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제한 · 장기간 재판으로 공직생활 파탄
공무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형사 기소
경기도청, 22일간 상주 압색 벌인 검찰
재판 증인 출석 공무원, 수시 조사로 압박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1.10.21.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들레>는 지난 달 20일 <추석 전 기소 서둘더니…성남FC 재판 5개월째 허송>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변호인이 첫 재판에서 지적했듯이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는 사건이었는데도 지난 해 9월 30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소하더니, 11월 1일 첫 재판을 가진 뒤 변변한 재판 한 번 열지 못한 채 같은 사건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기소를 기다리며 5개월을 흘려보내고 있던 상황을 보도한 것이다.
민사 사건도 아닌 형사 사건이 기소된 지 5달이나 되도록 제대로 된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재판 진행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기도 공무원 김 모 씨(이하 '김 팀장')에게는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나날이다.
급여 제한 · 장기간 재판으로 공직생활 파탄
공무원은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된다. 김 팀장도 기소 이후 한 달 남짓 지난 11월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기소됐다고 해서 무조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소청 절차를 통해 구제되기도 하지만, 김 팀장의 경우 기소된 혐의가 '뇌물죄'로서 “혐의가 중대하다”는 등의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다.
공무원이 형사 기소를 이유로 직위가 해제되고 나면 3개월이 지난 뒤 통상급여의 30%만 급여로 지급받게 된다. 공무원 급여는 최근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는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은 현재 103만 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1990년 12월 성남시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만 22년 공직생활을 하다가 정년 3년을 앞두고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휘말려 기소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김 팀장으로서는 급여 제한으로 인한 생활고가 우선 큰 고통이지만,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25년 간의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해야 하는 것이 더욱 큰 고통이다.
공무원이 형사 기소를 당하면 직위를 해제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은 유무죄가 확정되기 전이라고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팀장의 경우는 사건 자체가 정치적 사건이고 공소장을 보더라도 담당자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에 불과한데도 기소가 되어 일손을 놓고 100여 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생활고를 겪고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1.10.21.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무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형사 기소
검찰은 지난 달 22일 이재명 대표와 함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김 팀장 외에 성남시와 경기도의 공무원 2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이들 공무원도 앞으로 김 팀장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지만, 김 팀장의 경우 굳이 기소를 해야겠다면 이들과 같이 지금 기소를 해도 될 일이었다. 지난 해 9월의 기소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위 ‘추석 밥상용’으로 기소했다는 비난이 일었던 것으로, 검찰은 그들의 여론전을 위해 김 팀장으로 하여금 안 해도 되는 고생을 당겨서 하게 한 것이다.
공무원은 형사 처벌은 말할 것도 없고 내부 징계에도 극도로 예민해 매사에 소극적이다. 그런 그들에게 형사 범죄로 기소돼 재판 기간 동안 직위해제되는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 공무원으로서의 쌓은 업적과 명예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비리 공무원’이라는 딱지가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는 극도의 공포를 갖게한다.
이재명 대표의 공소장에는 지난 9일 불행한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이재명 대표의 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이었던 전 모 본부장의 이름도 올라있다. 검찰은 전 본부장이 참고인 조사를 한 번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공소장에 거론된 정도를 보면 한 번의 참고인 조사로 나올 내용이 아니며, 함께 기소된 다른 관련자들을 볼 때 전 본부장도 기소를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2019년 공직을 시작해 지난 해 말 퇴직한 전 본부장으로서는 30여 년의 공직생활이 검찰의 기소로 더럽혀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고 견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월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근무한 경기도청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3월 15일까지 경기도청에 상주하면서 도청과 관련기관 약 20 곳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2023.2.22.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청, 22일간 상주 압색 벌인 검찰
검찰은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15일까지 3주 간 경기도청에 상주하면서 도지사실, 평화협력국 등 도청 사무실 일대, 농업기술원, 경기도의회 등 도청과 관련기관 20여 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한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사무실 하나를 차지하고 수시로 관련 공무원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이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이다.
이런 식의 상주 압수수색과 조사가 불법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이례적인 검찰의 행동은 경기도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공무원 전체를 위축시킨다. 특히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으로 다수의 경기도 공무원들이 증인으로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기소가 되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임에도 수시로 압수수색을 벌이다 못해 상주하면서까지 압수수색과 조사를 벌이는 것은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경기도 공무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을 기소해 공직자들의 생활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마치 점령군처럼 기관에 상주하면서 장기간 압수수색과 조사를 벌여 업무를 마비시키고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하는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이재명 하나 잡자고 멀쩡한 공무원들을 말려죽이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