 때 처놓은
빨간 동골뱅이를 보면서도 아무 반응이 없다.
까맣게 잊은나벼.
그제부터 수퍼를 들락날락,
나 혼자 소심한 행보로 장을 봐 놓고
기일 당일은
오전에 유치원을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하기 시작 했다
옛날 격식과 전례는 완전 무시하고
아주 간단하게
살아생전 고인이 좋아하셨던 음식으로만 차리자,
처음엔 항상 이런 마음으로 시작 ~
생전에 어머니께서
유난히 좋아하셨던 과일이 단연 수박이라.
올여름 내내 둘이 먹기엔 너무 크서
한번도 사지않았던 수박부터 큰 맘 먹고 하나 샀지.
그시절 어머니는
여름만 되면 하루도 걸르지않고 수박만 드셨거던,
그래서 질렸는지 지금은 영감도 나도 수박은 별로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늙은 며느리가 죽을 똥을 싸고 낑낑 사들고 와서 보니
얼마나 큰지
그거 하나만 올려도 상이 그득 할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판을 벌리다 보니
교잣상 하나가 가득이다.
울 며느리를 보고 난 그 이듬해 부터
가족이 합의하여
이젠 기일엔 제사음식은 생략하고
성당에서 미사만 드리는 걸로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그것을 매번 어기는 사람이 바로 나다.
올해만, 올해만,,,,, 하면서
제사준비를 한 것이 벌써 몇년 째인지....
기일 며칠전 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안할듯이 가만 있다가
기일만 되면 발동이 걸린다.
난, 기일에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게
마음이 불편하고 괜히 서운하고 허전하다.
몇십년 해 온 관습과 날짜가 기억속에 박혀
의례껏 제사준비를 하게 되는걸 보면
아마도 내 기억력이 없어지지 않는 한은
그대로 하게 될 거 같다.
평소 울영감은
마누라가 벼락치기 일을 하는거에
경끼가 날 정도인지라
일부러 알리지 않고 영감 없을 때만
가만가만 표시내지 않고 음식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기일인 줄을 전혀 모르다가
차려놓은 젯상 앞에서 놀라 말문이 막혀버린 울 영감,
어머니 떠나시고 흐른 세월이 벌써 몇십년인데
그때 어머니 연세보다
열살이 더 많은 늙은 아들은
기일때마다
늘 젯상앞에서 몰래 눈믈을 훔치는 효자다.
올해는 엄마의 기일을 깜박했다는 죄스러움과
본인 몰래 혼자서 준비한
마누라의 정성에 대놓고 울더라 ㅎㅎ
우는 모습을 보다가 보니
펑생을 자랑질하던 동안은 어디가고
울영감도 정말 많이 늙었더라 .
몇년을 더 젯상앞에서 이럴수 있을지....
그런 영감의 모습에서
왜 느닷없이 울 아버지 모습이 보이냐?
괜히 나도 아버지 생각에 울컥 했다네
드디어!!! 9월이 왔네^^
이 몸쓸나는 더위가 물러가면
이제 곧 선선한 가을도 곧 오겠지.
그럼 또 이 한해도 금방 지나갈거고
가는 세월만큼 우린 또 늙을거고,,,,
옛날 어릴적에
우리 할머니를 보면서
이제 곧 돌아가실 때가 다 되어 가는데
겁나고 불안하지 않으실까? 싶어
걱정이 되었고 궁금도 했다.
그럼에도 언제나 평온한 할머니의 변함 없는 모습을 보며
그게 난 이상했고 신기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내가 늙어보니 알겠어,.
궁금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그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라는걸,
인간도 자연속에 속한 일부분이니
자연의 순리데로
저절로 따라지게 되는 거라는걸. ...
나이가 들어서야 알아지더라구
살아보니
늙어야 알게 되는 것도 많고
늙어서 좋은것도 많으니
늙는다는게 그리 서글픈 일만은 아니라는게
요즘 일상에서 수시로 느껴진다.
다 그시절 시절 마다 좋은것은 있는법이니
우린 우리데로 즐기며
사는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삽시다요.
선선한 가을을 기대하며 친구가.
첫댓글 적지 않은 나이에 시어른 기일을 챙기는 효부 며느리, 수박 진설에 시어머니님 천상에서 얼마나 흐뭇해 하실까
어! 정말 오랫만입니다.
살아있으니 서로 소식 알게 되는군요
흔적까지 남겨주어 반갑고 감사감사~ .
상주의 일육회식구들은 다 건재 하신지?
가끔씩 고향친구들이 문득 생각 날 때가 있답니다.
맞아요, 적지않은 나이, 마음까지 늙어가는 요즈음,
그래도 수다 떨 이 곳이 있어
한결 위안이 됩니다
가끔씩이라도 흔적 남겨주시길~~^^
재현아빠가 감동해서 우셨을거야
우리 나이엔 이제 며느리한테 인계하고 쉼이 정상인데 겁없이 음식장만하는걸 보면 효심의 힘인지 아직 젊은건지...?
밥하기 싫어서 죽고 싶다는 말씀 노래처럼 하시던 시어머님 마음이 이해가 되고 공감해
매사 심드렁~~~
늙더니 작은일에도 감동을 잘해여
눈물도 잘 보이고 ㅋㅋ
요리하는거 좋아하지도 않는데 난 왜 자꾸 하게될까?
효심은 무슨 효심, 그냥 내 마음 편할라고 하는거여
생각보다 내가 좀 부지런한가벼
영감 말이 손을 잠시를 가만두지를 않는다고 내손이 욕할거래 ㅎㅎㅎ
며느리 한테 인계는 꿈도 꾸어 본 적 없고
이제 우리대에서 제사도 산소도 말끔히 끝내야지.
일단은 당분간은 습관이 되서 하게 될것 같네.
.
몇년을 더 제삿상에서 이럴 수가 있을런지..............
앞으로는 더 자주 되내이게 되겠지
박광평 先生, 전에도 내가 표현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갖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것같애,
향수기도 지가 내숭을 떠는 것같은 표현을 가끔해도
더 말할 나위 없이 순수가 "뚝뚝" 떨어지고,
부부가 어찌 그렇게도 성정이 순수한 사람끼리 만났는지
.나이 팔십을 넘으니. 자주. 깜빡깜빡해여
물었던거 또 묻고 ,,,
어떨땐 일부러 그러나 싶어. 흉을보면
"너도 내나이 되봐라 "
하는데
근데 난 아직까진. 기억력 암기력은 우수하거든 ㅋㅋ
그나이에. 순수 하긴 ㅋㅋ 칭찬이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