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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우승, 줄 리메컵을 들고 있는 주장 보비 무어
[ 세계를 경악시킨 북한 축구, 1966년 제8회 잉글랜드 월드컵 ]
제8회 1966년 월드컵은 유럽의 잉글랜드에서 7월 11일부터 7월 30일까지 총 20일간 치러졌습니다. 이 대회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에서 치러진 역사상 유일무이한 월드컵인 동시에, 사상 처음으로 백만 관중을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을 거둔 대회로 역사 속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개최국 잉글랜드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축구 종주국의 체면을 세웠으며 수수께끼팀으로 불리우던 북한 역시 아무도 예상치 못한 8강 돌풍을 일으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회였습니다.
* 이탈리아를 격파한 북한팀
* 본선 대진표
1조 잉글랜드, 우루과이, 멕시코, 프랑스
2조 서독, 아르헨티나, 스페인, 스위스
3조 포르투갈 항가릴, 브라질, 불가리아
4조 소련, 북한, 이탈리아, 칠레
< 예선 대회 >
개최국 잉글랜드와 전 대회 우승국 브라질을 제외한 총 74개국이 14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다퉜습니다.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불과 1장의 티켓을 따내기 위해 홈&어웨이 방식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기존의 방식에 일제히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선을 소화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고, 본선 진출 가능성도 극히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연달아 지역예선을 보이콧 했습니다. 결국 아시아·아프리카 그룹에서는 북한과 호주만이 남아 플레이오프 형식으로 본선 진출 팀을 가려야 했는데, 북한은 종합 스코어 9-2로 호주를 가볍게 제압하고 사상 처음으로 본선 행 티켓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 잉글랜드의 우승
< 본선 대회 >
지난 1962년 대회와 마찬가지로 출전 16개국을 4개 조로 편성하여 조별리그를 치르게 한 뒤 8강부터 토너먼트 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조별리그에서 일어난 최대 이변은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로 이어지는 우승후보 4개국의 탈락이었습니다.
특히 1958년 대회와 1962년 대회를 2연패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브라질의 조별리그 탈락은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형 사건으로 손꼽힙니다. 브라질은 유럽 국가들의 거친 파울과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을 뿐 아니라, 펠레가 헝가리 전 도중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 잉글래드-서독 결승전
이탈리아 역시 북한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반면 개최국 잉글랜드는 초반부터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미 국가들과 거의 난투극에 가까운 경기를 펼치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보비 찰튼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친 팀 조직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에 올라 있었습니다.
에우제비우가 이끄는 포르투갈과 베켄바워의 서독을 연달아 격침시킨 잉글랜드는 결국 꿈에 그리던 월드컵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오심의 희생양으로 떠오른 서독은 잉글랜드의 우승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 문제의 오심 장면, 볼이 라인을 완전히 넘어서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서독과의 결승 연장전에서 허스트가 성공시킨 결승골은 사실 골라인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으며, 이는 1986년 월드컵에서 일어난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과 함께 역대 최악의 오심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 잉글랜드-서독 결승전
< 최고의 선수들 >
1966년 월드컵을 빛낸 최고의 선수는 잉글랜드를 우승으로 이끈 보비 찰튼이었습니다. 팀 전체를 이끄는 리더로서 ‘조용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찰튼은 그라운드 위에서도 풍부한 활동량, 날카로운 양발 슈팅,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을 앞세워 잉글랜드를 사상 첫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찰튼과 함께 수비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보비 무어와 골키퍼 고든 뱅크스의 활약도 매우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9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는 이 대회에서 찰튼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스타 공격수였습니다. 에우제비우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펠레를 상대로 KO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8강전에서는 혼자 4골을 폭발시키며 0-3 경기를 5-3으로 뒤집어놓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 보비 찰튼
서독의 프란츠 베켄바워 또한 이 대회를 통해 월드컵 데뷔 무대를 가졌습니다. 약관 20세의 나이로 비범한 재능과 리더십을 선보인 베켄바워는 공격수 우베 젤러와 함께 서독 결승진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습니다. 지난 1962년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골키퍼 레프 야신 역시 이 대회에서는 신들린 듯한 선방을 연발하며 소련의 4강 진출에 크게 공헌했다. 당시 야신의 나이는 만으로 36세였습니다.
* 흑표범 에우제비오
그 밖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8강 돌풍을 일으킨 북한에서는 박두익이 ‘동양의 펠레’로 불리며 현지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앞세워 북한 역습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던 박두익은 특히 이탈리아전에서 터뜨린 결승골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 수수께끼 투성이의 북한팀 >
체육상 김기수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선수단 일행 65명은 6월 30일 본선 참가국 가운데 제1착으로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북한팀은 ‘이 대회를 위해 3년 동안 줄기찬 훈련을 거듭해온 평균 신장 1m 65의 주력이 놀라운, 그리고 선수 전원이 미혼인 팀칼라’라고 소개됐으며 실력은 미지수였습니다.
북한은 북동부 본선 진출팀들의 예선지역인 선덜랜드의 미들스브러에 도착한 북한팀은 당국에서 지정해준 호텔을 네군데나 보이코트하고 하필이면 시근교의 한적한 곳에 동떨어진 미완성 호텔에 투숙했습니다.
북한은 선수들의 외출은 일절 금지시키고 철두철미 단체 규칙생활을 실시했으며 공개적으로 연습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여론은 북한팀이 ‘비밀을 지키는 괴팍스럽고 수수께끼 투성이의 팀’이라고 지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북한팀이 투숙한 센트조지 호텔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호텔의 영국인들은 북한선수단이 매일 1kg의 고춧가루를 먹는데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 호텔 요리사는 “우리 영국인이 그처럼 고추를 먹었다면 아마 배가 폭발했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북한팀은 빌링엄의 이시 운동장에서 비밀연습을 연일 계속했습니다. 북한 선수단의 특징은 한마디로 ‘암팡지다’라는 형용사가 제격이었습니다. 참가 16개국 가운데 키가 가장 작은 팀이었지만 암팡진 체격에 엄청난 주력을 비장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1차전에서 소련에게 3대0으로 완패했습니다. 북한의 패인은 첫째 태클이 뜨뜨미지근했으며, 둘째 경기의 페이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시종 빠른 주력을 남발했으며, 넷째 제공권을 빼앗겨 작전이 단조로웠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2차전은 칠레전이었습니다. 북한은 전반 칠레에 한점을 빼앗겼으나 후반에 들어와 빠른 주력으로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틀을 갖추면서 칠레 문전을 바짝 죄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종료 3분전 북한의 박승진이 칠레 골문 20m 전방에서 총알 같은 슈팅을 날렸습니다.
1만5천여 명의 관중을 일제히 기립하게 한 이 슈팅은 일직선으로 세차게 날아가 칠레 문의 모서리에 그대로 꽂혔고 열광한 광중들의 환성 속에서 선수들은 넋을 잃고 서있었습니다. 두 팀은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 3차전 : 대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잉글랜드 월드컵 이전에 월드컵 2승(1934년,1938년)의 관록을 가진 유럽 수비축구의 제일인자로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칠레와 비기고 난 다음날 북한 감독 명례연은 “이번엔 이탈리아를 꺾어 보이겠다”고 말함으로써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격으로 팬들에게는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승부의 오묘한 조화를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었으리요. 이탈리아는 롱패스로 공을 띄워 제공권을 십분 이용하는 전법으로 나왔고 북한은 4.2.4 포메이션과 대인 접근방어를 펴면서 빠른 주력으로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틀을 다지면서 이탈리아전에 나섰습니다.
* 이탈리아의 빗짜루 수비를 쓸고 들어간 북한의 사다리 공격. 김봉한 박승진 박두익 한봉진 임승휘가
사다리를 이루면서 파케티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카메라가 잡은 8회 월드컵 스케치 중 뛰어난
장면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이탈리아는 두 개의 야포, 불가렐리와 파케티가 미들필드에서 버티고 서서 ‘달리는 전차’라는 리베리의 돌파력에 지원사격을 가함으로써 경기초반 북한의 문전을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리베라, 페라니, 바리손 , 마졸라로 이어지는 이탈리아의 공격진은 때리고 들어가 머리로 받는 유격전법으로 초반 북한 문전을 벌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임승희, 박승진이 되살아나면서 공격의 전초기지인 미들필드를 장악한 북한은 전반 14분, 한봉진의 대시로 공격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명감독 파브리는 북한은 저력은 있으나 주무기인 빠른 주력만을 제거해버리면 대수롭지 않은 팀으로 과소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탈리아로서는 한봉진에서 박두익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가장 무서운 체인만을 끊어 버린다면 북한을 쉽게 요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동양의 펠레 박두익의 황금의 결승골
그러나 빠른 한봉진을 맡게 한 자니치, 구아네리가 느림보였다는 게 이탈리아의 문제였습니다. 한봉진은 빠르고 영악했습니다. 한봉진은 이탈리아 수비의 방향을 자기에게 돌리게 해놓고 짐짓 돌파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크로스 패스를 날리면서 좌측에서 쇄도하는 박두익, 김봉화, 양성국에게 무수한 많은 찬스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탈리아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을 얼마 남기지 않고 센터서클에서 하정원의 헤딩패스를 받은 박두익은 좌측을 뚫고 급속히 오른편으로 돌면서 란디니의 잇단 태클을 피하더니, 땅볼로 강슛, 공은 이탈리아 문의 모서리를 찌르고 말았습니다.
* 동양의 펠레 박두익의 골
한점을 빼앗긴 이탈리아는 후반에 들어 더욱 허덕였고 북한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전반에 불가렐리가 박승진에게 난폭한 태클을 하면서 퇴장당한 게 이런 고전을 부채질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타임업, 이탈리아의 성난 광중들은 자기네 삼색기를 찢어버리면서 야유를 퍼부었고 북한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어쩔쭐 몰라 했습니다.
뜻밖에도 북한 월드컵을 두 번이나 거머쥔 강호 이탈리아를 1대0으로 누르고 당당히 준결승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8회 월드컵에서 기록된 가장 큰 충격의 하나였습니다.
본국 이탈리아는 난리가 났습니다. “이탈리아 축구가 이처럼 슬프고 암담한 시기를 겪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라고 어느 신문이 통탄을 했고, 이탈리아 의회까지 나서서 다음날 대정부 질의에서 “이탈리아가 북한이 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라고 따졌습니다.
* 박두익의 결승골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반도는 구멍 난 장화처럼 질퍽거렸습니다. 예선에서 탈락한 이탈리아 대표팀은 사흘 뒤 한 밤중에 제노아 공항에 도둑처럼 몰래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놓칠리 없는 제노아 시민들이 썩은 토마토와 달걀을 잔뜩 들고 나와 이들 대표팀들에게 퍼부었습니다. “옛다! 이거나 처먹어라! 이 썪을 놈들!”하며...
이즈음 이탈리아에서는 “남한 두들겨 맞고 북한에 차였다”라는 유행어가 나돌고 있었습니다. 축구에서 북한에 패배하기 보름전에 서울에서 열린 프로복싱 세계 주니어 미들급 타이틍 매치에서 이탈리아의 챔피온 벤베누티가 한국의 김기수에게 타이틀을 빼앗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남북한에 맞고 차인 것입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습니다. 느림보 구아네리는 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북한을 얕보았어요. 그런데 그 꼬마놈들이 급행열차처럼 빨리 달리는 거예요. 어찌나 빠르던지...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탈리아를 이긴 북한팀은 기뻐서 날뛰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장행훈 특파원은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게임이 끝나자 북한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해 관중이 모두 빠져 나간 다음에도 텅빈 경기장에서 소위 김일성 찬가, 유격대의 노래, 건설자의 노래 등 어울리지 않는 노래까지 부르면서 난리를 떨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우리와는 천리만리 떨어진 외계인들 같았어요.”
*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의 등장, 북한-포르투갈의 준결승
북한이 상대할 포르투갈은 명문 벤피카의 에이스들이 주축을 이룬데다가 득점왕 에우제비오를 보유, 예선에서도 브라질을 꺾는 등 무패의 전적으로 준준결승에 오른 강팀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의 킥오프로 시작된 이날의 경기는 불과 23초만에 북한의 첫골이 터져 나와 구디슨파크 경기장(현재 애버튼 팀의 본거지)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트렸습니다. 링커 임승휘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포르투갈의 아우구스토의 공을 가로채 한봉진에게 곧 바로 이어준 것을 한봉진이 뒤따라오는 박승진에게 내주자 박이 그 자리에서 우악스럽게 강슛, 쏜살같이 날아간 공은 포르투갈 문의 왼쪽 모서리에 박혀 버린 것입니다.
1분도 못되어 중거리슛으로 기선을 제압한 북한은 그후 더욱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팀전원은 ‘거꾸로 세운 병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듯’ 전속력으로 포르투갈 진영에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마치 육상선수들의 전력질주처럼 무서운 광경이었습니다. 에버튼의 관중들은 구디슨파크에서 감탄사를 쏟아놓았습니다.
이후 신이 난 북한팀이 두 점을 추가하면서 전반 초반에 벌써 3대0으로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승부 세계의 오묘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러나’라는 접속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포르투갈은 이때 검은 표범 이라는 에우제비오를 비장해두고 있었던 겁니다. 에우제비오는 참으로 무감동한 표정으로 북한의 3대0 리드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반 24분 검은 표범은 드디어 나무에서 뛰어내려 숲속을 내닫기 시작했습니다.
*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
전반 27분 마침내 대역전극의 전환점을 이루는 운명의 시각이 도래했습니다. 시모스가 하정원을 제치고 뛰어 들어가는 에우제비오에게 천금같은 어시스트를 흘려보냈습니다. 곧 이어 방망이로 패는 듯한 경쾌한 마찰음이 일었고 그것은 다음 순간 광중들의 환성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에우제비오의 강슛이 드디어 북한문을 열어 제낀 것입니다. 경기는 포르투갈의 상승세로 이어지면서 양팀은 불꽃튀는 일진일퇴를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3분을 남겨두고 페날티킥을 허용한 북한팀의 문에 에우제비오가 또 한 골을 꽂아 넣었습니다.
3대2로 후반에 접어들자 이 경기를 관람하던 대한축구협회 김용식 씨(당시 부회장)는 에우제비오의 움직임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무엇인가 북한팀이 잘못 돌아간다고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후반 10분이 지나자 어인일인지 북한팀의 주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가는 것을 눈치챈 것입니다.
* 북한 문전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에우제비오
후반 12분 또 다시 에우제비오의 세 번째 골이 터진 것입니다. 3대3이 된 것입니다. 2분 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진해 오던 에우제비오를 임중선이 태클로 표범을 쓰러트린 것입니다. 페날티 킥이 다시 선언되었습니다. 에우제비오의 발에서 떠난 공은 북한 골키퍼 이찬명의 손을 스치면서 다시 또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역전의 순간 북한선수들은 모두들 말을 잃어버렸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축복의 키스를 나누었습니다. 에우제비오 혼자서 모두 넉점을 넣고 승부를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관중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토록 충격적인 경기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는 영국 축구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북한이 전반에 3대0으로 리드했을 때 온 세상이 뒤집히는 것처럼’ 충격적이었고 또 다시 이것이 뒤바뀐 것은 ‘나비가 또다시 번데기가 된 것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북한은 사력을 다해 총공세로 나왔으나 포르투갈의 수비는 ‘비가 내린 뒤의 땅이 더욱 굳어지듯’ 요지부동으로 바뀌었습니다. 후반 33분 코너킥을 얻은 포르투갈은 아우구스토의 헤딩으로 북한의 심장에 마지막 비수를 꽂아버렸습니다. 경기는 5대3으로 북한의 충격적인 패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북한은 3대0이라는 절대적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다섯점을 연거푸 허용함으로써 끝내 3대5로 역전패하면서 월드컵 무대에서 총총히 사라져 갔습니다.
* 이탈리아를 이긴 북한팀에 대한 북한 언론의 보도
* 북한의 패인
북한의 패인은 전반 초반에 3대0이라는 스코아가 팀의 방심을 불러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체력관리의 미숙으로 그들 최고의 무기인 주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에우제비오는 북한팀에 대해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팀은 강철같이 단단했으며 전후반을 줄기차기 달리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체력관리에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무절제하게 입에 당기는 대로 매일 먹고 마시고 있었다.”
사실 북한팀은 외출을 금지당한 채 예선이 끝난 뒤 닷새동안 연습시간만 제외하고 매일 숙소에서 먹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많이 먹어야 잘 뛴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단백질의 과다섭취는 에너지 대사과정이 더뎌 스태미너를 늘려주기는 커녕 도리어 나른하게 만든다는 것이 스포츠 의학의 1장인데도 말입니다.
바로 포르투갈은 이런 북한팀의 동정을 세세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표범 에우제비오의 눈부신 활약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