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명의로 된 재산세!
세 아이들 중,
큰 놈 이름으로 십원이 더 많은 것을 보면서....
차근차근 텔레뱅킹 납부를 해 나갔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공평하게 나누느라 참 애썼겠다.
참, 탄현 기독교 공원묘지에서 날아온 아버지 묘지관리비도 납부해야지.
사십오만오천원...
망인 성명 김기수, 연고자명 김민자.
5년치 선납이니, 닳고 닳아 평지와 같아진 무덤일지라도
다른 정리가 필요해질 때까지 유효한 의무.
그후로도 오랫동안 내게 잊지 못할 책임감을 불어 넣어 주어
감당할 수 있게 한 것은 넘치도록 감사할 일이었다.
세인아빠가 있는 추모공원의 긴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그냥 패스하면서
잘 단련된 무심함을 경이롭게
명절의 후유증은 알게 모르게 몸으로부터 삐져 나오는 것.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제 오후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한꺼번에 모든 일을 다 마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할 텐데...
급기야 아침에는 햅쌀밥을 전자레지에 데우다가 그만 그릇을 놓치고 말았다.
쨍그랑......
어느새 강아지 초롱이가 뛰어와 깨진 그릇 사이로
먹을 것이 있는지 허겁지겁 훑고
나는 조각을 잘못 먹을까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 일곱시 전에는 모든 것을 마쳐야 다빈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데
이 또한 집착일까?
널브러진 이 상황들..... 서둘러 신문지에다 깨진 조각을 담고
속절 없는 시간을 잰다.
과감히 다 손 놓아 버린들 뭐라 할 사람도 없을 것임에
바야흐로 명절 증후군에 돌입한 것이 분명하다.
한번도 깬 적 없는 그릇을 깨다니.
원인 모를 불안감이 아니라, 이 또한 지나가고 말 것을 알기에 잠자코 넘기자.
"엄마, 어제 지진 난 것 알죠. 우리 야자시간이었는데 책상이 순간 흔들리길래
경련이 일었나? 착각을 했었죠. 각자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 심하게 흔들리자 선생님이 야자 수업 그만 하고 집에 가랬어요.
그 때 시간이 8시 45분쯤..."
- 엄마는 그 때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가만히 있었던 아저씨가 어, 흔들린다 그러길래 뉴스 이야긴 줄 알았거든.
어제 저녁 경주시 규모 5.3 지진의 여파가 누군가의 일이 아니고 모두의 걱정이 되었다.
"엄마, 수시 원서 접수비가 너무 비싸요. 그 돈이면 값비싼 콘서트나 뮤지컬 한 번 볼만한 돈인데....."
- 그러게. 인기 많은 학교일수록 더 비싸지.
다빈이 다운 걱정 소리를 들으며
- 그러니까 요행을 바라고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생각으로 수시를 넣지는 말아.
"알아요.
- 이따 다섯시까지 올께. 오늘 주민등록증 신청하자.
"오키."
- 열심히 해라.
다빈에게서 엄마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까? 훗날.....
2016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