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동네 해란강
내가 십 수년 살았던 동네에는
유명한 전집골목이 있다.
이 곳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해란강이라는 곳이다.
이 골목길이 있는 동네에서
현모양처로 십 수년을 살았고
그 이후로도 현재
20여년 가까이 이 골목길을
수시로 지나다니며 시내로 오가고 있다.
지금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사라질지 모를
이 골목길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먹글씨와 먹그림으로
기록하여 전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골목길의 주막들이 있는 곳은
전집골목이라고도 칭하며
많은 전집들이 있는데
안 들어가본 곳이 없다.
특히 해란강이란 곳은
우주회 모임할때도 가고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손님들과도 간다
최근에 해란강을 갔던 기억은
바로 지난 주말 6월 25일이다.
6.25이야기를 해서 생생히 기억이 된다.
미국에서 오신 존경하는 신부님이 있는데
사발통문을 돌려서
주말에 십 수명이 모여 일차로
맛집에서 전골을 먹고
2차로 해란강으로 가서 먹었다.
모두들 짜안..잔 부딪치며
한 잔 먹고 또 먹고 먹는다.
이 집에서는 모듬전이 유명하지만
나는 홍어전을 특히 잘 먹었다.
이 날 나는 아주 오랫만에
동동주가 술술 잘 들어갔다.
홍어전도 한 점 먹고 두 점 먹고...
난 취하면 주사가 별로 없다.
얼굴은 불그레 하지만 말 수도 별로 없고
사람들이 모두 정답게 보여서
그냥 푼수처럼 실실 샐샐 잘 웃는다.
홀짝 홀짝 마시며 웃다 보니
문득 어느 순간에 내 옆에 아무도 없다.
이참에 화장실에나 다녀올까....
화장실에 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쾅쾅 문 소리가 진동으로 느껴지고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한다.
아이구 저런...
화장실안에서 깜박 졸았나 보다.
술을 많이 먹은 것은 아닌데
낮에 먹은 감기약하고 겹쳐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너무 창피했다.
2. 진짜 해란강에서의 불루스와 창피한 기억
해란강에 갈때마다 나는
진짜 해란강에 갔던 창피한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한 중 서예교류전을 수도 없이 치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곡에 나오는
일송정을 보러 갔는데
일송정이 너무 작아서 기대가 어긋났다
낮에 전시행사를 마치고
또 여기저기 문화답사를 다니면
밤마다 하는 일은
빙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하는 일이다
청도나 상해쪽은 적당히 먹고 각자 숙소 들어가는데
연변쪽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는 1960년대 한국같은 풍경의 그런
극장간판이 있는 것 같은 업소에서
춤추고 놀았는데
낯선 작가의 품안에 안겨 엉터리 부루스도 추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남자에 굶주렸던 탓인지 40대의 젊음이 술 기운탓인지
넉넉한 품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밀착되어 오는 것도 싫지 않았던..
그 작가선생님은 다음 날 아침 식사때 보니
건들건들 유들유들...
내 타입이 절대 아니었다.
악....;.이건 악몽이야....
왜 내 타입이 아니란것은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런데 .
그 작가가 다음 해 우리나라 왔을때
호텔에서 환영회 파티를 하게 되었을때
자동적으로 내 파트너로 지정되었는데...
그쪽에서 요청한 것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식사하고 한 잔 두잔 나누어 먹다가
다시 춤을 추게 되었는데
배가 아프다고 나는 중간에 빠져 도망와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 한 중 교류전할때
작품만 보내거나 전시하고
나는 행사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소달구지 타고 덜컹덜컹 들어간
해란강가 시골집에서 밤을 보내었던
남자작가들은 한국과 중국 합해 8명쯤 되고
여자들은 우리 협회 5명쯤 된다.
한 해는 우리 도시에서 하고
한 해는 저쪽 도시에서 하기에
해마다 참가하는
낯이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불을 붙이면 불이 붙는 중국의 백주는
정말 독하기 그지 없다.
40대 였던 나는 그때는 지금처럼
위장이 많이 약하지 않았던지
제법 주면 잘 받아 마셨다.
화장실에 가야했는데
컴컴한 밤에 문짝도 없는 그 쪽 화장실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인기척을 못 듣기에
화장실에 갈때 마다 큰 우산을 들고 가서
활짝 펴서 앞을 가리고 볼 일을 보았다.
저녁먹고 시작된 술판은 자정이 되어도
끝날 줄은 몰랐다.
한 사람 두 사람 구석에서 졸다가 슬며시
이 방 저방으로 들어가 잔다.
나는 새벽 한시가 넘었을 무렵..
눈 앞에 뭐가 사람들이 흔들렸다 말다가
취하기 시작했다. 속도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정신도 차릴 겸 볼일도 볼겸
우산을 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 가는 길이 너무 먼 것 같고
급해서 숙소 담벼락 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해결했다.
그리고 바위인지 의자인지 앉는게 있어
한참 앉았다.
집 바깥에 저 멀리 흐르는
강물이 달빛과 별빛을 받아
도도히 흐르고
바람도 적당히 부는 밤....
아..아름다운 밤이구나...
아침에 잠에서 깨어 다시 화장실 가다가
문득 어젯 밤 일이 생각나서
나무쪽으로 갔는데...
저런...
거기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독도 있고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는
푸대도 있고...마치 창고처럼...
화끈화끈..
얼른 누가 볼세라
물을 뿌리고 흙을 덮고....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에이그 창피~~~
40도 이상의 독한 술은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니었다.
첫댓글 제가 팬인 효주아네스님이 삶의 방에
안내글을 올리셔서 보고 화답드립니다.
판을 깔아놓으면 채우는게
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주방 화이팅입니다^^
늘 평화님
감사합니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도 술 마시면 잠드는 습관은 있지만
화장실에서는 아닌데..
ㅎㅎ
덕분에 일주일 동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주변에 활기를 주시네요
늘 화이팅입니다 ^^
이정도는 술꾼에게 있어
병가지상사로 여깁니다 ㅎ
더한 것도 있긴 한데...ㅋ
기다려 보세요 ..^^
오늘도 뜨거움이 작렬하는 속에
평온하시길요..
화이팅입니다
ㅎㅎ
혜란강은 천년 만년 흐르고
전골도 평화도 늘 천년 만년 흐르리라~
많이 더운데
석촌님의 건필과
늘 평강하시기를 빕니다
술이 들어가면
간이 붓는다 하더니
진짜 그런 모양입니다.
의식의 고리도 끊어버리고 ...
그래도 다음날 다 기억하시는거 보니
필름이 끊긴 정도는 아니신듯~~~~
오래된 소중한 기억 함께 부끄러워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승님이 있는 여행이었으니
필름이 끊기면
남자도 아닌데 큰 일나지요..ㅋ
근데 한창때에
진짜 필름이 끊긴 적도
있었긴 한데 끊겨서 못 쓰고
가문의 수치라서 또 못쓰고....ㅎ
수고가 많으시네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응원드려요
늘 평화님을 풍주방에서 뵈니
더더 반가워요 ~ㅎ
에피소드가 재미있네요 ㅎ ㅎ
재미난글 많이 올려주세요~^^
앗! 지호님이 여기 계셨네요.
더운데 건강 유의하고
활기찬 하루 되세요
기억의 실타래 하나씩 꺼내볼께요^^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가문의 수치랄 정도의
낯간지럽고 챙피한 글은
남에게 희열을 안겨다 주기에
그러한 글을 기다립니다~ㅎ
헐..사위가 둘이나 있는데
가문의 수치를...ㅋ
가문의 수치정도는 아닌
개인의 흑역사들은 많이 있으니
기다려주세요
오늘 첫 강의 들어갑니다 ㅎ
평온한 하루 되세요
@늘 평화 명강의 기대됩니다!ㅎ
그때 필름 끊길때 제가
옆에 있어야 보호?? 도
해드리고 햇을낀데.
실수지마는 어떻게 보며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수도
있거덩요.
그모습을 제가 봣어며는
아주 좋을뻔 햇습니다.
다시 은총을 베풀어 주시길
ㅎㅎ
재미있어요
산사가는거 좋아하니
한번 기회되면
막걸리 나누면 좋으련만
지역이 멀어 아쉽네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 되세요
화이팅입니다
@늘 평화 전 희한한게요.
여자븐들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이 가장
인간적 본모습이고
제일 매력적으로
보이데요.
중국술 독하긴해도,
뒤가 깨끗하답니다.
중국술 저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