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양곤서신-192호 200729)
어느 아는 목사님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기도'보다 어려운 것이 '기다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정말 공감이 되더군요.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았다하더라도 기다리지 못해 낭패 보는 일들이 성경에도 많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브라함의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하나님의 약속을 받고도 기다리지 못하고 이삭에 앞서 이스마엘을 낳아 집안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미얀마 선교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4월 이후 7월말까지 6차례 걸쳐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 이 편지를 쓰면서 방금 양곤에서 온 소식을 접히니 또 다시 8월말까지 외국인 입국금지조치가 연장되었다네요. 미얀마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네요. 이 상황에서 저희들은 또다시 답답한 마음을 쓸어내립니다. 정말 기다림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해 봅니다. 세상사는 결코 자신의 뜻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보면서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고, 짜증내고, 안달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변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릅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참 많이 봅니다.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충남 아산시 일대를 다녀보니 조금만 외진 곳이라면 문 닫은 가게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은 그런대로 장사가 되지만, 그 밖의 곳은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교회도 매 주일마다 모이는 성도들의 숫자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조심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제 및 사회 활동에 위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파송교회와 여러 협력교회들, 그리고 개인 후원자들과 양곤서신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오늘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을 드립니다. 하나님은 선하시고 완전하신 분이십니다. 그 분의 자녀 된 우리는 코로나상황이 길어지더라도, 그래서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변함없으신 하나님을 신뢰해야겠습니다. 그 이유는 그 분은 세상만사를 주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온 세상에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선교는 그분의 뜻이고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 국가의 코로나상황으로 선교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다하더라도 주님이 문을 열어주시기까지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1. 가족근황. 저와 아내는 둘째 동우가 살고 있는 충남 아산시에 머물고 있습니다. 예년 같으면 미세먼지와 오염된 공기로 인해 호흡에 곤란을 겪어야 했지만, 올해는 공기가 맑은 편이라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맑은 공기를 가져다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네요. 그래서 요즘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면서 선교지에서 버틸 체력도 기르고 있습니다. 딸 하경이가 8월에 대학을 졸업을 하게 됩니다. 2015년 3월에 입학하여 무려 5년 반 만에 졸업을 하는데, 중간에 1년 반을 휴학하다 보니 졸업이 늦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하랴 아르바이트 하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마땅히 일자리 알아보기가 여의치 않아, 일단 좀 쉬면서 자격증도 따고 내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하경이는 지난 7월 25일 둘째 동우가 있는 아산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당분간 오빠와 함께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요즘 첫째 바울이만 빼고, 모처럼 4식구가 당분간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저희도 8월말까지는 미얀마에 들어갈 수가 없어 아산에서 지내게 됩니다.
2. 사역현황. 현재 미얀마에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적은 351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 유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방지하기 위해 8월말까지 외국인 입국금지를 연장하였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얀마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제한조치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7월 28일부터 5인 이상 집회금지가 풀리면서 교회에서는 예배를 드릴 수가 있게 되고, 신학교도 지난 7월 21일부터 개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귀국한 교수들이 있지만, 남아있는 교수들과 현지인 교수들에 의해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ㅈㅈ선교사는 어떡해서든지 학사일정을 맞추어보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는데, 늦었지만 학사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라도 강행하는 것은 신학교 사역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개학과 더불어 교수들을 위로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교수 및 가족 식사모임도 조만간 가진다고 하니 학장인 저로서는 큰 위안이 됩니다. 그동안 우리 신학교가 여러 선교사들의 협력 하에 운영되다보니, 지금과 같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몇 교수들이 빠지더라도 운영이 되는 것을 보면, 협력선교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선교사들간의 협력은 정말 하나님의 뜻이 아닐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얀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묵묵히 선교지를 지키며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는 동료선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아울러 전합니다.
한편 미얀마 교회는 3월말 이후 5인 이상 집회금지로 인해 성도들 가정에서 겨우 예배를 드렸는데, 이제 다시 모일 수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물론 우리 교단 산하 47개 교회가 흩어진 성도들을 다시 모으고, 이전의 열정을 다시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반드시 회복되고 더 부흥될 줄 믿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에는 생명이 있고, 생명은 자라기 때문입니다. 마치 작은 겨자씨가 큰 나무를 이루어 새들이 둥지를 틀기까지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47개 교회가 다시 한 번 힘찬 기지개를 펴고 비상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제 서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갇혀 지내지만, 그동안 자유롭게 살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등등....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도 이러한 자유들이 조금이나마 제한당한 것도 불편한데, 평생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북한 동포들을 비롯하여 독재와 가난 때문에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세계 곳곳의 민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유가 제한 당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올까 두렵습니다. 자유는 하나님을 아는 데서부터 온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백성은 자유를 누리고,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민족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속박 속에서 삽니다. 다시 한 번 하나님 백성 된 자로서의 행복을 느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도 이와 같은 자유와 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주시고, 양곤서신을 함께 공유해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의 가정위에 건강과 평안을 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아산에서 손한락/안미숙 드림.
(기도제목)
1.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School of Theology, MRPST)가 종교개혁과 성경에 입각한 개혁주의 신학을 미얀마에 전파하는 차별화된 신학교가 되고, 복음전파에 불타는 훌륭한 목회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학교가 되도록. (연중 동일).
2. 미얀마개혁장로교단(Myanmar Reformed Presbyterian Churches, MRPC) 산하 47개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헌신위에 든든히 서고 성장해 가도록. 2020년에도 5개 교회가 더 개척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3. 미얀마개혁장로회신학교의 장기 비전인 신학교의 질적 향상을 위해. 특히 2020년 12월에 M. Div.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아울러 국적을 초월하여 많은 우수한 교수들이 준비될 수 있도록. (연중 동일).
4. 우리 신학교가 아세아신학협회(ATA)의 인준신학교가 되기 위해. 가입조건들을 잘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연중 동일).
5. 코로나-19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종합관 건축허가가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M. Div. 과정 교실 확보, 도서관 확충, 행정실 및 교수연구실 확보와 연결되어 있는 사안입니다. (지난달에 이어)
6. 코로나-19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작한 2학기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9월말까지 학기가 끝날 수 있도록. 교수들과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7. 코로나-19로 인해 미얀마로 복귀하지 못하는 저희를 포함하여 동료 선교사들이 8월말 이후에는 상황이 완화되어 꼭 미얀마 선교지로 들어 갈 수 있도록.
8. 올해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끝내고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9. 가족의 건강과, 바울, 동우, 하경이의 직장과 학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특히 하경이가 졸업 후 진로를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열어주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