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9일부터 전국 82개 매장에서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분을 5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롯데마트 치킨은 900g으로 일반 치킨집에서 파는 통닭의 650~700g보다 양(量)이 훨씬 많으면서도 값은 3분의 1밖에 안 된다. 롯데마트에선 일반 치킨집에선 곁들여 나오는 무·샐러드·소스·음료수를 따로 사야 하지만 그걸 합산(合算)해도 일반 치킨집 값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한 점포 판매량을 200~400마리로 묶어두고 있어 대부분 낮 12~1시쯤 동이 나버렸다고 한다.
롯데마트와 경쟁관계인 이마트는 지난 8월부터 동네 피자보다 크기가 3배 큰데도 값은 절반인 피자를 팔아 손님 끌어모으는 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마트 역시 점포마다 하루 피자 판매량을 390판으로 묶어놓고 있다. 이마트는 피자 매장을 현재 50여 곳에서 내년엔 80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마트가 튀김 통닭에까지 손을 댄 것은 여기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 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미끼상품'이다.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가격에 판매량까지 제한하고 있다. 치킨과 피자를 사러 온 손님들이 매장에 온 김에 다른 상품도 함께 사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이렇게 미끼상품을 내걸어 고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유통업체들이 흔히 쓰는 판매전략이다.
그러나 롯데마트와 이마트 주변에서 치킨집과 피자집으로 생계를 꾸려 가던 서민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엔 치킨과 피자 팔아서 벌어들이는 돈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동네 치킨집과 피자집엔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다간 대기업들이 떡볶이·순대 장사까지 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지금 분명히 선(線)을 넘고 있다. 선을 넘으면 지뢰(地雷)밭이다. 지뢰가 터지면 그 파편은 동서남북으로 튄다. 매출이 조(兆) 단위를 넘는 기업이 보통사람 눈에도 훤히 보이는 이런 위험도 못 본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