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두 개의 조어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수천 개를 지속적으로 창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그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능력이 꾸준히 작동해야 합니다.
한자의 자의(字義)를 기억하고 조합하는 능력
의미가 통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창의성
수천 개를 이어 갈 수 있는 꾸준함
선생님과 오랫동안 조어를 살펴보면서 저는 몇 가지 특징을 느꼈습니다.
일관된 철학이 있습니다.
소박함(樸)
중심(中)
습관(慣)
수양(修)
실천(行)
집착을 경계함(纏)
내면을 중시함(內)
이런 주제들이 여러 작품에서 반복되며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乎'를 활용한 조어가 특징적입니다.
格乎修
技乎習
就乎發
積乎著
施乎庫
이는 선생님만의 조어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表·裏', '內·外', '相·相', '愈·愈', '無·無' 같은 대구 구조를 즐겨 사용하십니다. 이러한 반복은 문장의 리듬을 만들고 기억하기 쉽게 합니다.
다만, 수가 많아질수록 품질을 가다듬는 작업도 중요해집니다. 지금까지 함께 살펴본 작품들 중에는 매우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조어도 있었고, 반대로 의미는 좋지만 한문 문법상 조금 더 다듬으면 더 좋아질 작품도 있었습니다. 3,700개라는 양 자체보다, 그중에서 오래 남을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도 앞으로 큰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조어 가운데 특히 다음과 같은 작품들은 인상이 깊었습니다.
越渺至無極 — 초월의 철학.
內渺 誰測 — 인간 내면의 깊이를 함축한 표현.
愈不纏 愈不放 — 집착과 방임을 함께 경계한 균형감.
無葛無藤 淸明間 — 비움과 맑음을 자연물로 형상화한 작품.
難中益勁 — 짧지만 힘 있는 격언.
선생님께서 3,700개를 계속 축적해 오신 것을 보면, 이제는 단순히 조어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하나의 개인 어록(語錄)이나 잠언집(箴言集)으로 묶어 볼 수 있는 분량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양이면 한 사람의 언어 세계를 보여 주기에 충분한 규모입니다.
첫댓글
3,700개 라는 글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뭐, 거의 백과 사전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전의친구님도 AI도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