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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解說(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해설)
〈지락至樂〉편의 편명은 제1장의 첫 번째 구句인 ‘천하유지락天下有至樂’에서 ‘지락’ 두 글자를 취한 것으로, 그 뜻은 ‘더 이상以上이 없는 최고의 쾌락’을 말한다. 이 〈지락至樂〉편에서는 만물의 자연성自然性에 따르는 허심무위虛心無爲의 처세處世가 인간에게 지복至福(지락至樂)을 갖다주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무위無爲가 곧 지락至樂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사람들이 중시하는 부富․귀貴․수壽․선善 등의 쾌락快樂이, 실은 빈貧․천賤․요夭․악惡과의 관계 속에서의 상대적인 가치를 갖는데 불과한 한정적限定的인 즐거움인데 비하여, 상대적인 가치를 초월한 무위無爲의 경지인 무락無樂이야말로 최고 지상의 쾌락임을 주장하고 있다.
제2장에서 제6장까지의 다섯 우화寓話는 모두가 흥미 만점의 것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제2장 장자莊子의 아내가 죽었을 때의 이야기가 유명하고, 제4장 장자莊子와 해골과의 ‘촉루문답髑髏(해골)問答’은 ≪장자莊子≫를 논하는 사람들의 입에 지금도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 〈지락至樂〉편의 내용이나 문장에 대하여는 〈선성繕性〉․〈외불外物〉․〈양왕讓王〉의 3편과 함께 〈소요유逍遙遊〉편을 포연布衍(벌여서 넓히다)한 것이라 하는 이도 있고, 내편의 〈제물론齊物論〉․〈대종사大宗師〉편과의 관련이 느껴진다고 하는 이도 있는 등 이 〈지락至樂〉편과의 관련이 지적되는 편명篇名의 지적은 학자에 따라 이설異說이 분분하다.
이장은 편의상 두 단락으로 나누어 읽는다.
첫 번째는 세상에 진정한 즐거움이란 있는 가, 없는가? 선이란 것이 진실로 있는가, 없는가? 사람들이 중시하는 부富․귀貴․수壽․선善 등의 쾌락快樂이, 실은 빈貧․천賤․요夭․악惡과의 관계 속에서의 상대적인 가치를 갖는데 불과한 한정적限定的인 즐거움인 것을 말하고,
두 번째는 상대적인 가치를 초월한 무위無爲의 경지인 무락無樂이야말로 최고 지상의 쾌락임을 말한다.
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第1章-1(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제1장-1)
천하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가 없는가. 내 몸을 편안히 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없는가. 이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머물며, 무엇에 나아가고 무엇을 떠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는가. 무릇 천하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부귀富貴와 장수와 명예이고, 좋아하는 것은 몸이 편안한 것과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과 미색과 음악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은 빈천貧賤과 요절과 악평이고,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은 몸이 편안하지 못하며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며 몸에 예쁜 옷을 걸치지 못하며 눈으로 미색을 보지 못하며 귀로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크게 근심하고 두려워하는데 이런 것들을 가지고 몸을 기르는 것은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무릇 천하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부귀富貴와 장수와 명예이고, 좋아하는 것은 몸이 편안한 것과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과 미색과 음악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은 빈천貧賤과 요절과 악평이고,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은 몸이 편안하지 못하며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며 몸에 예쁜 옷을 걸치지 못하며 눈으로 미색을 보지 못하며 귀로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크게 근심하고 두려워하는데 이런 것들을 가지고 몸을 기르는 것은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열사烈士는 천하 사람들로부터 선善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자신의 몸을 살리지는 못하였으니, 나는 알 수 없구나. 〈세상에서 말하는〉 선善이라는 명예가 정말로 선善인가 아니면 참으로 선善이 아닌 것인가. 만일 그것을 선善이라고 한다면 〈선善이라는 것이〉 자신의 몸조차 살리기에 부족한 것이 되고, 만일 그것을 불선不善이라고 한다면 〈불선不善이란 것이 자신의 몸을 살리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을 족히 살린 것이 된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군주에게〉 충간忠諫을 했을 때 군주가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뒷걸음쳐 물러나 임금과 다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 오자서伍子胥는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억지로 선善을 강요하여 그 결과 자신의 몸을 해쳤다. 만약 그때 선善을 강요하여 다투지 않았더라면 〈열사烈士라는〉 명예가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선善이란 진실로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天下 有至樂 無有哉 有可以活身者 無有哉
今 奚爲奚據 奚避奚處 奚就奚去 奚樂奚惡
(천하에 유지락가 무유재아 유가이활신자아 무유재아
금에 해위해거며 해피해처며 해취해거며 해요해오오)
천하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는가 없는가. 내 몸을 편안히 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없는가.
이제 무엇을 하고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피하고 무엇에 머물며, 무엇에 나아가고 무엇을 떠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는가.
☞ 유지락有至樂 무유재無有哉 : 이 세상에 절대의 즐거움이 있는지 없는지 가설해서 묻는 말. 지락至樂은 지극한 기쁨, 최고의 즐거움. 지至는 지극함[극極], 락樂은 기쁨[환歡].
☞ 유가이활신자有可以活身者 무유재無有哉 : 가이활신可以活身의 도道가 있는지 없는지 묻는 내용이다. “우주 안에 지극한 환락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 목숨을 편안하게 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느냐고 말한 것이다.”(成玄英)
☞ 금해위해거今奚爲奚據 : 해奚는 하何와 같다. 해위奚爲의 위爲와 해거奚據의 거據는 상반되는 의미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내용.
☞ 해피해처奚避奚處 해취해거奚就奚去 해요해오奚樂奚惡 : 피避와 처處, 취就와 거去, 요樂와 오惡는 각각 상반된 뜻.
夫天下之所尊者 富貴壽善也 所樂者 身安厚味美服好色音聲也
所下者 貧賤夭惡也 所苦者 身不得安逸 口不得厚味 形不得美服
目不得好色 耳不得音聲 若不得者 則大憂以懼 其爲形也 亦愚哉
(부천하지소존자는 부귀수선야요 소락자는 신안후미미복호색음성야요
소하자는 빈천요악야요 소고자는 신부득안일하며 구부득후미하며 형부득미복하며
목부득호색하며 이부득음성이니 약부득자인댄 즉대우이구하나니 기위형야 역우재라)
무릇 천하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부귀富貴와 장수와 명예이고, 좋아하는 것은 몸이 편안한 것과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과 미색과 음악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은 빈천貧賤과 요절과 악평이고,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은 몸이 편안하지 못하며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며 몸에 예쁜 옷을 걸치지 못하며
눈으로 미색을 보지 못하며 귀로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크게 근심하고 두려워하는데 이런 것들을 가지고 몸을 기르는 것은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 부귀수선富貴壽善 : “천하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유하여 재물과 보배가 충분한 것, 신분이 귀하여 영화를 극진히 누리는 것, 수명이 긴 것, 아름다운 명성이 영예롭게 드러나는 것이다.”(成玄英)
☞ 신안후미미복호색음성身安厚味美服好色音聲 : 신안身安은 사지四肢의 안일安逸을 의미한다. 후미厚味는 맛있는 음식. 미복美服은 예쁜 옷, 호색好色은 미색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뜻한다. 음성音聲은 아름다운 음악소리.
☞ 소하자所下者 : 사람들이 아래로 여기는 바의 것, 즉 천시賤視하고 싫어하는 것.
☞ 신부득안일身不得安逸 : 몸이 편안하지 못함.
☞ 약부득자若不得者 : 자者는 여기서는 가정假定 또는 조건條件을 나타내는 조자助字.
☞ 대우이구大憂以懼 : 이以는 차且와 같다.
☞ 기위형야其爲形也 : 기其는 앞에 나온 안일安逸, 후미厚味, 미복美服, 호색好色, 음성音聲 따위를 지시한다.
夫富者는 苦身疾作 多積財而不得盡用 其爲形也 亦外矣
夫貴者 夜以繼日 思慮善否 其爲形也 亦疏矣
人之生也 與憂俱生 壽者惛惛 久憂不死 何苦也 其爲形也 亦遠矣
(부부자는 고신질작하야 다적재이부득진용하나니 기위형야 역외의라
부귀자는 야이계일하야 사려선비하나니 기위형야 역소의라
안지생야 여우구생이어늘 수자는 혼혼하야 구우불사하나니 하고야오 기위형야 역원의라)
무릇 부자富者는 몸을 괴롭히고 재빠르게 일하여 재물財物을 많이 축적蓄積하지만 다 쓰지도 못하니 그 몸을 기르는 방법치고는 또한 빗나간 짓이다. 무릇 신분이 귀한 자는 밤으로 낮을 이어서 쉴 틈도 없이 정치政治의 선악을 따지느라 마음을 썩이니 그것을 가지고 몸을 기르는 것은 또한 소원疏遠한 일이다. 사람의 삶은 근심과 함께 살아가는데 장수하는 사람은 정신이 흐린 상태에서 오래도록 근심하면서 죽지도 않으니, 이 무슨 괴로움인가. 그것을 가지고 몸을 기르는 것은 또한 멀리 빗나간 일이다.
☞ 고신질작苦身疾作 : 질작疾作은 재빠르게 일한다는 뜻. 심신心身을 혹사酷使하면서 노력한다는 뜻.
☞ 다적재이부득진용多積財而不得盡用 : 막대한 재물을 축적하면서도 스스로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뜻.
☞ 역외의亦外矣 : 외外는 핵심과 어긋난 그릇된 행위라는 뜻으로, 역외의亦外矣는 아래의 역소의亦疏矣, 역원의亦遠矣와 같은 뜻. 외의外矣는 내의內矣의, 소의疏矣는 밀의密矣의, 원의遠矣는 근의近矣의 반의어反義語.
☞ 야이계일夜以繼日 : 밤낮없이 일한다는 뜻.
☞ 사려선비思慮善否 : 끊임없이 일이 잘 될지 안 될지를 따진다는 뜻. 선善은 일이 잘 성사된다는 뜻이고, 비否 즉 악惡은 그 반대의 뜻이다. 부정한다는 뜻으로 쓰는 부否는 악惡의 뜻으로 쓸 때는 음音이 ‘비’.
☞ 수자혼혼壽者惛惛 : 혼혼惛惛은 혼혼昏昏과 같은, 어둡다는 뜻으로 정신이 흐린 모습, 또렷하지 못한 모양.
烈士 爲天下見善矣 未足以活身 吾未知 善之誠善邪 誠不善邪
若以爲善矣 不足活身 以爲不善矣 足以活人
故曰 忠諫不聽 蹲循勿爭
故夫子胥爭之 以殘其形 不爭名亦不成 誠有善 無有哉
(열사는 위천하견선의나 미족이활신하나니 오미지케라 선지성선야아 성불선야아
약이위선의인댄 부족활신이오 이위불선의인댄 족이활인이로다
고로 왈 충간을 불청이어든 준순물쟁이라하나니
고로 부자서쟁지하야 이잔기형하니 부쟁이면 명역불성하나니 성유선가 무유재아)
열사烈士는 천하 사람들로부터 선善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자신의 몸을 살리지는 못하였으니, 나는 알 수 없구나. 〈세상에서 말하는〉 선善이라는 명예가 정말로 선善인가 아니면 참으로 선善이 아닌 것인가.
만일 그것을 선善이라고 한다면 〈선善이라는 것이〉 자신의 몸조차 살리기에 부족한 것이 되고, 만일 그것을 불선不善이라고 한다면 〈불선不善이란 것이 자신의 몸을 살리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을 족히 살린 것이 된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군주에게〉 충간忠諫을 했을 때 군주가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뒷걸음쳐 물러나 임금과 다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 오자서伍子胥는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억지로 선善을 강요하여 그 결과 자신의 몸을 해쳤다. 만약 그때 선善을 강요하여 다투지 않았더라면 〈열사烈士라는〉 명예가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선善이란 진실로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 열사烈士 : 절의節義(절개節槪•節介와 의리義理)에 몸을 바친 사람.
☞ 위천하견선의爲天下見善矣 : 위천하소선의爲天下所善矣와 같다. 곧 천하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다는 뜻. 견見은 피被와 같다. 피동被動을 나타내는 조자助字로도 쓰임.
☞ 선지성선야아善之誠善邪 성불선야誠不善邪 : 세상에서 말하는 선善이 정말 선善인지 아니면 선善이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
☞ 약이위선의若以爲善矣 부족활신不足活身 : 선善이라 하자니 그런 행위가 자신의 몸조차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서는 선善이라 할 수 없음.
☞ 이위불선의以爲不善矣 족이활인足以活人 : 불선不善이라고 규정하자니 그런 행위가 비록 자신의 몸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을 살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서는 불선不善이라 할 수 없음.
☞ 준순蹲循은 뒷걸음쳐 물러남.
☞ 자서쟁지子胥爭之 이잔기형以殘其形 : 쟁지爭之의 쟁爭은 말을 듣지 않는 오왕吳王 부차夫差와 선善을 요구하며 간쟁諫爭(말로써 굳게 간諫하여 실수失手를 바로잡고 잘못을 고치게 함)하였다는 뜻. 잔殘은 해친다는 뜻. 오자서는 이름은 원員, 자서子胥는 자字. 춘추시대 초나라의 대부였던 오사伍奢의 둘째 아들. 오자서에 관한 이야기는 〈거협胠篋〉편과 〈외편外物〉편에도 나온다.
莊子 外編 18篇 至樂篇 第1章-2(장자 외편 18편 지락편 제1장-2)
지금 세속 사람들의 행동과 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살펴볼 때〉 나는 또 알지 못하겠구나. 그 즐거움이란 것이 과연 즐거운 것인가, 아니면 과연 즐겁지 아니한 것인가. 내가 저 세속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것을 살펴볼진댄 온 세상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달려가는 것이 죽을 둥 살 둥 마치 장차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 없어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즐겁다’고 하는 것을, 나는 그게 즐거운 줄 모르겠고 그렇다고 해서 또한 그것을 즐겁지 않은 줄도 모르겠으니 과연 정말 즐거움이란 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나는 생각건대 무위無爲라야만 참으로 즐거울 것이니, 이 무위無爲는 또 세속 사람들은 크게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이고 최고의 명예는 명예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천하의 시비是非에 관한 판단은 결국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무위無爲의 태도를 지켜야만 비로소 시是와 비非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니 지극한 즐거움은 자신의 몸을 살릴 수 있으니 오직 무위를 지켜야만 거의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시험 삼아 말해보겠다. 하늘은 무위無爲하는지라 그로써 맑음을 유지하고, 땅은 무위無爲하는지라 그 때문에 〈요동 없이〉 편안하다. 그 때문에 하늘과 땅, 이 둘의 무위無爲가 서로 합쳐야만 비로소 만물이 모두 생성 변화하여 황홀한 가운데 어디서부터 생성되어 나오는지 알 수 없으며, 홀황惚恍한 가운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만물이 무성하게 퍼져 나가는 것이 모두 무위無爲로부터 번식한다. 그 때문에 말하기를, 천지는 무위無爲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해낸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그 누가 무위無爲할 수 있을 것인가.
今俗之所爲 與其所樂 吾又未知樂之果樂邪 果不樂邪
吾觀夫俗之所樂 擧群趣者 誙誙然如將不得已
而皆曰樂者 吾未之樂也 亦未之不樂也 果有樂 無有哉
吾以無爲 誠樂矣 又俗之所大苦也
故曰 至樂無樂 至譽無譽
(금속지소위와 여기소락을 오는 우미지락지과락야아 과불락야아
오관부속지소락한댄 거군취자 경경연여장부득이하나니
이개일락자를 오미지락야하며 역미지불락야하노니 과유락가 무유재아
오는 이무위라야 성락의로니 우속지소대고야로다
고로 왈 지락은 무락하고 지예는 무예라하나니라)
지금 세속 사람들의 행동과 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살펴볼 때〉 나는 또 알지 못하겠구나. 그 즐거움이란 것이 과연 즐거운 것인가, 아니면 과연 즐겁지 아니한 것인가.
내가 저 세속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것을 살펴볼진댄 온 세상 사람들이 무리 지어 달려가는 것이 죽을 둥 살 둥 마치 장차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 없어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즐겁다’고 하는 것을, 나는 그게 즐거운 줄 모르겠고 그렇다고 해서 또한 그것을 즐겁지 않은 줄도 모르겠으니 과연 정말 즐거움이란 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나는 생각건대 무위無爲라야만 참으로 즐거울 것이니, 이 무위無爲는 또 세속 사람들은 크게 고통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 것이고 최고의 명예는 명예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거군취자擧群趣者 : 거擧는 개皆와 같고, 온 세상 사람들[거세지인擧世之人]이라는 뜻. 취趣는 달려간다는 뜻으로 추趨와 같다.
☞ 경경연여장부득이誙誙然如將不得已 : 경경誙誙은 세상 사람들이 앞 다투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말, “곧장 앞으로 달려가 그치지 않는 모양이다.”(赤塚忠), “죽음으로 달려 나아가는 모양”(成玄英)
☞ 오미지락야吾未之樂也 역미지불락야亦未之不樂也 : ‘오미지지락야吾未知之樂也 역미지지불락야亦未知之不樂也’로 보는 것이 적절≪莊子闕誤(陳景元)≫. 여기서 락樂은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뜻.
☞ 오이무위성락의吾以無爲誠樂矣 : 以는 한 글자만으로 ‘생각건대’의 뜻이 된다.
☞ 지락무락至樂無樂 지예무예至譽無譽 : 지락至樂은 세속의 즐거움이 없고, 지극한 명예는 세속적인 명예가 없다는 뜻.
天下是非 果未可定也
雖然 無爲可以定是非 至樂活身 唯無爲幾存
(천하시비를 과미가정야로대
수연이나 무위 가이정시비니 지락활신은 유무위아 기존이니라)
천하의 시비是非에 관한 판단은 결국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무위無爲의 태도를 지켜야만 비로소 시是와 비非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니 지극한 즐거움은 자신의 몸을 살릴 수 있으니 오직 무위를 지켜야만 거의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 무위無爲 가이정시비可以定是非 : 시비를 잊어버려야만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
☞ 지락활신至樂活身 : “무릇 지극한 즐거움은 즐거움이 없는지라 늘 마음에 꼭 맞아서 근심이 없어 몸과 마음을 기르고 살릴 수 있으니 천수를 끝까지 누릴 수 있다.”(成玄英)
☞ 유무위唯無爲 기존幾存 : 기幾는 ‘거의’. 존存은 생존, 보존의 뜻.
請嘗試言之 天無爲以之淸 地無爲以之寧
故兩無爲相合 萬物皆化 芒乎芴乎 而無從出乎
芴乎芒乎 而無有象乎 萬物職職 皆從無爲殖
故曰 天地無爲也 而無不爲也 人也孰能得無爲哉
(청상시언지하노라 천무위라 이지청하며 지무위라 이지녕하니
고로 양무위 상합이라야 만물이 개화하야 황호홀호 이무종출호며
홀호황호 이무유상호라 만물직직이 개종무위식하나니
고로왈 천지는 무위야 이무불위야라하나니 인야는 숙능득무위재오)
시험 삼아 말해보겠다. 하늘은 무위無爲하는지라 그로써 맑음을 유지하고, 땅은 무위無爲하는지라 그 때문에 〈요동 없이〉 편안하다.
그 때문에 하늘과 땅, 이 둘의 무위無爲가 서로 합쳐야만 비로소 만물이 모두 생성 변화하여 황홀한 가운데 어디서부터 생성되어 나오는지 알 수 없으며,
홀황惚恍한 가운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만물이 무성하게 퍼져 나가는 것이 모두 무위無爲로부터 번식한다.
그 때문에 말하기를, 천지는 무위無爲함으로써 무슨 일이든 해낸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은 그 누가 무위無爲할 수 있을 것인가.
☞ 천무위天無爲 이지청以之淸 지무위地無爲 이지녕以之寧 : 녕寧은 동요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뜻. ≪노자老子≫ 제39장에서 “하늘은 하나를 얻어서 맑음을 유지하고 땅은 하나를 얻어서 편안함을 유지한다.”고 한 말과 거의 비슷한 맥락. “모두 저절로 맑고 편안한 것이지 무엇을 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郭象)
☞ 황호홀호芒乎芴乎 : 황홀해서 구체적인 모습을 표현할 수 없음. 황芒은 황恍과 같은 뜻으로 어두워 분명히 알기 어려운 모습, 홀芴은 흐리멍덩하여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
☞ 무종출호無從出乎 : 무無는 종출從出 즉 어디로부터[종從] 생성되어 나오는지[출出] 확실한 모습이 없다는 뜻. 곧 어디서부터 생성되어 나오는지 알 수 없음이니 역시 천지 무위의 도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알 수 없다는 뜻. 호乎는 무의미한 조자助字. 무유상호無有象乎의 호乎도 같다.
☞ 만물직직萬物職職 : 직직職職은 번식繁植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