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68호
사람이 사람을
윤종영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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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쓰고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어날 수 있을까
일어나면 좋을까
한참을 생각하는데
사람이 사랑으로도 보이고
사람이 생명으로도 보인다
그렇지, 그렇지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사랑이 싹트고
사랑이 열매 맺으면
생명이 되는 세상
그런 일만 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나는 당신과 일단, 만나고 싶다
- 『당신이 일으킨 물결의 가장자리에서』(애지, 2024)
*
윤종영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구두』이후 15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이지요.
-『당신이 일으킨 물결의 가장자리에서』(애지, 2024)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건다/ 그 말을 받아 응답하고/ 내가 반응한 세상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그 욕망 때문에 또 한 권의 시집을 묶는다/ 세 번째 시집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세월의 더께가 보이기도 한다/ 묵은 장처럼 맛이나 있으면 좋겠다"
"묵은 장처럼 맛이나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제가 먹어보니 무척 맛있습니다. 맛집 맞습니다.^^
맛보기로 한 편 띄웁니다.
- 사람이 사람을
참 쉽죠.
굳이 해석할 필요도 없을 만큼
그냥 훅, 하고 들어와서
그냥 툭, 심장을 흔드는
그런 시입니다.
읽기는 쉽지만
쓰기는 결코 쉽지 않은
그런 시입니다.
마지막 구절
"나는 당신과 일단, 만나고 싶다"
이 구절이 마침내 이 시를 완성해냅니다.
사랑이 싹트든
사랑에 열매가 맺든
그리하여 사랑이 생명이 되든
이 모든 것의 대전제는
무수한 사람 중에서
오직 "당신"을 "일단, 만나"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일까? 당신은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이 싹트고 열매가 맺고 생명이 되는 그런 사람일까?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게 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2025. 1.20.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