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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탑거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한눈에 안겨오는것이 길량쪽 상가들에 줄지어 붙어있는 조선어간판들이고 귀에 들려오는것이 서울말, 경상도, 전라도, 함경도 방언이 뒤섞인 조선말이다. 마치 연길 서시장거리나 서울의 번화가에 와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끊임없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행인들가운데 대부분이 조선말을 했고 옷차림새나 얼굴모습만을 봐도 조선족임을 알수 있었다. 이거리 저거리 늘어선 가게들을 둘러보니 한국산 화장품, 복장, 식품, 장식구, 전자제품, 악세사리 등 없는것이 없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토산물시장, 복덕방, 중개봉사업체, 무역거래처, 그리고 한식집, 사우나, 노래방, 당구청, 안마원에 룸싸롱 같은 덩치 큰 유흥업소까지 거리를 꽉 메우고있다. ≪조선족백화≫를 비롯한 모든 가게, 음식점, 호텔, 유흥업소에서 조선말로 대화가 가능하다. 대부분 현지 조선족이 취직을하고있어 중국어에도 능숙하고 조선말도 한국어맛이 나게 잘하고있다. 거리모퉁이에서 밀차에 과일난전을 차린 한족아줌마들마저 ≪과일 싸쏘. 포도 조코요. 마시써요. 안비써유!≫라고 제법 ≪한국어≫를 구사하며 살갑게 다가온다. 서탑의 밤거리는 더욱 유혹적이다. 현란한 네온등불빛은 황홀경을 연출하고 가게앞 스피커에서는 귀맛좋고 반가운 조선가요, 한국의 트롯트, 신세대노래가 낮부터 끊을줄 모르고 밤까지 이어진다. 그속을 유유히 걸어다니는 행인들은 저마다 들뜬 기분이다. 밤이 되면 낮보다 더 많은 행인들이 쏟아져나온다. 8일 오후 서탑거리의 유흥업소들사이에 끼여있어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재중국심양한인회를 찾아갔을 때 허경무회장은 ≪중국에서 나같이 중국어를 한마디도 모르고 불편없이 생활할수 있는곳은 아마 서탑일것≫이라며 현재 서탑에는 한국인의 상권과 생활권이 형성되였고 점점 확장돼가고있는 추세라과 밝혔다. ≪일요신문(차이나)≫심양지사 리동국지사장은 서탑의 면적은 대략 45만평방메터에 달하고 상주한국인은 2만여명, 대부분이 서탑부근에서 생활하며 서탑외각과 시중의 여러 상권에 한국식아빠트단지도 건설되고있는 상황이여서 제2, 제3의 《서탑》이 생겨날 추세라 소개했다. 서탑에서 서쪽으로 좀 벗어나면 한단성(?旦城)(1256세대의 한국식아빠트단지, 한국동인그룹 투자건설)이 한창 건설중에 있다. 소개에 따르면 심양전역에 한국투자기업이 500여호에 달하는데 삼보, LG 등 덩치가 큰 기업들은 경제개발구와 훈남개발구에 각기 200여호와 70여호가 자리잡고 나머지 규모가 작은 유흥업체와 서비스업체, 령세업자, 보따리장사군 등이 서탑에 모여있다고 한다. 서탑에는 1992년부터 한국인들이 봉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서탑에는 한국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있지만 현지조선족들이 투자, 경영하는 업체도 적지 않으며 조선에서 국가적으로 투자, 경영하는 칠성식당 등 음식업체도 있고 한족업체도 더러 있다. 이런 업체들의 주변에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한족들이 경영하는 세탁소, 편의점 등 조그마한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백화점이나 쇼핑쎈터에서도 한족들의 장사솜씨가 돋보인다. 1층에서 한국인들이 한국산 화장품, 악세사리, 주방용품, 복장 등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가 하면 그 틈새를 비집고 1층 혹은 2층, 3층에서 한족들이 정품옷가게를 경영하고있는데 심양의 다른 곳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알뜰한 상품들이여서 한국산으로 쉽게 오판하기 십상이다. 한국산이 아니라면 한국합자기업제품이라며 넉살좋게 둘러댄다.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현지조선족이든 한족이든 가격흥정을 모른다. 30원 할인판매를 한다고 말하고는 단 10원이라도 더 내려달라면 거부한다. 아니 사겠다고 돌아선다해도 다시 흥정하려고 붙잡지를 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물건에 자신심을 갖고 장사를 해나가는것 같았다. 서탑에서는 누가 투자하고 누가 경영하든지를 막론하고 모든 판매, 서비스 업체가 한국인을 주로 대상하여 장사를 한다. 이곳을 찾는 고객을 보면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다음으로는 한족과 현지조선족, 이곳의 이색적인 음식맛과 유흥을 즐기려고 매일 상당수의 한족들이 서탑을 찾고있다. 작은 음식점에 들어가면 절반이상은 한족들이 자리하고있음을 쉽게 보아낼수 있다. 소개에 따르면 서탑에 오는 한국인의 대부분은 놀러오는 사람과 보따리장사군들이고 그다음은 관광객, 사업차로 오는 사람은 헤아릴수 있을 정도로 적다고 한다.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은 한국에서 소비하는 돈의 절반이면 이곳에 와서 마음껏 즐길수 있기때문이라고 현지조선족들은 해석한다. 한국인의 상권, 생활권이 형성되고 한국인을 대상하여 장사를 하는곳이라 서탑의 물가는 시중보다 몇곱절 비싸다. 현지인들은 《묵 한근의 가격이 8원씩 할때도 있다》고 하면서 서탑의 물가는 한국인들이 와서 올려놓은거라고 말하고있다. 심양시 조선족인구가 총 12만명으로 집계되는데 서탑지구를 중심으로 시안에 8만명이 살고 있고 나머지가 심양시 주변에 살고있다고 료녕성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의 황기연주임이 소개했다. 헌데 서탑에서 살던 현지 조선족들이 점차 서탑을 떠난다고 한다. 그 주되는 원인은 서탑지역의 주택이 대부분 낡고 새 주택일 경우 가격이 엄청 뛰고 또 물건값이 비싼가 하면 밤낮 번잡하고 떠들썩하기때문에 귀찮아서 서탑을 떠나는것이라고 황기연주임은 해석했다. 서탑에는 한국인을 상대한 민박이 상당히 많다. 적게 쳐도 50■60개는 훨씬 넘길것이다. 주로 서탑거리에 일떠선 방디청사(方迪, 25층) A, B, C 3동에 집중되였다. 대부분은 현지조선족들이 꾸리는데 간혹 한국인들도 있다. 한 현지조선족은 방디 C동에 150여평방메터에 달하는 주택을 평방메터당 5000원에 구매하고 장식까지 하니 80여만원 들었는데 장사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한 한국인은 역시 C동에서 한달에 1만원씩 내고 민박을 세를 맡아 경영하고있었다. 이런 민박에서 잡일을 맡아보는 아줌마들은 대부분이 목단강, 연변, 길림, 매하구 등 외지에서 들어온 조선족녀성들이다. 이곳은 그야말로 한국인, 현지조선족, 한족들의 문화가 상호 격돌하고 상호 융합되여가는 현장이 아닐수 없다. 지난 10여년간 서탑은 서로 다른 문화, 의식, 관념, 상술 등이 서로 배척하고 서로 받아들이고 변해가는 력사를 계속해왔다. 서탑은 변하고있다. 거리가 변하고 간판이 변하고 가게안의 상품이 변하고 업체주인, 고객들도 부단히 바뀐다. 그뿐이 아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변하고있다. 한국인도 현지조선족도 한족들도... 개울물속에서 싰기고 싰겨 동글납작한 이쁜 모습이 되여가는 조약돌마냥 사람들은 모나지 않게 서로 편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료녕성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홍기연주임은 ≪여기 한국업체에 많은 현지조선족들이 취직하고 또 한국인들과 장사거래를 하면서 처음엔 모순들이 많았지만 많은것들을 배우고 성숙되였다. 현재 한국업체에서 대리경영인으로 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무역합작파드너로 크게 성공한 기업인들도 많다.≫고 밝혔다. 재중국심양한인회 허경무회장도 ≪지난 한시기 근 7■8년동안 문화차이 등으로 하여 현지조선족들과의 갈등이 심했지만 지금은 거래성사률이 많이 높이졌을뿐만아니라 많은 현지조선족들이 사업에서 성공을 하면서 변화를 가져왔다≫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도 이곳에서 10여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많이 변했어요. 서울에 가면 친구들이 감짝 놀랍니다. 언어나 사유나 습관이나 다 변해가고있는거죠≫라고 솔직히 말했다. 심양시조선족기업가협회 길경갑회장은 《한국기업인들과 우리 기업인들간의 차이는 대학생과 소학생의 차이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발전하려면 밥을 사면서라도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한인회와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교류를 가지고있다. 이번 5월 15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한국주활동을 계기로 두 단체가 협력하여 주역으로 뛰면서 교류를 강화하고 앞으로 가깝게 지내야 한다》며 때늦기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심양시조선족기업인들이 자세를 바꾸어야 함을 피력했다. 《배운다》,《성숙했다》,《변한다》,《자세를 바꾼다》는것은 한데 엉켜 사는 한국인과 현지조선족이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 닮아가고 똑같은 하나의 모델을 찾아 각기 ≪진화≫를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가? 이번 취재가운데서 만난적 있는 한 유지인사는 이렇게 예언했다. ≪현재 중국에 정착해 생활하는 한국인이 30만명에 달하는데 멀지 않아 100만명에 달하게 될것이다. 그때에 가면 종국의 200만명 조선족과 100만명 한국인이 제2의 조선족을 형성할것≫이라고 ... ... 그렇다면 오늘날 서탑의 변화가 바로 제2조선족, 새로운 조선족문화를 잉태하고있음을 시사해주는것이 아닐가?! 흑룡강신문 2006-07-04 만남의광장 중국연변카페 http://cafe.daum.net/cnyanbianli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