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족 여행
정금자
가족여행, 생각만 해도 즐겁다. 아들 딸들이 힘을 합해서 여행 준비를 했단다. 우리 내외와 아들딸 4남매, 어른이 10명이고 손주가 10명이다. 대가족인데다 손주들이 어린 편(3세~13세)이라서 설렘도 있었지만 아무일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우려도 했다.
아이들은 수주일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며 언제 가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다. 아침 9시 비행기를 타기로 하여 청주에서 새벽 4시에 떠나야만 했다. 어린 아이들을 깨워 안고 업고, 미니버스를 대절하여 공항으로 갔다. 아이들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아서인지, 여행이 좋아서인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돌아다녔다. 비행기에 올라 창밖을 내다보며 아름다운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것이 마냥 신기한지 탄성을 지른다.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멋지고 아름다운 구름들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뀌어 가면서 만들어지는 구름을 보며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다. 내 마음은 한없이 자유로워 지며 그곳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라로 즐거운 여행을 시작한다.
다섯 시간 반만의 비행 끝에 괌 비행장에 도착했다. 호텔방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괌은 미국 영토에 속해 있으며, 면적은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하고 종교는 카톨릭이 가장 많다고 한다.
주요 산업으로 관광업이 70%에 달한다고 하니 섬을 잘 이용해서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산호초와 깊은 해엽(남태평양)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안선 지역은 모래사장, 바위, 아름다운 절벽과 망그로 나무가 펼쳐져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어 파도가 거의 없고 바닷물이 아주 깨끗하다 여러 가지의 오락시설도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다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화롭게 꾸며 놓았다. 열대식물이며 아름다운 꽃, 잘 가꾸어진 잔디, 바라만 봐도 가슴 속까지 시원한 바다, 하늘이 주신 천혜의 자연을 잘 이용한 듯 하다.
식당도 뷔페에서부터 일식, 중식, 레스토랑까지 여러 식당으로 나누어져 있어 입맛대로 먹을수 있다. 호텔에 오자마자 아이들이 2시간정도 물놀이를 하고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만족해 한다. 함께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두 번째 날은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관광을 하기로 했다. 마침 기사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길옆 산 쪽에 여기저기 굴을 보여주며 방공호라 한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징용으로 끌고 와 굴을 파게 했다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의 이 길, 건축물 등 섬을 만드는데 우리 민족의 고통과 슬픈 사연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아파왔다. 수많은 사람에게 죽음의 고통과 슬픔만 안겨주는 이 전쟁을 평화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관광이라야 작은 섬이라 별로 볼거리는 없고 전설에 내려오는 사랑의 절벽이 유명하다. 이 곳은 한 연인이 이루지 못할 사랑을 위해 도망치다 절벽에서 머리칼을 함께 묶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러부 스토리다. 괌을 찾는 신혼 부부들은 대부분 사랑을 다짐하기 위해 이곳을 반드시 찾는다고 한다. 괌이 333년 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다고 하는데 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유일한 흔적이 바로 스페인 광장이다 이곳은 산책하기에 좋은 공원 정도로 보인다.
바로 옆에 아가나 대성당이 있다. 괌 최대의 성당이자 북마리나 제도의 모든 교회를 총괄하는 본당으로 아름다운 양식의 건축물로 손꼽힌다. 휴식시간을 갖게 되어 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미사 집전을 하고 있어서 잠시나마 참여할수 있었다. 미사 중에 징용으로 끌려가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를 했다.
오후에 아이들과 같이 바닷가에 나오니 어른이나 어린이나 다 좋아들 한다. 가족끼리 배를 타고 노도 저어보고 모터보트를 타고 멀리 달려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수영을 하기도 하고, 깨끗한 물속의 고기를 잡기도 한다. 아주 어린 손자 손녀는 바닷가 모래 사장에 준비되어 있는 장난감으로 모래장난에 흠뻑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막내딸의 손자가 노 젓는 배에 탔다가 배가 뒤집혀서 물에 빠졌다. 큰일 난 것처럼 놀라 울면서 야단이다. 물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짜다고 한다. 바닷물이 짠 것을 처음 안 것 같다. 우리 내외는 애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만 보아도 즐겁다. 오랜만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발장구를 쳐 보지만 옛날 같지가 않았다. 괜히 멋쩍어 지는 기분이다. 나이 탓일까? 조금은 마음이 쓸쓸해 진다. 이곳은 리조트와 수영장이 이어져있어 이용하기 편리하고 모래가 부드럽고 산호초가 없어 수영하기에 좋다
식당에서 가족들이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접한다고 우유 갖다 주는 놈, 과일 가져다 주는 놈,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이 수영할 때 우리 내외는 잘 가꾸어진 정원과 열대 나무 숲의 산책길을 걸으며 우리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아들딸들이 내 품안에 있을 때 가족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노부모도 계시고 여러 가지가 여의치 않아 못했다는 이야기며, 애들 키울 때 외식도 생일이나 졸업, 입학, 등과 같은 기념일에나 겨우하며 풍족하게 못해줘서 속상했던 일도 떠오른다 기차를 타고 아이 셋과 함께 망상 해수욕장에 가서 재미있게 놀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와서 열차 타던 일. 신탄진 강가에 놀러가서 큰일날 뻔 했던 일들이 벌써 수십년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 이렇게 손자들까지 데리고 여행을 하게되어 행복하다고, 부모님들께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시켜 드려서 죄송하다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남편에게 건강이 좋지 못해 늘 미안했는데 신경많이 써 주고 격려 해주어서 고맙다는 등 평소에 하지 못한 말도 하였다. 남편은 나에게 치매 시어머니 오랫동안 잘 모셔 주고 애들 사남매 잘 키워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이제는 서로 건강 잘 지키고 이웃의 삶도 돌아보며 살자고 하였다. 자연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여유롭게 정화시켜주는 마술인것 같다.
이날 저녁은 식사를 하면서 좌석 아래 물 가운데 무대에서는 민속놀이와 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고 물 위엔 작은 배를 띄우고 노래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름답고 줄거운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식사를 하고 둘이서 바닷가로 나왔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적한 느낌마저 든다. 불빛이 은은한 바닷가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먼 하늘을 바라보니 다른 나라에서 보는 달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반갑다.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거닐며 결혼전 꿈꾸던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어렵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돛단배를 타고 순항을 했다는 생각으로 지금 행복 하다고 했다
마지막 날이 되어 오늘 오후에 집에 간다고 하니 손자 녀석이 하룻밤 더 자고 가면 안 되느냐고 조른다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집에 가야한다고 하니까 다들 좋아한다 할머니가 이곳에 집 한 채 사가지고 너희들 방학 때마다 놀러오게 하면 어떨까 하니 모두 손뼉을 치며 좋다고 환호한다.
3박 4일간의 꿈같은 여행이 지나갔다. 자녀들이 장성하여 일가를 이루어 대가족이 함께 한 여행이라 뜻 깊었다. 가슴 속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여행에서 하기로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