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휴일이라 두 녀석과 종일 같이 있지만 이번 주 내내 센터가 직원워크샵 행사로 휴원이라하니 무려 5일이나 함께해야 합니다. 아침부터 가을비가 촉촉히 뿌려대니 야외활동은 멈춤입니다.
가을이 되니 반가운 것은 클로버의 부활. 예전에 없던 9월까지 이어진 극심무더위 때문인지 아님 클로버의 생태가 그런 것인지 여름내내 숨죽이며 잎도 올리지않고 존재조차 이 세상에 없는 듯 사라져 버렸던 클로버들이 선선해지자 사방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시 보게된 클로버 무리들이 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합니다.
며칠 전에는 잠시 짬을 내서 4잎클로버를 한다발 찾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역시 저를 배신하지 않는 행운의 클로버들은 이제 많은 부모님들에게도 보충제 보낼 때 함께 넣어서 보내는 제주산 행운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 숫자만큼 훗날 제가 쓸 책들의 독자수가 될 것 같아 4잎클로버 수집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정작 책은 완성하지도 못하면서... 제자신에게 웃음이 나곤 합니다.
어젯밤에는 어떻게 들어온걸까 반딧불이 한마리가 한밤 중 어둠 속에서 한창 빛을 발하다 갔습니다. 한밤 중에 휴대폰들여다 보고있는 제 불빛이 자기가 찾는 짝이라 여겼는지 결국 내 품까지 파고 들어온 반딧불이. 그 꼬리불빛이 얼마나 은은하면서 강렬한지 어둠 속에서도 연두색 불빛이 선명합니다.
또 하나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코스모스나 분꽃, 맨드라미, 구절초, 쑥부쟁이 등 야생화의 꽃크기가 확실히 육지에서 보는 것보다 매우 작습니다. 거의 절반크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육지에 비해 높은 기온과 잦은 바람에 잘 적응하기 위한 여기만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나름 추측해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제주도만의 자연을 넘어서 생활 반경 속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제주의 자연은 새롭고도 흥미롭습니다. 요즘의 잦은 빗줄기 후에 더욱 기온이 내려가면 무리를 이뤄 파도처럼 넘실될 억새향연의 조짐들은 여기저기서 꿈틀꿈틀합니다.
어제 태균이 치과치료를 위한 전신마취 대비 다양한 검사를 제주대 의과대학 장애인전담 치과 주관으로 시행하면서, 천사같은 인턴의 상세한 설명이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다양한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아무렴 그런 심성의 의료진이 상대해주면 그 때문이라도 마음이 놓이죠.
준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돌아오느라 마음은 바빴지만 샤려니숲길 쪽으로 일부러 돌아서 오는 길은 자주 보아도 늘 감동! 2km남짓 떨어진 건물에서 태균과 준이 집까지 걸어가는데, 병원가느라 엄마와 낮시간을 함께한 태균이 게으른 자세가 역력합니다.
출발할 때는 준이 손잡고 잘 갔지만 중도에 태균이는 엄마차를 기다리며 도로변에서 차량 살피고 있는 모습이 잡히고, 그저 직진행의 선수 준이는 훨씬 앞서서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준이 걷는데 옆에서 천천히 차몰고 같이 가는데도 전혀 눈치를 못 챕니다. 안구각도가 좁다는 것이 이렇게 눈치발 제로로 만듭니다.
이름을 부르니 그제서야 알아보고 고개를 돌리는 준이의 모든 미성장 요인들이 거기에 놓여 있습니다. 점점 각도도 시야반경도 한계가 있으니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각도와 시야반경을 넘어서는 활동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하는 큰 요인이 됩니다. 그나마 준이에게는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듯 합니다.
비그치고나자 태균이의 극성 재촉이 시작되니 이제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 시각 정보 처리에 대해 더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