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뚱뚱한 여자 이야기
작가: 햐핑 (mulanping@hanmail.net)
출처: http://cafe.daum.net/pingping (소설 밤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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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지글~쩝쩝~~~
꼴통이 열심히 고기를 구우면서 먹는 소리다.
학원이 끝나자 마자 어제 너무 많은 에너지를 국가와 민족에게 헌납했다며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혼자서 무려 4인분째 먹고 있다. ㅡ.ㅡ
그래도 기분 좋게 봐주기로 했다.
꼴통의 말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생하다 왔는데 이 정도도 못해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하루사이에 얼굴이 좀 거칠어 진 것 같기도 했다.
-오빠 근데 가서 어떤 훈련했어?
꼴통은 입 속에 넣고 있는 고기를 다 씹어 삼키고 나서야 말했다.
-4시간동안 비디오 봤어 지겨워서 죽는 줄 알았다.
부르르!!~~~ 왜 이렇게 숟가락잡고 있는 손이 떨리는지
ㅡ.ㅡ 그럼 지금 4시간동안 비디오보고 와서 국가와 민족에게
에너지를 헌납했다고 저렇게 연실 고기를 쓸어버리고 있다는 말인가
언제쯤 꼴통은 제대로 된 말을 하는 인간이 되려나
-꼴통! 사기 좀 치지마!!!
라고 시원스럽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꼴통에게 당하면서 습득된 지식과 경험들이 말리고 있었다.
그때 미팅에서 만났던 파트너에게 문자가 왔다.
지금 만나잖다.
호곡...^^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애프터 신청>?!!!
근데 어쩌지? 꼴통이 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죄송해요 일이 있어서요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하루 동안만 놀기로 하고 나간 자리였고
지금은 꼴통이 무려 4시간이나 비디오를 보는 강행군의 훈련을 마치고
무사 귀환한 후라서 더더욱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배부르다.
한참을 먹던 꼴통이 비어있는 불판을 내려다보며 나를 쳐다봤다.
역시 거지왕초다웠다.
결국 꼴통은 앉은자리에서 5인분을 해치우고야 배를 두드리며 아예 바닥에 누워버렸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좀 창피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힘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소리 안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난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는 꼴통의 시선을 우연히 따라가다 보니
종업원들의 짧은 유니폼이 보였다.
윽! 진짜 변태!
ㅡ.ㅡ 꼴통은 진짜 색마변태 다운 기질을 고기 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꼴통의 색마변태 기질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개망신 중에 특급 개망신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고기 집을 나왔다.
꼴통은 소화시킨다면 이리저리 나를 또 질질 끌고 다녔다.
- 오빠 지금 뭐하는 거야?
- 산책
ㅡ.ㅡ 가끔씩 꼴통에 전화를 하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고 했는데
그럼 내가 그 개의 역할을.....
죽여버리겠어! 꼴통!
- 내가 개냐?
열 받은 김에 한마디 소리를 질렀더니 꼴통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이번만은 참을 수 없었다.
꼴통! 너 오늘 잘못 걸렸어!
-개냐고?
꼴통이 아무 말 못하자 탄력 받은 나의 목청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한참을 아무 말 못하고 쳐다보던 꼴통이 한마디했다.
-미쳤냐? 좀 둘러봐라
뭔 소리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ㅡ.ㅡ 이런 개망신이 있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마치 원숭이 구경하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지나가던 애완용 개들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마치
-쟤도 진짜 개냐?
-너도 개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절대 꼴통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이 불안감들은 뭐지..
그래 순종하자 복종하고 반항하지 말자!
-참 떡대야 오늘도 술 한잔해야지
또다시 시작되는 꼴통과의 술자리 피해야만 했다.
난 더 이상 꼴통을 업고 다닐만한 체력이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머리가 빙빙 도는 고통을 맛보기 싫었다.
-오빠 오늘은 그냥 가자~~~
한번 살아 보려고 최대한 애교 섞이고 순종적인 어투로 말했다.
-안돼 오늘은 중요한 날이야
또 이 인간이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이러나 한참을 고민해 봐도 없었다.
눈과 뇌에 엄청난 피로를 주는 비디오보기 훈련을 무려 4시간이나 하고
나온 꼴통에게 어떤 건수가 있을까?
-예비군훈련 무사귀환 환영회 해야지!
그리고는 또다시 나를 질질 끌고 갔다.
꼴통네 강아지도 매일 이런 기분일까???ㅡ.ㅡ
-헉! 헉! 헉!
이제는 정말 내가 살이 빠진 게 확실했다.
처음에 꼴통을 업을 때는
번쩍! 들어서
휙! 던져 버렸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숨이 차고 힘들었다.
겨우 꼴통을 보내고 집으로 왔지만
여전히 후들거리는 다리와 쑤시는 허리 꼴통을 만지면서
몸 축나고 돈 축나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어이가 없어
천장을 보고 있는데 그 미팅남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
영화? 그럼 극장 가자는 얘기!
음~ 이제는 극장 정도야^^
하지만 어떻게 할까 또 고민됐다. 2번이나 거절할 수도 없고
그래 영화만 보는 건데 뭐!
내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까 무지하게 기분이 좋았다.
-설마 그 남자가 나한테 반했나?
난 벌떡! 일어나서 거울 앞으로 갔다.
예전보다는 진짜로 많이 변했고 내가봐도
몸의 굴곡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여자가 되어 간다고 할까?
물론 그전에도 여자였지만~~^^
나도 모르게 나르시즘에 빠져버린 여자처럼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폼을 잡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그 미팅남의 얼굴이 천장에 떡! 하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오호~ 놀라운 일이다.
가끔씩 꼴통이 나타나 경기를 일으킨 적은 있어도 다른 남자가 나타난 적은 없는데
이것도 새로운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인가?^^
그나저나 내일 꼴통에게 뭐라고 핑계를 대지...
-쾅!
오오~! 놀라웠다!
꼴통이 스트라이크를 치다니
여기는 볼링장 점심 먹고 갑자기 꼴통이 여가생활을 하자며 끌고 왔다.
물론 난 볼링 칠 줄 모른다.
그래서 꼴통이 혼자서 계속 치고 있다. ㅡ.ㅡ
골통의 들러리 인생이 어디까지 계속될는지..
-떡대야 너도 한번 쳐봐
꼴통이 그래도 미안했는지 한번 쳐보라기에 보기에는 어렵지 않아 보여서 일어났다.
-힘 좋잖아!!
다시 앉았다. ㅡ.ㅡ
결국은 나 힘 좋다는 얘기하려고 꺼낸 말이었다.
그나저나 이 인간은 언제까지 볼링을 칠 건지 시간이 갈수록
미팅남과의 약속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결국 그렇게 2시간이나 나를 들러리겸 시다바리로 앉혀놓고
여가생활을 즐기던 꼴통이 볼링공을 손에서 내려놨다.
-휴~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1시간정도가 남아서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였다.
-저녁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산다
헉! 꼴통이 저녁을 산다고?
난 잠시 아침에 일들을 기억해 봤다.
흠 역시 오늘은 동쪽에서 해가 떴는데....
-오빠 장난 치는 거지?
그래 장난 일거야 설마 꼴통이 밥을 사다니
-왜 먹기 싫어? 그럼 말던지
오호! 아닌 거 같았다.
그래 꼴통도 사람인데 염치라는 게 있고 양심이란 게 있지
어예!~ 드디어 꼴통에게 얻어먹어 보겠다.
뭘 먹을까? 그래 무지하게 비싼 거 랍스타 같은 거 먹자
저번에 보니까 카드도 있던데
그래서 준비했다!
! 꼴통 신용불량자 만들기!
꼴통! 너 딱! 걸렸어~
난 꼴통이 밥 사준다는 마음에 신이 나서 꼴통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물론 질질 끌려서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