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부새마을금고 산악회 구룡계곡 탐방기(2174회 산행)
2023년 7월 7일(목) 맑음
박경원 임재호 황인숙 박순옥 고부순 고만재 정윤경 김지희 외 120명 참가
구룡계곡은 글자 그대로 아홉 마리의 용이 노닐던 계곡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부터 덕치리까지 약 3.1km 구간을 굽이굽이 흐른다. 아홉 개의 구곡으로 이루어져 용호구곡으로 불리는 구룡계곡은 산수가 수려해 경치가 아름답다. 바위를 파고 내린 세찬 물줄기가 골짜기에 장식된 기암괴석과 어울려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산길은 대부분 완경사로 이루어져 힘들지 않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다. 구룡계곡은 한국의 명수 100선에 선정된 지리산의 숨은 비경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대전서부새마을금고 정기산행 날이다. 어제까지는 장맛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맑은 날씨를 보여 산행하기에 최적의 날이다. 오늘 산행에는 산악회 실무총책임자인 박경원 부회장(대전서부새마을금고 상무), 임재호 도안지점장, 황인숙 복수지점장, 고만재 산악부대장 등 128명이 참가했다.
푸른 산과 구룡계곡
박경원 부회장은 첫 대면에 누구나 호감을 느끼는 호남형이고 준족의 산꾼에다 산악회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는 젠틀맨이다. 임재호 지점장은 듬직한 체구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적 리더이고 황인숙 지점장은 아름답고 앳된 용모에 좋은 인성을 갖추었다. 마을금고를 사랑하고 업무에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을 차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1호 차에 승차한 고만재 산악부대장은 회원에게 늘 웃음과 기쁨을 선사해 그 인기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느낄 수 있어 흐뭇했다.
오전에 경남 산청에 있는 MG새마을금고역사관을 방문했다. MG새마을금고역사관은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됐고 새마을금고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3층 규모 건물에 3개의 상설전시관을 비롯하여 휴게공간, 다목적강당, 옥상정원 등의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1963년 5월 경남 산청군 생초면 한둔마을 주민들에 의해 협동조합으로 시작된 마을금고가 전국규모로 확대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어 새마을금고 60년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구룡계곡 정자 육모정에서 스트레칭을 한 다음 산행이 시작된다(12:25). 이곳부터 구룡폭포까지는 3.1Km쯤 된다. 개인적으로는 오늘이 구룡계곡 5번째 탐방이다. 육모정은 1572년 남원도호부 관내 향약계원들이 모임을 하던 장소이다. 육모정 아래는 구룡계곡 2곡 용소가 있고 위에는 춘향전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성춘향의 무덤이 자리 잡고 있다.
제3곡 학서암
차도 옆 데크 길을 따라 300m쯤 나아간 구룡계곡 탐방지원센터에서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을 시작한다. 유량이 엄청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쏴아’ 하는 광음이 귓전을 때려 상쾌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오른쪽으로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와 벗 삼아 평지와 비슷한 산길로 산에 올라간다.
먼저 출발한 회원들을 잰걸음으로 앞질러 선두에 서서 나아간다. 조금 후 3곡 학서암이 나타난다. 학이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놀았다는 이곳은 물살에 패인 바위 모양이 소나 말의 먹이를 담는 그릇인 구유를 닮아 구시소로 불린다. 구시는 구유의 전라도 방언이다. 곧이어 4곡 서암이 반긴다. 서암의 물이 쏟아지는 모습이 곡식을 까발려 불순물을 걸러내는 키를 닮아 챙이소(챙이는 키의 전라도 방언)라 불리는데 엄청난 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어 계곡 위에 놓인 다리인 구룡교와 영모교를 건너(12:42) 육모정부터 1.5Km 거리에 있는 사랑의 다리에 이른다(12:45). 여기까지는 평지와 비슷한 유순한 길이라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가 있다. 3개의 다리의 모양에도 예술미가 깃들어 있게 건설한 것이 돋보인다. 사랑의 다리에서 연인에게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본 산의 풍경은 고치고 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한 폭의 산수화였다.
사랑의 다리를 건너 3호 차에 승차한 4명의 여성 회원과 함께 구룡계곡을 왼쪽에 두고 구룡폭포를 향해 길을 재촉한다. 이제부턴 계곡 길은 조금 경사 있는 길로 바뀐다. 금방 신선이 바둑을 두고 놀았다는 유선대가 나타난다(12:48). 평평한 바위가 여러 개 펼쳐져 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쉬어가기에 좋은 장소다. 넓은 바윗돌 바닥에는 여러 개의 금이 그려져 있어 아마도 이곳에서 옛 선비들이 바둑을 두지 않았나 하고 짐작한다. 탁 트인 경관과 아름다운 물소리가 정겹다.
곧이어 기암절벽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란 뜻을 갖은 6곡 지주대에 이른다(12:53). 계속하여 지주대 출렁다리를 건너 조금 급해진 산길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쏟아지는 깎아지른 암석층을 만난다(13:01). 반월봉에서 암벽을 타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비폭동으로 불린다. 심오한 계곡미가 눈길을 사로잡는 비폭동은 식사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물에 손과 발을 담그며 아름다운 경관을 질리도록 감상할 수가 있다.
비폭동서 구룡폭포 가는 길은 급경사 데크 계단으로 이어진다. 어렵지 않게 꼭대기인 장군바위에 올라선 다음 하늘을 놀라게 한다는 바위 절벽인 8곡 경천벽 안내판을 지나 구룡계곡의 백미라 불리는 제9곡 구룡폭포에 4명의 회원과 함께 닿는다(13:21). 구룡폭포는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다. 길이가 무려 40m나 돼 지리산에서 쌍계사 위에 있는 불일폭포 다음으로 큰 폭포이다. 물과 바위가 어울려 빚어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이 농축된 구룡폭포를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특히 구룡폭포에서 수많은 명창이 소리를 공부하고 득음을 했다고 한다.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풍류를 잘 나타내주는 음악이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판소리의 양대 산맥인데 동편제를 창시한 조선 시대 판소리의 으뜸가는 명창 송홍록 선생이 득음했다고 전해지는 구룡폭포는 소리꾼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오늘은 종일토록 하염없이 물만 바라보고 싶은 날이다. 물은 이 땅 모든 생명의 젖줄이 되고 둥지가 된다. 물은 모든 것을 다 포용해 어떤 물도 사양 않고 다 받아들인다. 그래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고 한다.
모든 생명의 젖줄이 되고 둥지가 되는 물
구룡계곡 트레킹은 평안하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아름다운 산행이다. 깨어 있는 마음을 발달시킬 기회라는 오늘의 산행은 자연과 하나가 돼 세속의 시름을 날려버리고 내 마음을 휘어잡는다. 또 푸른 산과 계곡물의 시끄러움은 나의 뇌리에 오랫동안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