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에게 살 맛나는 세상이 시작된다. 오는 15일 야구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힘차게 '플레이볼'을 외친다.
2003프로야구가 15일 시범경기 개막을 시작으로 드디어 공식일정을 시작한다. 겨우 내내 올시즌에 대비해 기량을 연마한 각 구단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야심찬 시동을 건다.
올해는 과연 어떤 팀이 챔피언의 영광을 차지할 것인가, 또 어떤 선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스타탄생의 신화를 만들 것인가. 지난 겨울 동안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 베테랑들, 그리고 주전 진입을 노리는 신인급 선수들의 치열한 경합은 각 구단 사령탑들의 복잡한 수싸움과 얽혀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엮어낼 모든 준비를 마쳤다.
올해로 스물두해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 4월5일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열리는 시범경기는 올시즌 판도를 조망할 수 있는 시험 무대다. 전초전으로 열리는 이번 시범경기의 관전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 해외 전훈 vs 국내 전훈
제주에 전훈캠프를 차린 한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느냐가 큰 관심거리. 전통대로 해외에 캠프를 차린 팀은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삼성과 기아, 두산은 하와이에, 현대와 롯데는 각각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 그리고 LG는 호주와 오키나와, SK는 오키나와에 진을 치고 구슬땀을 흘렸다. 해외에 캠프를 차린 7개 구단 관계자들은 농반 진반으로 "한화가 올시즌 우승한다면 내년엔 모두 제주도로 가야 하는데…"라며 은근히 신경쓰는 눈치다.
▲ 이적 선수들의 활약 여부
지난 스토브리그 최대의 트레이드였던 진필중과 박재홍의 활약을 눈여겨볼만 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를 딛고 두산에서 기아로 이적한 진필중과 현대에서 기아로 둥지를 옮긴 슬러거 박재홍이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다면 올시즌 프로야구의 판도 자체가 변할 공산이 크다.
▲ '스타 탄생' 후보는 누구?
시범경기는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SK의 조진호와 국가대표 출신인 송은범이 눈길을 끌고 LG 박경수, 현대 이택근 등도 일찌감치 신인왕 도전을 선언했다. 삼성의 고졸 3년차 투구 이정호와 롯데의 만년 유망주 김주철이 이름값을 해낼지도 궁금하다.
▲ 삼성의 2연패를 저지할 팀은?
지난해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며 20년 한을 푼 삼성은 특별한 전력 증강 요인은 없었지만 기존 멤버만으로도 우승을 넘볼만 하다. 진필중과 박재홍을 영입, 투타를 보강한 기아가 강력한 라이벌 1순위임에 분명하지만 전통의 강호 LG, 두산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라
올시즌부터 정규시즌 순위가 '승률제'에서 '다승제'로 바뀐다.
무조건 많이 이겨야 한다. 무승부는 패배나 다름없다. 또 연장승부도 '10시30분이후 새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이 폐기되고 무조건 12회에서 끝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는 팀, 마무리요원이 든든한 팀이 유리해졌다.
김형중 기자
시범경기 우승팀이 최종 패권을 거머쥘 확률은?
역대 성적을 토대로 따져보면 정답은 30%. 8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0차례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우승팀이 그해의 최종 패권을 거머쥔 경우는 모두 6차례였다. 87,93년 해태, 92년 롯데, 98년 현대, 99년 한화, 그리고 2002년 삼성이 초지일관하게 '싹쓸이'했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 꼴찌한 팀이 그 해 우승할 확률은? 정답은 15%. 84년 롯데와 88, 96년 해태는 시범경기 꼴찌를 하고도 그해 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확률보다는 떨어지지만 꼴찌했다고 해서 부끄러울 이유도 없는 셈이다.
시범경기 우승팀과 최종 우승팀의 면모가 엇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범경기는 각 팀들이 겨우내 훈련한 성과를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승패가 큰 의미가 없다. 각 구단은 베스트 전력을 다하지 않고 신인과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시험가동한다. 투수들은 새로 연마한 구질, 타자들은 바꿔본 타격폼을 시도해보기 때문에 성적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시범경기때는 훨훨 날다가 막상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사그라드는 선수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주머니속의 송곳은 결국 밖으로 비져나오는 법. 어떤 선수가 진정한 '실전용'인지, 어떤 팀이 진정한 우승후보인지 가려내 보는 것이야말로 시범경기를 관전하는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