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원대로
막14:36“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노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아내가 입원해 있는 성모병원 1층에는 성당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기도하려 잠깐 성당에 들립니다. 병원 4층에는 비둘기가 두 날개를 활짝 펴서 마리아와 가브리엘 천사를 감싼 걸개그림이 벽 하나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주님 뜻대로 하소서>입니다. 병실 휴게실에는 한수아래 신부의 <하느님 당신 맘대로 하슈>라는 재미있는 책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고 만사형통할 때에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데 문제가 없지만, 고난이 겹치고 환난이 닥쳐 올 때에 주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도리어 주님 어서 이 환난에서 건져주옵소서라고 기도하기 십상입니다. 환난가운데서도 즐거워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시고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원대로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본받아서 기도하는 성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 말미에는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 형식적인 입술의 기도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을 담은 기도입니다.
영혼의 평화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맡길 때 주어집니다.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고 일어서시는 예수님께는 더 이상 어떤 두려움도 없으셨습니다. 도리어 자신을 붙잡으로 온 군병들에게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시고 나사렛 예수를 찾는다는 말에 내가 그니라고 대답하시곤 당당하게 나서서 붙잡혀 가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행동은 아버지께서 자기가 행하시는 것을 다 아들에게 보여주신대로 행하신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아버지의 원대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으려면, 선하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사랑하며 신실하게 살아온 삶의 훈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에게 가장 영광스런 일은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주님의 인도하심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환난과 시련 가운데서도 영혼의 평화를 누립니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길만이 우리를 온전함에 이르게 해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만큼 사랑하시는지 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손으로부터 단 것과 쓴 것을 항상 똑같이 아무런 차이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로렌스 형제의 열다섯번째 편지에서)
롬5:3-4“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우리는 세상의 자랑에 떨어져, 하나님의 뜻보다 자기 뜻을 이루려는데 바빴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고는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베드로는 자신의 응답처럼 행동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라고 말로만 대답하고 세상 길로 나아갔습니다. 우리는 주님께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습니다.
눅 1:38“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순종의 길로 나아간 마리아는 여자 중에 가장 복 있는 사람, 성모라는 칭호를 누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나아가는 십자가의 길이 영광스러운 길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저버리고 자기 뜻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사랑하는 주님을 따르는 삶의 훈련을 통해 마침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사는 영광스런 삶에 이르는 자가 되셔야 하겠습니다.
24. 10. 20 장기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