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겨울 삽교호는 얼어서 단단했고
제방 위에 포장집들 바람에 쿨럭이며
사람들은 앉거나 서서 멍게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
멍게는 그대로 있고 바람만 삼켰다
포장집 사이로 위쪽은 바다
부서지는 바다에서 바람은 왔고
바람으로 삽교호는 숨이 막혀가고 있다
몸은 삽교호에 두고 기웃거리는 건 바다
모두들 그랬다
바람에 밀려 그 손톱만큼의 겨울 낭만 탓에
덜덜 떨며 사람들은 걷고 걷는다
삽교호가 끝나는 곳에서 슬그머니 돌아본다
바다가 찢어진 한 귀퉁이에
겨울이 동태되어 잠시 즐긴 손톱만큼의 낭만을
손바닥 안으로 감추고
그제야 낭패감으로 바람을 둘둘 말고 서서
사람의 손으로
강이 바다로 가는 줄을 묶어 불임의 길을 만들어버린
그 길로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리고
사람들은 금성 쪽으로 가든지 안동 쪽으로 가든지 하였다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문학동네, 2022.
첫댓글 하얀 눈이 내리는 지금, 겨울은 동태되지 않은 듯요^^
겨울 바다를 보고 싶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