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포탈라 궁을 버리고 망명길에 오른 이후 그는 이곳으로 흘러왔다 호기심 어린 눈들이 발소리 지우면서 다가오면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듯 괜찮다 괜찮다 가벼이 꼬리 흔든다 꿈속에서나 만나는 그리운 히말라야 캄파라 패스를 이불처럼 두른 라싸 포탈라 궁 누가 구름 위에 백홍의 궁전을 지었나 돌아가는 마니차는 눈빛에 반짝이고 막 피어 올린 향내가 미로 같은 포탈라 경내를 적신다 얼어붙은 티베트 고원을 오체투지, 몇 달을 넘어온 장족이 다리를 질질 끌고 도착할 때마다 차우차우 맨발로 뛰어 나간다 고행을 먹고 사는 것인지 갈라터진 손바닥 무릎에서 흐르는 피, 내세의 제단에 올리면 신은 때때로 길을 비켜 준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먼저 왔는지 칠장사 차우차우가 도착하기 무섭게 라싸 차우차우들이 몰려나온다 부여잡고 얼굴 부비는 뭉클한 안부가 골목에 흥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