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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하늘 가린 풀숲 유영 – 매월대폭포,복계산,구복령,복주산,하오현
1. 왼쪽 뒤는 대성산, 그 앞 가운데는 1,042m봉
白雲爲帳碧山屛 흰 구름으로 장막 치고, 푸른 산으로 병풍을 둘렀으니
絶勝羲之修禊亭 왕희지가 수계 제사 지내던 난정보다 훨씬 빼어나구나
莫羨石家椒百斛 석숭의 부유함이나 그 집안의 백 곡대기 초막을 부러워마라
苔錢十萬散中庭 푸른 이끼 동전 십만 개가 뜰 가운데 가득 흩어져 있으니
――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1493), 「산정(山亭)」
▶ 산행일시 : 2026년 9월 19일(토), 맑음
▶ 산행인원 : 2명
▶ 산행코스 : 매월산장,매월대폭포,노송 쉼터,삼각봉,복계산,칼바위,촛대봉,구복령,△1,152m봉(지형도상 복주산),
복주산(정상 표지석),하오현,하오터널 앞
▶ 산행거리 : 도상 16.2km
▶ 산행시간 : 8시간 35분(08 : 40 ~ 17 : 15)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와수리로 가서, 택시 타고 복계산 들머리인 매월산장으로 감
(택시요금 : 18,000원)
▶ 올 때 : 하오터널 앞에서 콜택시 불러 타고 사창리로 가서(요금 18,000원), 시외버스 타고 춘천터미널으로
가서, 저녁 먹고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08 : 18 – 와수리
08 : 40 – 매월산장, 산행시작
08 : 54 – 매월대폭포
09 : 08 – 노송 쉼터
09 : 32 – 삼각봉(750m)
10 : 24 – 복계산(福桂山, 1,057.2m)
10 : 51 - ┫자 수피령(1.5km) 갈림길, 복주산 10.7km, 복계산 0.7km
11 : 30 – 980m봉 전망바위
12 : 35 – 구복령(△943m), 점심( ~ 13 : 05)
13 : 57 – 헬기장(990m)
14 : 33 - ┣자 복주산휴양림 갈림길, 복주산 3km
14 : 52 - ┳자 실내고개 갈림길, 임도
15 : 27 – 임도 끝, 헬기장
15 : 51 – △1,151.9m봉(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복주산)
16 : 04 - 복주산(伏主山, 1,150m)
17 : 00 – 하오현
17 : 15 – 하오터널 앞, 산행종료
17 : 42 – 사창리, 춘천 행 버스(17 : 50)
18 : 43 – 춘천터미널
20 : 16 – 남춘천역
산행지도
동서울터미널에서 와수리 가는 첫 버스가 거의 만차다. 다른 때는 대여섯 명이 타기에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두 좌
석 차지하여 이른 아침 차창 밖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뭇 산들 간산(看山)할 기대에 부풀었는데 글렀다. 45인승 버스
에 40명이 탔고, 내 좌석은 통로 쪽이다. 추석이 가까워서인지 대부분 곱게 차려 입고 일선 군부대 연인을 면회하러
가는 아가씨들이다. 등산객은 우리 둘뿐이다.
와수리터미널이 군인들로 북적인다. 매월대폭포 입구로 가는 농어촌버스 운행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여 – 터미널 근
처 편의점에 들러 막걸리를 사면서 점원에게 물어보았으나 모르겠다는 듯 고개 갸웃한다 – 택시 탄다. 15분쯤 걸린
다. 복계산 들머리인 매월산장 앞 너른 주차장이 텅 비었다.
복계산(福桂山)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 복계산(福桂山)은 표고 1,057.2m이며 광주산맥(廣州山脈)에 속하며, 남과 북으로 대성산(大成山,
1,174.7m)과 복주산(伏主山, 1,154.2m)에 접하고 있다.
(…) (매월대) 맞은편의 매월대(梅月臺)폭포라고도 불리는 선암(仙巖)폭포는 철원8경의 하나로 복계산 삼곡에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괴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데 눈꽃이 날리는 것과 같은 기경(奇警)을 이루며 속진(俗塵)
을 씻어주는 것과 같다.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수피령을 지나 이어진 한북정맥을 따라 복주산, 상해봉 및 광덕산이 한눈에 보이고, 북쪽으
로 오성산(1,062m) 등 북녘의 산하가 점점이 펼쳐진다.”
안내문 중에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몇 군데 보인다. 그중 앞부분에서는 ‘광주산맥(廣州山脈)에 속하며’ 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한북정맥을 따라’ 라고 하고 있다. ‘광주산맥’이란 말은 예전부터 거슬렸다. 태백산백, 소백산맥 등은 이해
가 되나 광주산맥은 좀 의아하다. 태백산맥의 금강산 부근에서 시작해 남서쪽으로 뻗어 내리며 경기도 광주(廣州)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藏文次郞, 1856~1935)가 1903년
에 발표한 <조선의 산악론>에 기초하여 일본의 지리학자 야스 쇼에이(失洋昌永, 1863~1922)가 1904년에 재집필한
<한국지리>라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매월대폭포 입구에 매월당 김시습의 약전과 그의 한시 「송정(松亭)」을 초상화와 함께 전시하고 있다. 김시습의
다른 시도 그의 생애처럼 그렇지만 이 시의 분위기도 적적하고 쓸쓸하다. 더구나 먼 산골 살랑 부는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松亭寂寂松枝蟠 솔밭의 정자는 적적하고 소나무 가지가 둘러싸고 있는데
幅巾藜杖來盤桓 복건 쓰고 명아주 지팡이 짚고 와서 머물고 있네
影落一庭碧苔潤 뜨락 한가득했던 그림자가 물러나자 푸른 이끼가 반들거리고
聲撼半天淸風寒 차고 맑은 바람이 하늘을 훑어대는 소리가 들리네
擧頭不見有赫日 머리를 들어도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지 못하고
側耳時聽搖狂瀾 귀 기우려보면 미친 듯 거센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
茶煙颺處鶴飛去 차 끓이던 화톳불 연기 날리던 곳에 앉았던 학은 날아가고
藥杵敲時雲闌珊 약 절굿공이를 찧을 땐 구름이 흩어지네
人散夕陽禽鳥鳴 사람이 떠나고 황혼이 지면서 새들이 울어대니
正是客去棋初殘 바둑 뒀던 길손을 가고 바둑판만 처음 그 자리에 남은 바로 그때라네
이정표가 매월대폭포 0.4km와 복계산 3.1km을 안내한다. 다리 건너 왼쪽의 임도를 따라 약간 오르면 개활지가
나오고, 오른쪽 산자락을 도는 좁다란 돌길을 간다. 오른쪽 개울 건너편은 사유지이라며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개울물이 잴잴거리기에 폭포는 오죽할까 싶었는데, 막다른 골짜기에 다가가자 검은 암벽에 흘러내리는 폭포는 전과
다름없는 미폭이다. 주폭 양쪽의 실폭은 비단의 주렴(珠簾)으로 아름답다.
왼쪽 사면의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잘 다듬었다. 바위 슬랩에는 발판과 핸드레일을 설치했고, 가파른 오르막에는
데크계단을 놓았다. 단숨에 올라 능선이다. 능선 양쪽 사면은 가파른 절벽이다. 이때 왼쪽 건너편에 나뭇가지 사이
로 매월대(梅月臺, 595m)가 보인다. 조금 더 가면 노송 쉼터인데 노송은 이미 죽어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그 아래
는 깊은 절벽이라 다가가지 못하도록 금줄을 둘렀다. 본격적인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2. 까실쑥부쟁이
3. 매월대폭포
4. 노루궁뎅이버섯, 비가 내리지 않아 크지도 않고 퇴색되었다.
5. 복계산에서 조망, 멀리 맨 왼쪽은 화악산, 가운데 명지산, 그 오른쪽은 국망봉, 그 앞 왼쪽은 복주산
6. 광덕산, 멀리 오른쪽은 명성산
7. 멀리 오른쪽은 매봉
8. 투구꽃
오늘 산행의 미션은 모처럼 대담했다. 이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노루궁뎅이버섯과 능이 또는 송이를 따고, 작년 11
월 중순 잰걸음에 등로 주변에서 건성으로 보았던 대물 더덕을 캐고, 혹시 산삼을 캘 수도 있지 않을까, 가을 풀꽃들
을 카메라가 무겁도록 찍는 것, 그리고 첩첩 산의 조망을 눈이 시도록 즐기는 것이었다. 그러한데 결과는? 비참했다!
버섯과 사삼 산삼은 도무지 구경할 수가 없었다. 조망은 딱 세 군데였고, 다만, 산행 내내 풀꽃들이 끊임없이 응원하
여 그 지루함을 버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짐이 좋을 듯했다. 표고 600m대 등로 옆 참나무에서 토실한 노루궁뎅이를 보았다. 그간 가물었는지 더
자라지 못하고 누렇게 변색되었다. 더 높고 더 깊은 능선에 가면 사정이 달라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참나무마다 앞뒤를 살피며 오른다. 등로 비켜서라도 풀숲이 나오면 메아리 님은 그 속을 누빈다. 빈 눈이다. 산행시
작한 지 50분 남짓 걸려 삼각봉(750m)을 오른다. 삼거리다. 왼쪽은 매월대(1.1km)로 간다.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등로 왼쪽의 교통호와 함께 가고, 두 눈 부릅뜨고 우리를 지켜보는 토치카를 지나기도 한다. 장의자 놓인 쉼터를 지
나친다. ‘철쭉길 800m’ 표지판을 해석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철쭉길이 800m 이어진다는 것인지, 지금부터 800m
를 가면 철쭉길이 나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복계산을 오를 때까지 그럴 듯한 철쭉을 알아보지
못했다.
복계산 정상 0.5km 전에서 휴식한다. 주력(酒力) 보충한다. 차츰차츰 가팔라지는 오르막이다. 눈 못 뜨게 진땀 찔
찔 흘리고, 가쁜 숨 씩씩거려 복계산 정상이다. 암반인 정상 주변은 구절초와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의 화원이다.
남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한북정맥 복주산과 회목봉을 지나 광덕산에 이르는 연릉이 장쾌하고, 그 너머로는 화악산
과 명지산, 국망봉이 아스라하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리면 멀리 지장산과 금학산이 반갑다.
복계산((福桂山)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복(福)을 주는 계수나무(桂) 산’이란 의미이다. 지리학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거 이 지역 일대에 계수나무(혹은 계수나무처럼 아름답거나 유용한 나무)가 울창하게 자생하여 주민
들에게 이로움을 주었던 것에서 산 이름이 유래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북쪽 오성산과 대성산은 아쉽게도 키 큰 나무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잠시 서성이다 복계산을 내린다. 헬기장을
지나면 가파른 돌길이다. 핸드레일 붙들고 주춤주춤 내린다. 일단의 젊은 등산객들을 만난다. 수피령에서 오른다고
한다. 그중 대장인 듯한 건장한 남자가 우리는 하오현으로 갈 거라고 하자, 그곳 고갯마루 건너 헬기장이 그립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복주산을 갈 것 같지는 않다.
칼바위(950m)를 몰라보고 내려 (야트막한 안부인) 왼쪽으로 수피령(1.5km) 가는 ┫자 갈림길이다. 복주산
10.7km. 그 사이의 이름 없는 봉우리 8좌를 넘어야 한다. 이를 앙다물고 덤빈다. 금방 직등하지 못할 암릉 암봉과
맞닥뜨리고 그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골로 갈 듯 뚝뚝 떨어져 내리다 산모퉁이 돌아 고정밧줄 달린 슬랩
내리고 산모롱이 가파른 사면을 움찔하며 트래버스 한다. 능선마루에 기어올라 능선 길을 가는 것이 잠시이다.
10. 금강초롱꽃,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13. 멀리 왼쪽은 금학산
14. 금학산 오른쪽
15. 복계산
16. 대성산
17. 멀리 왼쪽은 흰바우산(1,134m)?
18. 멀리 오른쪽은 해산(일산)
19. 멀리 왼쪽은 해산(일산), 오른쪽은 사명산
이때 등로 주변 풀숲에서 보는 투구꽃은 그 화사함이라니 방금의 고역을 다 잊게 한다. 가파른 사면에 금강초롱꽃이
있는데 앞서간 누군가 엎드려 본 흔적이 있어 나도 그대로 가서 들여다본다. 흰투구꽃도 본다. 처음에는 투구꽃의
보라색이 바랬는가 의심했는데 확실히 흰투구꽃이다. 보통 자주색이나 보라색으로 피는 일반 투구꽃의 변종이거나
기후 · 환경적 요인에 의해 흰색(또는 미황색)으로 피어난 개체라고 한다. 공식적인 국명(정명)으로 따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일반 투구꽃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다시 암봉 암릉이 나오고 그 오른쪽 사면을 간다. 약간 지나서 암릉을 오른 인적이 보인다. 암릉 능선마루를 잡목 숲
헤치며 (방금 사면으로 지나온)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암봉(980m)을 오르면 한 평 정도 넓이의 암반이 나오고,
여기야말로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이는 오늘 산행 최고의 경점이다. 복계산은 물론 대성산의 듬직한 모습을 가깝게 볼
수 있고, 첩첩 산 너머 너머로 해산과 사명산, 지장산, 금학산, 어쩌면 북한의 산들이 보인다.
980m봉을 내리는 등로도 핸드레일 붙들고 내리는 가파른 바윗길이다. 바윗길 내려서는 풀숲이다. 오늘 산행 내내
함께하는 풀꽃은 단연 까실쑥부쟁이이다. 그 꽃송이가 내 어깨까지 차니 엎드리지 않고 가는 걸음으로 본다. ┫자
갈림길을 지난다. 왼쪽으로는 감성마을(1,730m)로 간다. 감성마을은 다목리에 위치한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이외
수(李外秀, 1946~2022)의 문학공간이자 거처였다.
그의 수필집 『하악하악』(해냄, 2008)에 이런 글도 나온다.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명절이 다가올 무렵이면 티브이들은 여자들에게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때 여자들이 평가라는 남자들은 한 마디로 무용지물입니다. 여자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뼈
골이 빠질 때 남자들은 방 안에 틀어박혀 고스톱이나 치고 술이나 마시면서 박장대소나 일삼는 철면피한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뼈골이 빠지는가를 여자들은 왜 명절만 되면 잊어버리는 것일까요.”
감성마을 갈림길을 지나면 등로는 여태와는 딴판인 풀숲으로 변한다. 키 넘는 풀숲이다. 발로 더듬어 길 찾는다.
얼마간은 스틱과 팔로 풀숲을 헤치며 나아갔지만 이도 귀찮아 머리로 냅다 저돌적으로 들이받으며 나아간다. 능이
나 더덕 등이 있는지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기에 급급하다. 구복령
이라는 △943m봉에 올라 사나운 풀숲이 잦아든 틈을 타서 휴식할 겸 점심밥 먹는다.
이다음 완만하게 내렸다가 가파르고 길게 오르는 892m봉은 잡목까지 합세하여 우거진 하늘 가린 풀숲은 가히 하이
라이트이다. 번번이 길을 잃고 엉뚱한 사면을 헤치거나 교통호에 빠진다. 여기쯤에서 만리발청향(萬里發淸香)을
맡았던 작년 11월의 일이 마치 꿈속의 일만 같다. 990m봉 헬기장을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다. 등산로가 아니라는
금줄을 넘고 오른쪽으로 복주산자연휴양림을 가는 ┣자 갈림길에 내려서야 풀숲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이도 잠시뿐
이다.
20. 멀리 가운데는 향로봉, 오른쪽은 지장산 연릉
21. 멀리 가운데는 지장산, 그 오른쪽은 금학산
22. 까실쑥부쟁이, 산행 내내 우리와 벗했다
23. 흰진범
24. 멀리 왼쪽은 해산, 오른쪽은 사명산, 그 앞 가운데는 장군산(852m)
25. 둥근이질풀
26. 흰투구꽃, 아직은 투구꽃의 변종으로 취급한다.
28. 실내고개 갈림길 임도
┣자 갈림길을 지나고부터 등로 주변은 풀을 베었다. 비로소 허리 편다. 걷기 좋다. 풀냄새가 싱그럽다. 풀 베는
사람을 만난다. 반갑고 고맙다. 저 위쪽 실내고개 갈림길 임도에 트럭을 대놓고 9명이 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자연휴양림 쪽에 풀을 벤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 무주 근처에서 땄다는 능이와 송이 등 휴대폰이 가득 차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이곳에는 잡버섯도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우리를 버섯꾼으로 오인한다. 억울한 노릇이다.
우리는 다만 산꾼이라고 강조했다.
풀 베는 사람들이 타고 온 트럭이 1,070m봉 실내고개 갈림길인 임도에 있다. 실내고개(實乃峴) 쪽은 트럭이 다닐
만하게 풀숲이 덜 우거져 있는가 보다. 복주산(2.63km) 쪽 임도는 100여 미터는 부드러웠으나 그 이후는 임도인지
능선 풀숲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 임도가 능선과 나란히 이웃하며 간다. 이 임도는 복주산 아래 헬기
장까지 1.5km나 이어진다. 이 임도 풀숲에서는 둥근이질풀이 까실쑥부쟁이와 함께 반긴다.
헬기장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다. 등로의 풀숲은 푹 수그러들었다. 임도가 끝나는 헬기장에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
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상 복주산이다. 표고 1,151.9m. 삼각점은 ‘갈말 23, 1983’ 재설이다. 사방 나무숲 둘러
아무런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남서진하여 내린다. 쌍봉의 안부 지나고 왼쪽 사면을 돌아 고정 밧줄 붙들고 슬랩을
두 차례 오르면 조망 트인 암봉이다. 매봉과 화악산이 웅장하게 보이는 빼어난 경점이다.
이어 고정 밧줄을 붙들며 잠깐 바윗길 오르면 정상 표지석이 있는 복주산이다.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 아무런 조망이
없다. 그래도 정상 오른 의식으로 배낭 벗어놓고 남은 막걸리를 마저 대작한다. 하오현 가는 길 1.7km. 등로는 드디
어 완전히 풀숲에서 벗어났다. 한 차례 고정 밧줄 달린 가파른 협곡 내리고는 사면을 완만하게 길게 돌아내린다.
심심해서일까. 능선의 1,090m봉과 1,030m봉 사면을 돌 때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하오현이 가까워서야 능선마루
를 내린다.
하오현(荷吾峴). 주위의 험준한 산세에 둘러싸인 고갯마루나 인근 계곡의 형상이 마치 ‘연꽃(荷)’처럼 아름답고 아
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는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가 지난다. 임도 따라 내린다.
15분 걸려 하오터널 앞 차도다. 바로 옆 군부대 훈련장 울타리에 콜택시 전화번호가 걸려있다. 사창리 택시다. 오는
데 15분 걸린다고 한다. 땀에 전 웃옷 갈아입는다. 택시 타고 사창리에 도착하니 동서울 가는 버스는 멀었고 춘천
가는 버스가 출발 직전이다. 춘천 가는 버스 탄다.
29. 풀숲이 우거진 임도, 약 1.5km를 이런 풀숲을 헤치고 가야 한다
30. 가운데는 두류산, 오른쪽은 놀미뒷산
31. 왼쪽은 매봉, 오른쪽은 화악산
32. 멀리 가운데는 복계산
33. 멀리 가운데 왼쪽은 사명산
34. 멀리는 지장산 연릉
35. 복주산 정상 표지석
36. 가운데 왼쪽이 두류산
37. 복주산 협곡 내리막, 이곳만 지나면 그리 까다로운 곳은 없다
38. 흰투구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