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에서 많은 글을 읽고 느낀 점은...
여러 환우분들께서 한편으로는 "나도 암환자인데~~" 라는 주장도 하고 계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상인과 같이 대우받고 싶다~" 는 말씀도 많이 하셔서,
저도 경우에 따라,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제 아내에게 대해 주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부부라 할지라도 환자(죄송^^)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저의 생각 없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내에게 상처를 줄까봐 무척 조심스럽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 토요일,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에도 선물이나 행사, 축하멘트 등의 수준을 어떻게 해야할지
제 나름대로 많이 고민을 했거든요.
우선은 대전에서 조금 그럴 듯한 한정식 집에서 우리 부부와 딸아이가 함께 점심을 먹고,
코스트코에 가서 아내의 수술 상처를 가를 수 있고 또 멋도 있는 목걸이를 하나 사주려고 계획을 잡았습니다.
제 주변 머리에 아내 마음에 꼭 들만한 목걸이를 몰래 사서 깜짝 선물을 해 줄 만한 위인은 못되거든요.
그래서 아내에게 직접 고르라고 할려고 했죠.
금요일 늦게서야 대전 집에 도착했기 때문에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오늘 대략의 일정을 이야기 하고,
일주일 동안 직장에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이것 저것을 꺼내놓고 정리를 했습니다.
갑상선 암을 알고난 후부터 매 주 20~30장 정도를 여러가지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뽑아서 프린트한 것을
아내에게 갔다주고 그것을 가지고 서로 상의도 하고, 딸아이에게는 엄마가 치루어야 될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뭐 이런 일을 매 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얼떨결에 제 작은 노트도 같이 꺼냈습니다. 작은 노트의 색깔이 조금 예쁘기 때문에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당장에 "아빠, 이건 뭐에요? 저 주시는 거에요?" 하고서 아내와 함께 그 노트를 뒤져보며 읽었거든요.
그 노트가 뭐냐하면....
제가 아내의 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던 것인데, 암이란 무엇이냐에서부터, 갑상선암에 대한 것,
병원 치료에 대한 요령, 여러 가지 대체요법, 다양한 민간 요법, 암환자의 가족들이 지켜야 할 행동들,
몸에 좋다는 수 십 가지 음식들, 진짜 흙침대 파는 곳, 좋은 휴양지, 요양원...
하여튼 초보 암환자 가족으로서 잡다하다 못해 유치한 것까지 몽땅 적어 놓은 노트거든요.
현재까지 19장 정도를 썼는데, 지금 읽어보면 초기에 적었던 내용들은 아주 기초적이고 유치하기 까지한 것부터
장사꾼들의 혹하는 문구에 현혹되서 이것 저것 적어놓은 내용,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일반 암환자분들의
투병요령 - 항암제 부작용, 화학항암제, 방사능치료, 외과적 수술 등- , 여러가지 용하다는 한의원 정보 등등~
하여간 잡동사니 노트에요...
딸아이는 "아빠, 이것들은 다 어디서 찾았어요?" 라고 묻는데,
아내가 가만히 있더니, "이 노트가 내 결혼기념 선물이네" 라고 혼잣말 처럼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내에게 선물 사러 가자는 이야기를 다시 했더니,
"아니야, 그건 목에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그때가서 알맞는 것으로 사야되.." 그러더라구요.
어휴~~, 갑자기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서 점심은 계획대로 먹고 그냥 쇼핑만 하자고 해서
8일부터 시작하는 저요오드식 할 때 필요한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만 사가지고 왔어요.
사실 그 노트는 매주 프린트해오는 내용에 빠진 것들 중에서, 나중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주로 인터넷(엉뚱하게 일반 암환자 싸이트 많이 뒤졌죠)에서 찾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얻어들은 이야기들을
그때 그때 적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아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냥 별 도움도 되지 않을 그 노트를 선물로 생각하겠답니다.
제가 더 (양심에) 찔리는 것은 그 내용 중에 실천하거나 직접 구입하거나 한 것은 거의 없거든요...
어찌어찌하여 이번 결혼기념일은 너무 평범하게 지나갔고, 선물비는 절약됬는지 모르지만
그럴듯한 선물이나 이벤트는 없이 그냥 지나가고 말았어요.
아내도 아마 갑상선 암 때문에 더 유난을 떨면서 결혼기념일을 보내는 것을 싫어한 것 같습니다.
(평소의 기념일을 그럭저럭 보낸 저의 무심함 때문이겠죠..)
이번 일로 저도 "앞으로는 생일, 각종 기념일 등등을 좀 잘 챙겨야겠다~" 고 반성하게 됬어요.
수술 상처는 대개 6개월 정도 후에 안착된다는 것 같은데, 그때 가서 멋진 목걸이를 사야겠습니다....
첫댓글 11월 7일이 저의 결혼기념일인데요..20년동안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아이들 생일 한번도 챙기지 못한
남편이 정말 작아 보이고 초라해 보일수가 없네요.
가족들은 큰걸 바라는게 아니라 가족끼리 같이 따뜻한 식사라도 같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바라는건데...울집 인간은 지밖에 모르는 스크루지라...
에고...이 글을 읽으믄서...아내분이 무척 부럽다는 생각과 질투심이 왕창 쏟아납니다. ㅎㅎ
난 이 세상에 11월 7일이라는 날짜는 없어졌뿌스면 좋겠습니더....ㅠㅠ
완치요님 너무 멋지세요!!! 지극한 아내사랑이 느껴집니다. 물질적인 선물도 좋지만. 그노트 정말 감동적인 선물이 되었을거 같아요^^
완치요님 짱입니다 모든 부인들이 부러할 대상이세요 현명하시고 자상도 하시고 참말로 부러워라
환자를둔 모든배우자가 완치요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마음 변치 마시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완치요님 정말 멋저요.. 부럽습니다 ^^ 아내분도 정말이지 기쁘셨을것 같아요.. 건강 유의하시구요 항상 행복하세요~~
감동의 도가니네용... 흑! 울 서방은 요드 기간중에 자기 맛있는거 안해 준다고 구박~~~을! 읽기만 해도 감동의 눈물이 ~~~ 그 맘 변치 마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와~~~ 완치요님 같은 랑도 있으시네여~^.^ 여자에 행복은 그런거...아내를 위한 열정~햐~제가 왜이리 기분이 좋아질까여 주책스럽게 말에염~ㅋㅋ
아내에 사랑이 담뿍 뭍어나는 노트~! 감동에 선물였을겁니다..너무너무 부러울뿐입니다...대리만족하고 가네여~ㅎㅎㅎ
완치요님 완전 짱이예요~ 아내분 넘 부럽네요... 남편분의 사랑으로 깨끗하게 완치되셨을것 같아요~앞으로도 가정에 행복과 사랑이 항상 함께하길 기원할께요~ 너무 부러워요 ㅎㅎ 님완전 멋져요!!!!!!!!
정말 정말 완치요님 같은분만 있으면 좋겠어요 멋져요~~~ 행복하세요^^
멋져요~~^^
6개월후 후속편 기대하겠습니다. *^^*
행복하시고요~~~완치요님 아내분의 빠른 쾌유를 기도드립니다. ^^
언젠가는 아내분도 완치요님의 마음을 알아주겠죠 빠른괘유를 빌어드릴께요
정말 자상하시네요. 우리남편 갑상선암이 암이냐고 하면서 내가 이카페 들어오는것도
별로다 쳐다보거든요, 너무 비교되네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세요 .............
매년 결혼기념일 또는 생일 선물을 남편에게 받앗는데
왜 완치요님의 글을 읽으며 눈물이 나는것일까요?
넘 멋진 분이시네요 감동이 잔잔하게 가슴을 적십니다 ^^
지금도 행복하시겠지만 지금처럼 늘 행복한 가정이시길 바래봅니다 ~~~^^
부럽습니다
완치요 님 ~ 평소에 준비했던 노트를 보며 아내분도 감동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어떤 값비싼 결혼기념일 선물보다 아내분 에게는 그노트 하나가 제일 값진 선물이 됬을거 같네요 남편분의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 왓을거 같아요
직장생활 틈틈히 아내분을 위해 자료수집과 기록을 한것이니 진심이 그대로 전해져 너무 행복하셨을거에요 결혼기념일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돈으로 살수없는 선물인듯 합니다~~~
그정성이 대단하시네요~
감동이예요~~
윗분들 께서 답주셨네요 장하십니다...
그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아마.. 아내분도..그걸 아실거예요.. 솔직하게.. 표현은 안하지만.. 무척 고마워하고.. 진심을 느끼면서.. 행복해 하셨을것 같아요.. 여자는요... 꼭.. 선물보다.. 그런 조그만 배려와.. 행동에 더 감사하거든요.. 님처럼 우리 남편도 좀 배웠으면...좋겠네요..ㅋㅋㅋ
지난날에 완치요님 같이 못한것이 후해스럽고 감동 받앗어요
서로 위해가며 행복하세요..........
정성이 대단하시네요~ 전 가족 중 아무한테서도 그런대접은 못받고 오히려 내가 하나씩 설명해줘야해서 입이 아풀지경... 부럽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설명하고 괜찮다고 안심시키는게 일인뎅.ㅠㅠ 훌륭하십니다.
참 감동 받았습니다. 더욱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참 대단하신 분인거 같습니다..아내 위하는 마음이.......부럽습니다.ㅋㅋ
부럽네요. 자상한 남편이 있으니 행복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