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사건이라는 용어는 법률가들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쓰이던 간에 ‘언젠가는 터진다.’라는 것이 폭탄돌리기의 결론입니다. 그리고 내가 폭탄을 들고 있을 때는 안 터질 것이라고 신실하게 믿는 것이 폭탄이 돌아가는 원동력입니다. 예전에 했던 사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강원도의 모 관광호텔을 어떤 사람이 인수하면서 등기 관련된 모든 서류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등기는 한 번도 이루어 진적이 없습니다. 중간과정에서 매도 대금이 돈이 아닌 부동산으로 교환하는 계약까지 체결되었습니다. 관광호텔의 소유자도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태로 상당한 시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간 단계에 있던 계약자가 계약을 결국 이행하지 않아, 계약 전체가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6-7명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고, 관련된 소송 건수만 10여 건에 이르게 되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중간 단계에 있던 인수자들이 사는 지역이 제각각이다 보니, 서울, 강릉, 춘천, 성남, 의정부의 다섯 개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진기한 상태가 발생했습니다. 재판 기간도 2년을 넘어가게 되었고, 당사자들도 매우 지쳐갔습니다. 민사소송 뿐 아니라, 사기죄, 사문서위조죄, 폭행죄, 공갈죄 등 각종 고소가 난무하여 당사자들은 경찰서에서 상당히 요주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중간생략등기와 교환계약의 유효성 부분이었습니다. ‘중간생략 등기’라는 용어는 법률용어 이지만, 대략적으로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최초 양도인 - 중간 취득자 - 최종취득자로 등기가 이전되어야 하는데, 중간 취득자의 등기가 없이 최초양도인 - 최종취득자로 등기가 직접 이전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중간에 등기가 생략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간생략등기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중간 취득자는 사실상 부동산 매물을 중개만 해주고, 거액의 수수료를 세금 없이 챙기는 것입니다. 당연히 우리 법률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서는 형사처벌을 했지만, 중간생략 등기로 넘어간 매도행위 자체(사법상 효력)는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실명제법이라고 불리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는 중간생략등기 자체가 무효라고 봅니다.
예전에 부동산 경기가 좋고 자금회전이 원활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때는 사고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요즘 중간생략 등기와 관련된 사고의 경향은 매수 당사자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물물교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물물교환 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가격이 맞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정말 좋은 부동산이라면 물물교환으로 넘기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기꾼’이라고 생각되는 일부 토지브로커들이 좋은 매물을 확보하여 수수료를 받고 넘긴 후에 자신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나온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최초의 부동산인 관광호텔의 소유자였습니다. 이 분은 자신이 잘 운영하던 호텔도 빼앗기고, 대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데다 수년 간 법정과 경찰서를 드나들다보니 건강도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승소를 했는데도, 큰 손해만 보고 상처만 남았습니다.
이런 사건이 터진 경우 피해자들에게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물어봅니다. 피해자들은 “세금 좀 아껴 보려고 그랬습니다.”, “괜찮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 등 여러 가지 변명 아닌 변명들을 합니다. ‘중간생략등기’는 매우 여러 가지 상황이 있고, 굉장히 어려운 법률적 쟁점이 있습니다. 판례나 법률은 중간생략등기를 원천 봉쇄하는 쪽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법적인 절차에서 어느 하나가 생략되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작은 돈을 아끼려고 불법을 감행하다가 잘못하면 더 큰돈을 잃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