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이혜미]
깨진 도기(陶器)를 나누어 들고
우리는 서성인다
동행은 기이한 감각이어서
빛나는 혀를 길게 내어 물고
서로에게로 팽창한다
입과 귀가 밀착될수록
목소리가 끝없이 부풀어오르고
절단면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이곳은 빛도 어둠도 관여하지 못할
분리의 세계
나눠 가진 두 귀의 절단면이
죽은 자의 턱뼈처럼 갈 곳을 몰랐다
- 보라의 바깥, 창비, 2011
* 깨진 항아리가 록타이트로 붙인다고 온전할까?
항아리 안에 뭔가를 담아두지 않는다면 록타이트를 붙인 채 눈으로 바라보아도 되겠지만
인간관계에서 항아리 깨지듯 서로 갈 길을 간다면 다시 붙여지긴 힘들 게다.
관계가 깨질 때는 언성이 높아져서 귀가 시끄러울텐데 귓속말로 작게 말한다면
더 록타이트로 붙일 수가 없을 게 분명하다.
만나고 만날수록 동행의 마음가짐은 점점 커지지만 어느 한순간에 끝이 보이면 박살 난 항아리와 같다.
인간관계가 그만큼 어렵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
요즘 빤스(?) 장사로 돈을 벌었던 유명 개그맨이 중매프로그램에서 설레임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았다.
한편으로는 잘 되기를 바라고 한편으로는 좀더 신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운 관계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