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기양산(岐陽山·705m)과 수선산(修善山·683m)은 두 봉우리를 잇는 능선이 구미와 상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 경계능선으로 기양지맥이 지나고, 두 봉우리 사이의 능선은 고도차가 그리 심하지 않고 매끈하게 뻗어있어 걷기 편한 편이다.
기양지맥이란 백두대간 국수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백운산, 기양산, 수선산, 신산을 거쳐 감천이 낙동강에 합수하는 구미시 선산읍 원리 서원마을에서
맥을 다하는 약 46km의 산줄기이다.
이번 산행은 수다사를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다.
기양산은 연악산(淵岳山)으로도 불린다.
수다사 등산 안내도에는 기양산이 연악산으로 표시돼 있고, 기양산은 다른 곳에 표시돼 있는 등 혼란스럽다.
정상에는 구미쪽 무을면발전회에서 세운 ‘연악산’ 표석과 상주 쪽 자연보호 청리면협의회에서 세운 ‘기양산’ 표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기양산 표석 뒷면에는 일명 ‘조양산’이라고도 쓰여져 있다.
구미에서는 연악산, 상주에서는 기양산, 산 아래 마을에서는 조양산으로 부른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그래도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기양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그대로 따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수다사(水多寺)는 신라 시대 진감국사가 연악산(淵岳山) 정상에 흰 연꽃이 핀 것을 보고 창건했다고 한다.
그래서 창건 당시엔 연화사로 불렸고, 열길이 될까말까한 백길바위는 전설에 따라 백련봉(白蓮峰)으로 부르고 있다.
창건 이후 여러 차례 화재와 홍수로 중건을 거듭하다 조선 선조 때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중건한 뒤 이름도 수다사로 고쳤다.
명부전과 대웅전의 목조 아미타여래좌상은 경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대웅전 석가모니 후불탱화인 '구미 수다사 영산회상도(龜尾 水多寺 靈山會上圖)'는
보물 제1638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코스: 수다사~상송리 갈림길~헬기장~백길바위~암릉~기양산 서봉~기양산~수다사법당 갈림길~수선산~삼거리~전망대~임도~능선진입~버스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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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km가 조금 넘는 길을 천천히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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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지맥

우리 버스는 수다사 반야교 직전에서 멈췄다.

필자는 우리 버스가 지나온 자그마한 일주문으로 내려가...

일주문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곤 '연악산수다사(淵岳山水多寺)' 편액을 당겼더니 글쓴이는 '취은(翠隱)'. 서예가이자 석굴암 주지를 지낸 일법(一法)스님인가, 확실하지 않다.
연(淵)은 용연(龍淵)이란 뜻이고,악(岳)은 연화악(蓮花岳).
연화(淵花)는 구품연대(九品蓮臺)를 의미한 것이니 구품은 극락국이요, 산은 연악으로 상연하연(上蓮下蓮)의 뜻이라 한다.
연악산 자락이 품고 있는 사찰인 수다사(水多寺)란 많은 중생의 청정법계도량(淸淨法界道場)이라는 뜻이고, "수(水)"는 관음(觀音), 감로법수(甘露法水)이다.
감로(甘露)는 관음의 모든 중생의 고통과 징악한 병고와 위급할 때에의 구세수(救世水) 즉 감로수를 의미한단다.

국내 최장축 버스가 반야교를 건너기에는 아무래도 무리. 버스 옆뽈떼기가 긁히기 일촉즉발로...

우측에도 마찬가지.

반야교를 건너기 전 너른 공터가 보이지만 거기도 아니올씨다. 그렇다면 애시당초 버스를 아래 시내버스 회차지점(종점)에서 멈추어야 했다.

겨우겨우 반야교를 건너...

수다사 주차장에 들어왔지만 나중에 시내버스 종점으로 내려가 대기할 것이다.

유별난 배불뚝이 포대화상이 주차장 중앙에 터억하니 배를 내밀고 자리잡고 있다.

그 새 일행들은 주차장 좌측 '나무아미타불'표석 옆으로 쭈루루 올라가 버리고,

필자는 수다사 경내로 들어왔다. 대웅전 우측 첫 당우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9호인 명부전(冥府殿)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 주심포계 맞배지붕 건물로 문은 굳게 잠겨있다.
수다사는 신라 문성왕 때 창건되었지만 967년(고려 광종 18) 화재로 극락전과 청천료(淸泉寮)를 제외한 모든 전각이 소실되었고, 1704년(숙종 30) 다시 화재로
대웅전과 명부전·요사만 남고 모두 소실되었다.
명부전은 수막새와 암막새의 명문에 ‘건륭(乾隆) 13년(1748년, 영조 24) 무진(戊辰) 3월 일’로 되어 있어 이 시기에 중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웅전을 새로 조성하면서 그 부재를 사용하여 지었다고 한다.
명부전 안의 벽화인 지옥도(地獄圖)는 영조 42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하다고 하였지만 볼 수 없었다.

명부전 편액.

수다사 명부전 안내판.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의 말사인 수다사 대웅전은 정면과 측면 각 3칸 규모의 겹처마 맞배지붕의 단층집이다.
맞배지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니 처마가 마치 팔작지붕처럼 보이고, 그래선지 활주(活柱)가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1572년(선조 5)에 지은 건물로, 비록 일부 부재는 최근에 교체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창건 당시의 건축 구조와 기법을 잘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이다.

닫혀진 옆문을 열고 합장~
대웅전 내부에는 1649년(인조 27)에 만든 목조 아미타여래좌상을 주존으로 하고 있으며, 오른쪽 낮게 걸려 있는 동종은 1772년(영조 48)에 조성되었다.
그 밖에 최근에 조성한 후불탱과 삼장탱, 신중탱, 산신탱이 봉안되어 있다.

이 목조 아미타여래좌상은 1185년(명종 12) 각원이 조성한 삼존불 중 하나인데, 삼존불 중 대세지보살상(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72호)은 선산읍 원각사(圓覺寺)
원통전에 있고, 관세음보살상은 대구광역시 봉산동 서봉암(棲鳳岩)에 있다.
예전에는 1731년(영조 7)에 그린 후불탱이 걸려 있었는데, 보물로 승격된 이후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이것은 최근에 조성된 이미테이션.

'수다사 목조 아미타여래좌상'과 '수다사 영산회상도'와 '수다사 동종'의 안내판.

대웅전 우측 옆에는...

적묵당(寂默堂).

이제 산길을 재촉 대웅전 앞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세칸 맞배지붕의 삼성각을 올려다 보니 삼성각 뒤로 산길이 나있지만...

좌측으로 돌아...

수다사 뒷편으로 돌아야만 한다.

입구엔 커다란 '무을풍물유래비'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엔 풍물의 사물인 장구와 북이 조각되어 있다.
무을(舞乙)풍물은 300여년 전인 조선 영조시대 구미 수다사에서 법명이 전해지지 않는 정재진이란 승려가 꿈에서 도깨비들과 놀고 장난쳤던 일과
구전돼 오던 내용을 소재로 만든 풍물가락이라고 한다.

좌로 과수원을 옆구리에 끼고 오르는 농로로서...

우측으로는 수다사 삼성각이 발아래다.

계곡을 잠시 따르다...

계곡 좌측으로 이어가면...

정면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면...

그곳에 이정표가 있어 좌측 오르막을 따라 길을 안내한다.

산길은 낙엽이 깔려 묻혀 있지만...

길찾기는 어렵지 않아.

제법 가파른 등로에는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어렵사리 능선에 올라 붙는다.

상송리 갈림길이다.

헬기장에선 우뚝한 정상부가 시야에 들어오고...

산길은 다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백길바위(50m) 갈림길에서 우측 사면으로 조금 비켜 돌아가니...

연악산 백련봉이라는 작은 안내판 뒤로...

열길 남짓한 백길바위가 보인다.

안내판엔 수다사(舊 연화사)를 창건한 진감국사의 인연처라고 적혀있다.

다시 사면을 타고 정규 등산로에 붙어 앞서가는 여성회원들을 올려다 보며...

살짝 당기며 까꿍~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암릉(바윗길)이 시작된다.

바위는 미끄럽지 않아 그리 위험하지 않고...

군데군데 스토리텔링이 입혀져 있어 재미를 더한다.

앞서가던 미옥 씨가 송암지(수불암)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명대사 수행자세를 패러디 하다...

일어선다. 미옥 씨 위로 하늘 끝 푸른 창공에 눈이 시리다.

바위를 타고 올라왔더니 사명대사가 수행하던 자리는 그야말로 가부좌를 하고 수행하기 딱 좋은 자리.

첩첩(疊疊)의 산주름이 겹치는 천혜의 장소는 수행하기 적절치 않았을 것.
모름지기 수행은 아무것도 볼 수 없이 벽을 마주하고 하는 면벽수행(面壁修行)이라야만 득도(得道)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수행인이 사명대사임에랴.

돌아본 산줄기와 주변 지형지물을 짚어보며...

당겨보니 옥녀봉인가?

마주 보이는 수선봉과 기양지맥.

다시 나아갈 수선봉.

도드라진 암봉이 예사롭지 않아...

지형도를 살펴보니 기양산 서봉.

그래서 한마음 산악회 리본 뒷면에다 '기양산 서봉'이라고 적어 넣었다.

기양산 서봉은 조망이 일품이어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리곤 금세 닿은 기양산 정상. 우리의 카메라맨 문채 씨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며 사진을 찍어주지 않아도 되는데...

조금 떨어진 곳의 또다른 표석 작은 글자는 일명 조양산이고...

반대편 글자는 기양산.

이정표는 이러나저러나 마을회관.

수선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말등처럼 매끈하게 빠졌다.

평상이 있는 안부에서 우측 사면으로 길이 나 있었지만...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더니, 이 무시기 소리고? 후미 팀들에게 탈출로 안내할 곳인데...

등산폐쇄 표지판은 수다사 법당 뒷산이라 폐쇄하지만 밑에서 우측 계곡으로 빠져버리면 수다사 법당으로 내려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니 괜찮을 것.

곡각지점.

이정표와...

안내판을 일별하고...

낙엽깔린 수더분한 능선을 이어...

벤치가 나오는 쉼터를 지나면...

수선산.

웃자, 웃자~

그렇게 웃자.

좌측으로 사유지인가, 산불지역인가,

고래등같은 등줄기를 타고...

다소곳한 오름길을 오르면...

이정표는 임도를 가리키고...

우리는 곧장 천혜의 조망처에 닿는다. 아~ 이 세상 만사가 다 발아래.

언제나, 어디서나 한결같은 산친구가 돼줘서 고맙소이~

발아래 장자골 소류지가 보이고, 소류지 너머 봉우리는 원통산(元通山).

뻗어 나가는 기양지맥 뒤로 희미한 복우산(伏牛山).

바지 가랭이로 낙엽을 조심스레 쓸며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돌아보는 하산지점.

임도 우측으로 100여m 걸어가면 우로 휘어지는 곡각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좌측 산길로 갈아 탄다. 임도를 30여분 계속 이어가면 <국제신문>가이드대로 수다사에 이르게 된다.

임도 갈림길에서 10여분 만에 이장된 묘지를 만나게 되고,

곧 우측으로 갈림길이 있지만 무심코 100여m 지나치고 말았다. 빠꾸~빠꾸~ (사진은 갈림길 지점으로 되돌아 오는 모습)
이 갈림길은 이정표나 아무런 지형지물이 없고, 사진에서 보듯 덩쿨나무 줄기를 등로 위로 묶어 두었다.

다시 임도 방향으로 돌아보는 모습. 이 지형지물이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아주 중요지점이다.

갈림길에서 꺾어 내려가는 모습.
이형규 전 회장과 현자 총무는 빠꾸하라는 소리를 무시하고 내려가는 바람에 30여분이나 늦게 귀환하게 되었다.

말이 갈림길이지...

그저 펑퍼짐한 산자락을 쓸며 내려가다...

우측 보일 듯 말 듯한 능선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산길을 따르는 것. 묵묘인 듯하여...

상석(床石)을 확인하니 밀양 박씨묘.

중간에 한번 손을 본 듯하지만 후손의 발길이 뜸한 듯하다.

아스팔트 도로가 보이더니...

갈림길에서 15분 만에 아까 우리 버스가 지나갔던 도로에 내려선다.

100여m 아래에 우리 버스가 보이고...

내려선 산길을 돌아보면 무덤이 있는 작은 능선.

우리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은 시내버스가 회차하는 지점(종점)으로, 마침 시내버스가 돌아나가고 있다.

아직 정해진 하산시간(15:30)이 남아있어 전부 귀환하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안내판과 우리 버스.

정류소 주차장 옆 계곡에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꾸만 혼자이고 싶은 건 우울증 전조증세인가?
산에도 혼자 가고 싶고,
술도 혼자서 먹고 싶고,
모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혼자서 하고싶다.
그러나 어쩌랴~
이 이율배반을 어쩌랴~
한사코 외롭기는 죽어도 싫으니...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 생택쥐베리 '어린 왕자' -
첫댓글 완전 낙엽과 전쟁을 한바탕 한 산행이였나봅니다~사진잘감상ㅇ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갑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