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초중고리그 스타] 밀성초 유기환, 꿈 좇아 삼만리..서울에서 밀양으로~

[장석 파]

[초중고리그 스타] 밀성초 유기환, 꿈 좇아 삼만리..서울에서 밀양으로~ [ 2012-05-25 ]

유기환의 돌파는 수비수의 골칫거리다 ⓒ손춘근

지난 19일 경남 밀양에 위치한 밀성초 운동장. 밀성초 18번이 공을 잡자 운동장이 조용해진다. 그는 순간 스피드로 왼쪽을 돌파하더니 빠르게 공을 끊어 차며 놀라운 크로스를 선보였다.

입이 쩍 벌어지는 놀라운 플레이. 수비수를 따돌리는 스피드도 대단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90도로 방향을 틀며 크로스를 하는 능력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선제골까지 넣어 밀성초의 2-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 선수가 '2012 대교눈높이 초등부 경남중부리그'에서 득점 5위를 달리고 있는 유기환(6학년)이다. 그는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부모님의 품을 떠나 홀로 밀양까지 내려왔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유기환 ⓒ손춘근

경남 권역 뒤흔드는 작은 호나우지뉴

이날 양산초를 격파한 밀성초는 6승 1무 1패로 권역 1위를 탈환했다. 2위 상남초와 승점은 같지만 승자승 원칙으로 선두에 올랐다. 매 경기 아슬아슬한 선두 경쟁. 그 속에서 유기환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양산초전에서는 공만 잡으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지만 사실 그의 축구경력은 길지 않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5학년 말이니, 축구경력은 기껏해야 6개월 남짓.

“순발력이 있고 빠릅니다. 워낙 영리하게 공을 차서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에요. 아직은 몸이 작고 구력(축구경력)이 짧은 게 흠인데, 경기가 안 풀리면 어쩔 줄 몰라 해요. 아직 경험이 없는 거죠.” – 밀성초 김종호 감독

밀성초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유기환은 재미있게 축구를 배우고 있다. 스스로 성장을 느끼니 발전도 빠르다. 6개월 전에 시작한 선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밀성초에 왔어요. 처음에는 힘들기도 했는데, 배우면서 (실력이) 느니까 재미있어요.”

“여기에 와서 다 배운 거에요. 감독님과 코치님 덕분에 드리블을 잘하게 됐어요. 순발력이랑 볼 컨트롤이 중요해요. 이상하게 잡아서 공이 뜨면 수비수가 와서 뺏으니까, 그걸 가장 조심해야 돼요. 잡아 놓는 게 제일 중요해요.”

양산초전에서 유기환은 선제골을 넣었다 ⓒ손춘근

유기환은 어렸을 때 가끔 공원에 나가 아버지와 패스 연습을 하면서 축구에 흥미를 느꼈다. 어느 날 아버지가 ‘2002 한일월드컵’ 영상을 보여줬고, 안정환의 골든골(16강 이탈리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계기다.

“아빠가 재밌는 거 보여준다며 티비를 켰어요. 2002 한일월드컵을 보여줬는데, 안정환 선수가 헤딩골을 넣는 게 멋있어서 축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2002 한일월드컵’의 또 다른 유산 유기환. 특출난 실력을 가진 초보를 재능이라 말한다면, 유기환은 분명 재능이 대단한 선수다.

수비수를 돌파하고 있는 유기환 ⓒ손춘근

몸, 큰 꿈 “꿈이 있다면 넓은 곳으로”

커다란 앞니 때문에 ‘토끼’ 혹은 ‘호나우지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했다. 가족들을 뒤로 하고 머나먼 밀양까지 온 것도 굳은 결심에서다. 쉽지 않은 결정에는 아버지가 큰 영향을 끼쳤다.

“서울에 있는 클럽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요, 아빠가 ‘너도 꿈이 있다면 넓은 곳에서 해야 된다’라면서 초등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라고 하셔서 여기로 오게 됐어요.” – 유기환

유기환의 아버지 유상희 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거침 없이 밀양으로 내려 보냈다. 사실 유상희 씨의 지인이 밀성초를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시는 분의 아들이 여기서 공을 차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테스트를 받고 작년 10월 달에 내려와서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 유상희 씨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올라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마다 ‘네가 선택을 한 것이고, 네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봐라’라고 해서 적응이 잘 된 것 같아요. 감독님과 학부형들이 가족처럼 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유기환이 밀양까지 오게 된 데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유상희 씨의 교육철학도 크게 작용했다.

“원래 제가 득점 2위였거든요. 득점 경쟁이 치열해서 지금은 조금 떨어졌어요. 그런데 괜찮아요. 1등도 해보고 꼴찌도 해보고, 다 해봐야죠.(웃음)”

“여기 온 것도 1등만 하는 팀은 가기 싫었어요. 왜냐하면 1등도 해보고 2등도 해보고, 다 해봐야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셨거든요. 그리고 실력이 안 좋으면 1등 팀에서는 못 뛰잖아요.”

오랜만에 재회한 유상희 씨 부부와 둘째 아들 유기환 ⓒ손춘근

일찌감치 축구에 대한 꿈을 갖고 진로를 결정한 유기환. 힘든 길을 스스로 선택한 만큼 미래에 대한 꿈도 확고하다. 초등학생치고는 치밀한 계획에 감탄사마저 나올 정도다.

“우리 학교는 준결승때 비가 오면 결승에서 진다는 징크스가 있어요. 전국대회에서 계속 준우승만 하고 있죠. 이제는 1등 해야죠. 전국대회에는 많은 중학교 감독님께서 오시니까 잘하고 싶죠.”

“일단 올해 전국대회에서 잘해서 중학교에 간 다음, 고등학교는 매탄고(수원 U-18팀)나 현대고(울산 U-18팀) 같은 데를 가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대학교를 안가고 바로 프로에 가서 열심히 하고, 국가대표 선수가 돼서 유럽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키 작은 아들의 원대한 꿈을 들은 유상희 씨는 금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태권도 선수 출신의 강인한 무도가 유상희 씨. 하지만 그도 아들의 뒤에서 뜨거운 눈물을 머금은 아버지였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요. 스스로 마음을 먹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감동적이고 눈물이 나올 정도에요. 나이도 어린데 멀리까지 와서 이 정도의 꿈을 갖고 있다는 게 대견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 유상희 씨

오랜만에 밀양에 내려왔다는 유상희 씨 부부는 이날 오후 아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부모님의 사랑을 충전한 유기환은 이튿날 열린 창원초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서울에서 내려와 경남중부 권역을 휩쓸고 있는 ‘리틀 호나우지뉴’ 유기환. 맹활약의 원동력은 멀리서도 항상 지켜보고 계시는 부모님의 큰 사랑 아닐까?


글=손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