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에 반해 버린 '베트남 호이안' 관광기
성주 1 사랑방 김 형 도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 지방의 다낭에서 남쪽으로 약 30 Km 떨어진 고도(古都)로 근무지에서는 북쪽으로 약 100 Km 떨어진 곳이다. 이 곳을 벼르고 벼르다 3년만에, 베트남을 떠날 시간에야 두 번째 관광을 하게 되었다. 베트남 공장에 부임한 후 첫 걸음에 특이한 건축 양식과 오랜 세월동안 때 묻은 빛깔이 너무 좋아 너 댓 번은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찾지 못하다 이제야 찾게 된 것이다.
16~7세기에 일본과 중국, 인도와 프랑스, 포루투칼 상인들이 드나들며 무역을 하다 자연스레 객관과 회관이 생기면서 형성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도시였다. 강을 껴안아 운치가 있었고 지금은 옛 시가지는 유명 관광지인데다 실크, 자수, 가죽 등 베트남 특산품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였다.
고(古) 건축물을 보니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건축물의 구조와 양식과 마감이 어떻게 변천되어 지금의 형태를 이루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고, 도시 전체의 건물을 4백년 이상 유지해 왔다는 것에 놀랐다.
베트남은 열대몬순기후로 인해 우기 철에는 고온 다습하여 건물에 이끼나 곰팡이가 심하게 끼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호이안의 목조 건물은 이러한 문제로 인해 목재에 옻칠을 한 것 같았다. 오래된 까만 옻빛이 세월의 무게감을 더하는데다 실내조명과 함께 진열해둔 실크 제품들과 대비되어 고풍스러움을 더하여 또 다른 멋을 낳았다. 일본인이 세운 돌 다리로 내원교라고 불리었는데 이 다리로 일본인과 중국인의 왕래가 잦았다고 하며 일본 마을 쪽에는 원숭이 조각이, 중국 마을 쪽에 개의 조각이 새겨져 있었는데 왠지 지금의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점을 생각해 보니 '견원지간'이라는 옛말이 괜히 생긴 말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고(古) 건축물은 고궁과 사찰, 한옥마을 정도인데다 도시에서 고 건축을 찾아 볼려 해도 재개발 시에 모두 없애버려 기껏해야 100여년 정도의 건물을 어렵사리 볼 수 있는데 비해 호이안은 도시 전체가 4 ~ 500년 전의 고 건축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아 날씨는 썩 좋지 않았지만 투본강 상류로 떨어지는 낙조는 고도(古都) 전체를 찥은 노랑의 물감으로 물들였다.
베트남의 기독교는 호이안을 통하여 17세기에 유입되었다고 하며 베트남 전쟁 때는 이 곳에 한국의 해병대가 주둔하여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 하였다.
점심 식사는 동행한 통역의 도움으로 로칼 음식점을 찾았는데 'Com Ga'라는 '닭고기 야채 볶음밥' 전문점으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집이라고 하였다. 저녁은 베트남 만두로 하얀 장미를 닮았다는 'White rose' 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편육을 쌀국수와 육수에 비벼먹는 'Bun cha'를 먹었는데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었는지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없어 먹기 수월하였고 배고픈 시간에 맛있게 먹고도 저렴하여 좋았다.
저녁 식사 후 식당을 나와 보니 어둠이 깔린 호이안 골목은 형형색색의 등불로 온통 뒤덮혀 '와 ~ '라며 감탄사가 절로 나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야경 때문에 호이안 관광은 주말 저녁에 하여야 한다고 한 모양이구나?’ 길 한복판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국제 음식 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어 터키,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전통 음식과 독일의 맥주와 프랑스의 와인도 소개되고 있었다. 골목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진해 벚꽃 축제를 연상케 하였는데 무엇으로 일년내내 이렇게 많은 외국인을 모여들게 할까
? 하는 의문과 끼껏 해야 2주 정도인 한국의 관광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도외국의관광객을불러들일참신한관광컨텐츠개발이절실하다는생각을가지게되었다.
야경은 시간적으로 저녁 식사 후의 시간이지만 식사를 하지 않고는 강가에 늘어선 음식점과 좌대로부터 피어오르는 고기 굽는 냄새에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두 곳의 야시장 골목은 또 다른 볼거리였었는데 저렴한 베트남 전통물품들이 많아 관광 코스로도 좋았지만 동일한 물건의 가격차가 심해 우리와 마찬가지로 바가지요금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베트남의 물건 값은 1/3이나 1/2은 깎은 후 흥정을 하여야 했다. 투본 강가로 이어지는 야경은 낮과는 달리 또 한 번 나그네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여 낮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한 강바람으로 피로를 가시게 하였으며 강변으로 이어진 등불행렬의 야경은 호이안으로의 발걸음을 더 하게 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