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작은 꿈, 그리고 도전 !
지난 25일 크리스마스날
남편의 친한 선배부인이
풍경화 그룹전을 한다며 초대를 했다.
나이 여든다섯살로 생의 마지막 작품전시회이고
또 3년전 남편과 사별후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그림을 그리며 이겨냈다는
애처로운(?) 사연을 담아 전화를 두세번 했더란다.
꼭 오시라고.....
울 영감 간다고 덥석 대답은 해놓고 고민 고민,
자기 기억으로는 인사동을 가본지가
수십년도 더 지났고
또 아는길도 잊어버리는 이 나이에
어찌 복잡한 인사동길을 찾아가겠냐며 난감해 하길래
할수없이 길잡이로 내가 동행키로 하고 함께 나섰지.
지루하게 전철을 타고 도착한 인사동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그야말로 인산인해라
인사동을 가끔씩은 나가는 나도 정신이 하나 없었더라
그나마 눈에 익고 길 눈 밝은 내가 갔으니 망정이지
영감 혼자 갔더라면 길 찾아 헤메다가
화랑도 찾지못하고 헛탕치고 그냥 왔겠더라구
화랑 도착 ,
거의가 다 칠팔십이 넘은
냠녀 노인네들로 구성된 그룹전은
마치 경로당을 방불케 했지만
그래도 늙어서도 기죽지않고 활동을 하고있다는 자부심 가득 ~
그림들이 모두 옛고향 마을로 온 듯한 풍경들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찐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들 한 때 잘 나가던 가락들은 있어
그림마다 어찌나 사연도 많고 말이 많은지
작품들을 조용히 눈으로 감상 할 새도 없이
귀로만 듣고 온 느낌 ㅋㅋ
이런 날,
돌아가신 영감님 생각이 더 난다며
남의 영감 손을 잡고 고맙다고 눈물까지 보이더라구 ㅎㅎ
그 중
나이가 제일 많은 분이 방년 92세라고 하는데
맏며느리 치마폭같이 탐스런 목련꽃잎이 인상적이었어
이제 눈도 어둡고 손이 떨려 세밀한 표현은 엄두도 못낸다며
소녀같이 수줍게 웃는 모습이 귀여웠고
한편으론 괜히 안쓰럽더라구
그래도 그 연세까지 붓을 놓지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는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위문관람(?)을 마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숙제를 다 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온김에 북촌 한바퀴 돌고 가자며
가회동 재동길을 거쳐
옛날 처녀시절 살았던 원서동 옛집 앞에서
사진도 한판 찍고
옛추억을 소환하며 걷다보니
다리가 아파 와서 더 이상은 무리라.
집에 와서 그날밤 다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네.
기분따라 공연한 객기 부리다가 며칠을 고생 했는지ㅠㅠ
그래도 북촌길 탐방은 정신 건강상은 최고였었어
아픈거 사라지니
또 가자고 하면 기꺼이 나설 것도 같어, ㅋㅋ
나도
이야기 할머니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놓았던 붓을 다시 들었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다보니
옛 이야기속의 내용이
말로만 전달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이들의 이해와 재미를 돕기위해
이야기 내용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가져갔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집중을 잘 해주어
열심 열심 수업분위기가 최고인거라
그런데다가 덤으로
유치원선생님들과 원장들까지
내그림을 보고는 놀람과 함께
횡재(?)만난 표정으로 더없이 좋아하며 인기 폭팔~
갈 때 마다 칙사 대접이니
유치원 가는길이 행복한 걸음일 수 밖에.... ㅋㅋ
처음에는 한두장 그려 간 것이
점점 늘어나 매주 서너장씩 그려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재미가 들어
요즘은 시간만 나면 그림을 그리는 재미에 빠져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모아진 그림이 점 점 쌓여가고
내 머리속에도 엣 이야기가 차곡 차곡 쌓여 가니...
이러다가 문득 든 생각 하나!
이럴게 아니고
"일러스트그림 돟화책"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것 같고
신나는 일이 될거 같았다.
아직은 손도 안 떨리고
눈도 안 어둡고
정신도 맑아 기억력 암기력 양호하고
머리도 팽~ 팽~은 아니지만
쓸만하게는 잘 돌아가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뭐~
용기를 내어
일 한번 본격적으로 저질러 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지
그래 80대의 나의 도전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동화책을 한번 만들어보는걸로 정하자.
마음을 먹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 올레 완주후 만든 책 첫 머리에
늙어도 꿈은 꾸고
그 꿈을 계속 노력하면 느리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 고
쓴 적이 있었다.
60대에 도전한 백두대간과 올레 완주!
그 꿈은 이루었으니
이제 70대엔 무슨꿈을 꾸어 도전해 볼까
생각해 봐야 겠다고 했더니
그 대목을 읽고 난 울영감 기겁을 하며
" 칠십대부더는 아무꿈도 꾸지말고 도전 같은거 절대 하지말라 '며
신신 당부를 했는데
그로부터 한두해 찍 소리 없이 조용히 있었더니만
70대 중반, 뜬금없는 이야기할머니에 도전하여
영감을 놀래켜서
삐져버린 비협조적인 영감 눈치보느라
영감 앞에서 단 한번도 이야기 외우는 모습을 보인적이 없이
가만가만 숨어가며 암기를 했었었다. ㅠㅠ
우여곡절 끝에
이야기 할머니가 되고 난 몇개월 후부터
나도 간이 커져서
틈만 나면 이야기 외우느라 혼자 중얼중얼
또 툭하면 그림 그린다고 화구 펴놓고
방해 말라며 큰소리까지 치니
울 영감은 외로워 죽겠다고 걸핏하며 삐지고 따지고 ~ ㅋㅋ
그래서 다시 약속한 것이
80대가 되면 아무 꿈도 꾸지않고
도전 같은거 생각도 않겠다고
조용하고 얌전하게 늙기만 하면서 당신과 놀겠다고
영감과 굳은 약속을 했는데.
얼마전부터 스물스물~ 난 딴생각을 하고있다.
80세에 이야기 할머니 끝나고 나면
나의 마지막 꿈을 도전해 볼 작정이라
근데 , 이건
하느님이 그때까지 나를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주신다면
가능한 일이라서
열심히 기도하며 준비해 볼려고...
서두르지 말고 차근 차근
아이들 마음에 쏙 드는 나 만의 예쁜 그림 동화책을
만들면서 80대를 맞고싶어
오늘 한해의 마지막날 !
이곳에 오는 소중한 벗들이여
그대들 덕분에 올 한 해도 너무 잘 보냈소
한가한 카페에 변함없이 방문해 주신 그 마음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오
그간
이일 저일 아직은 바쁜 일상을 고마워 하면서도
자주 들어오지 못하는
카페 생각이 문득 나면
행여 그대들 왔다가 빈눈으로 가게 될까 신경이 쓰여
잠깐이라도 들어와
시답잖은 내 얘기로 수다를 늘어놓곤 하지만
그래도 누가 다녀갔나? 살펴보고
다녀간 흔적 보이면 더없이 반갑고 고맙고
" 만나지는 못해도 건재하고 있구나 "
싶은 안도감에 나도 힘을 얻고 하지요
얼굴 보며 손 잡고 감사인사 하고픈 마음 굴뚝 같지만
올해는 이미 다 갔고
새해엔 우리 꼭 한번 만날수있게 되기를~~
그대들 있어 늘 든든하고 외롭지 않았다는거
살짝 고백하며
새해 에도
부디 건강 유지 잘해서 우리 서로 안부 전하면서
남은 우리의 날들
외롭지 않게 어울려서 잘~~ 살아가 보입시다.
지나온 한해는 정말 정말 고마웠습니다. ^^
내일부터 시작되는 을사년 새해 !!
모든 친구들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기를 기도 하겠습니다.
올해의 마지막날을 보내며
친구가
첫댓글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데 계속 꿈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노인들이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소리없이 대단한 사람들이 많네
나도 이이들을 가르쳐 봤지만 그림을 곁들이면 성취도가 훨씬 좋고 말고지
한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
맞어, 생각보다 대단한 노인네들이 많긴 하더라~
노인은 노인답게 살아가야지 자손들이 편하다고
그날 전시장에서 만난 어떤 젊은이가 살짝 말하더리. 감당키 힘들다고 ㅎㅎㅎ
우리가 표준형일까?
이야기 할머니 로 인하여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엣고향 찾은듯 마음이 푸근하고 행복해
내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꺼리를 찾은셈이지.
감사하고 있어
오늘 한 해의 시작 날! 문안 인사 올립니다.
"예쁜 그림 동화책" 볼 꿈을 담아 전합니다.
훗날 꼭 보여 주시기를~~~
새해 첫날 날아온 바이버님의 흔적 .
많이 반갑고 기분좋고 힘 이 솟습니다
올 한해 우리카페에 좋은일이 있을것 같은 예감입니다
만들고 싶은 그림동화책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즐기면서 만들어 갈려고 합니다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쁜 그림 동화책 ' 이 완성되면
꼭~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 감사~
"일러스트그림 돟화책"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볼까?"
10년전인가, 그보다 훨씬전인가,
내가 향수기한테, 그동한 썼던 글을 모아서 책을 내보라고 했던게.
그래,
그림동화책은 서두르지 않아고 돼.
백세시대인데
언젠가 완성되었다고
내가 죽기전에만 알려주면
보내주지 않아도 내가 가지러갈께
니가 오니 이제
내 마음이 편하다
어째든동. 건강해서
오래 여기서 놀자 ~^^
그래 니가 그말 했을땐
전혀 아무생각 없었는데
요즘 들어 생각이 좀 많아졌어
지난 22년간 카페에
올린 글 중 골라서
추려놓아야지
요즘 좀 한가해지니
그런 생각도 드네 ,
영감이 요즘 갑자기
카페 올린 옛날
내 글들을
자주 들여다보는데
재밋고 글 잘 쓴다고
칭찬까지해주네
늙으니 팔불출끼가 보이네. ㅎㅎ
그냥 두기는 아깝다고
차근 차근 정리 한번 해보라 고
책 만들어 아들에게 주게 ,,,하길래
"아들은 관심도 없어 "
하고 말았는데,,,,
정리는 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
일단. 그림 동화책은
내가 만들고 싶어
백세시대니
두가지 다 꿈을 꿔 봐 ? ㅎㅎ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