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지난주까지는 11월답지 않게 꽤나 기온이 올라갔다. 반팔티도 입고 다녔다. 이번 주부터는 슬슬 겨울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자비를 베푸는 척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11월은 추워야 정상이다. 그 값싼 자비에 달갑게 생각지도 않았다.
길거리에 군밤장수가 보일 때도 됐다. 쌀쌀해야 여자들의 패션도 다양해진다. 바바리 깃을 세운다. 멋지다. 롱부츠도 등장할 때가 되었다. 요즘은 패션도 치매에 걸렸는지 여름에 롱부츠를 신는 여성도 있다. 못 말려. 말리지 마.
이달도 벌써 절반이 간다. 산뜻하고 두툼하던 달력도 어느새 홀쭉하고 볼품이 없어졌다. 갈 때가 다 됐다. 둘둘 말린 새 달력을 들고 기분좋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아~ 저만치 와 있는 이별이 정녕코 무섭진 않아 ♫ ♪
조영남이 부른 ‘지금’ 가사 한 부분이다. 이별 앞에서도 초연하다. 연습과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이별 백신을 몇 번 맞고 항체가 생긴 모양이다. 조영남은 인성은 X같지만 노래 실력은 끝내준다. 평범한 노래도 조영남이 부르면 명곡의 반열에 올라간다. 마이다스의 목소리다. 그래서 히트곡 없이도 스타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불러도 대답 없는 님의 모습 찾아서 ♩
외로이 가는 길엔 낙엽이 날립니다 ♬
1956년에 송민도가 부른 ‘여옥의 노래’ 첫머리다. 가요무대에서나 한 번씩 들을 수 있는 흘러간 옛 노래인데 조영남이 불러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애잔하고 아련하고 가곡 같은 느낌이 든다. 과연 조영남이다. 이별한 님을 떠올리며 낙엽이 구르는 길을 쓸쓸하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뒷모습이 더 어울리겠다. 11월과도 잘 맞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