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 시원한 청풍호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수려한 금수산으로 향한다.
금수산은 월악산국립공원 최북단에 위치한 국립공원내에 포함되어 있는 산으로 예로부터 비단에 수를 놓듯 아름답다고 해서 퇴계 이황선생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전한다. 높이도 1,016m에 이르며, 멀리서 보면 산능선이 마치 미녀가 누워 있 는 것 같다고 하여 '미녀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월봉.
상천휴게소 들머리에서..
강한 햇살이 뜨겁게 내려쬐는 날씨지만 바람이 감미롭게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고 있어 산행 걸음이 가볍다. 수려한 산세를 바라보며 평일이라 조용한 전원마을들을 지나 안으로 향하는 내내 푸르른 신록만큼이나 흥에 겹다.
이곳에서 좌측으로는 용담폭포전망대를 거쳐 망덕봉으로 오르는 코스와 우측으로 금수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로 나뉘어지는데, 우리는 좌측으로 올라 금수산을 거쳐 우측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로 한다.
용담폭포. 가물어서 수량은 적었다.
화가 사석원씨는 “전국 곳곳의 폭포를 다 아우르며 낯선 산 위에 영원히 서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강한 붓질로 폭포의 소리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폭포를 보면서 부드러운 물살이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용담폭포 전망대에서..
망덕봉 오르는 길에 계속되는 계단들.
어느 정도 오르니 청풍호가 그림같이 나타난다. 멀리 월악산 영봉의 뾰족한 모습도 눈에 잡힌다.
망덕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암벽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이 따르는 길이다. 그러나 재미도 있고 청풍호를 내내 볼 수가 있어 무척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금수산의 진정한 가치는 이 코스에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청풍호를 바라보며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힌다. 이런 곳에서는 무작정 오르기보다는 여유로움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이 풍경들을 보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인걸은 간데 없어도 산수는 예나 지금이나 마음을 적시고 시공을 넘나들며 순간을 함께 한다.
且夫天地之間(차부천지지간)// 천지간의 모든 것에는 物各有主(물각유주)// 주인이 있어서 苟非吾之所有(구비오지소유)// 내 것이 아닌 것은 雖一毫而莫取(수일호이막취)// 하나라도 맘대로 가지지 못한다. 惟江上之淸風(유강상지청풍)// 다만 강 위에 부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여산간지명월)// 산 사이의 밝은 달은 而得之而爲聲(이득지이위성)//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遇之而成色(목우지이성색)// 눈으로 보면 색이 되니 取之無禁(취지무금)// 취한다고 금할 사람 없고 用之不竭(용지불갈)// 써도 끝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시조물자지무진장야)// 조물주의 무진장한 보물이구나. 而吾與者之所共樂(이오여자지소공락)// 이로써 그대와 내가 함께 즐기리라. <소동파 적벽부 중에서..>
망덕봉 구간에 바위들.
독수리바위, 족두리바위 등등.. 에메랄드빛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중앙에 월악산을 비롯해 왼쪽으로 아스라이 백두대간 마루금인 포함산, 대미산 등이 보인다.
쉬엄쉬엄 쉬어가며 2시간만에 망덕봉 정상에 오르다. 각자 가져 온 간식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그늘에서 쉰다. 채송화님이 캔맥주를 가져와 몇 모금씩 시원하게 마셨다. 한 여름 무더위 산행에선 정상에서 얼다만 맥주 한모금이 정신을 맑게 하는 법이다. 거품이 풍부해 갓 뽑은 생맥에 느낌이 난다.
망덕봉에서 금수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정상부를 잡아보았다. 이쪽에서는 미인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기엔 아리송하기도 하다.
1시간 정도되는 능선길의 부드러움을 만끽하고.. 산은 역시 능선을 걸으며 가슴을 활짝펴고 모든 만물을 포용하는 듯한 기를 받아야 제맛이 난다.
지나 온 망덕봉과 능선.
철쭉이 제철을 만난듯 화사하게 피었다. 이제 바야흐로 철쭉의 계절.. 다음주 지리산 철쭉이 기대된다.
금수산 정상. 뾰족한 바위와 소나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은근히 길었던 하산길. 더덕향기가 간간히 나서 도중에 백호님이 작은 것 하나를 채취하기도 했다.
금수산 아래 평화로운 상천마을로 다시 내려서다. 5시간20분 정도의 산행이었다.
상천휴게소 주차장 식당에서 푸짐한 점심을 했다. 도토리를 섞은 파전과 두부, 계란후라이 등을 안주 삼아 동동주로 산행의 피로를 풀었다. 메뉴에는 없지만 특별 주문으로 만들어준 음식들인데 솜씨 좋은 여사장님이 맛있게 만들어 내온다. 열무김치, 김치 등이 삼삼하고 맛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집은 지나가는 식당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덕분에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제철엔 송이와 능이를 많이 취급한다고 귀뜸을 해준다.
산채비빔밥을 4인분만 시켜 양푼에 비벼 각자 덜어 먹었다. 들기름 맛이 고소하게 향미를 더한다. 양푼에 비비니 설겆이 할 것도 별로 없다고 오히려 좋아한다.
초여름 금수산은 초록의 향연 속에 청풍호의 아름다움과 암릉의 조각미가 빛난 수작이었다. 비단에 수를 놓듯 한걸음 한걸음 올라 본 산정에서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세월만큼이나 강산도 변했을 법 한데 이제 어언 십년이 넘도록 함께 산행을 한 분들과 한결같이 아름다운 산행을 계속하고 있으니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6070세대에 이만큼 건강하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드물 것이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추억의 날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은 노을님과 공유하였습니다)
* 다녀온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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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유화 원문보기 글쓴이: 산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