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아주머니는 고모님께 전화하여 점심 드시고 가조 고향에 가자고 하니 고모님께서 흔쾌히 가자고 하셨다.
고모님과 만나 주상 가는 길로 해서 가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고모님이 길 안내를 해주셨다. 양쪽 길에 벚꽃이 쭉 뻗어 있고 지금은 벚꽃이 졌어도 눈길을 끄는벚꽃터널을 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길이 잘 닦여있지만 차들이 가끔 지나가고저기 먼 산봉우리가 우리 눈에 다가온다. 고개를 넘으니 이국적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외국 여행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가조 산세의 아름다움이 신비하고 황홀하여 더 좋았다.
“좀더 가면 가북이에요. 선이 엄마가 운동할 때 이곳까지 걸어 왔던 기억이 나네요. 이곳에서 고디도 잡곤 했어요.”
한참 달려 가북면사무소에 도착했다. 가북면사무소 맞은편이 아주머니가 유년시절 산 곳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옛날 살던 터를 다 밀어내어 아쉽네. 선아 이곳에서 살던 때 기억나지?”
“기억나예. 엄마 애기 울어 엎었어예.”
아주머니는 엄마가 조카들 돌봐준 얘기를 해준다.
“집터 옆이 양조장이었어요.”
아주머니가 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추억에 젖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를 위해 가북면사무소 일대를 드라이브했다. 고모님이 가북에 살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저쪽으로 가면 해인사를 갈 수 있어요, 근래 새 길을 닦았네. 선생님 이쪽 구길로 가요.”
장기리로 가며 고모님이 오고 가던 길과 마을을 보며 예전 모습과 변화된 곳도 있다고 한다. 차들이 지나간 아스팔트길이 움푹 패여있다. 예적 왕래가 많았음이 느껴진다.
“고모님, 길옆 숲이 멋지네요. 쉬었다 갈까요?”
“좋지요. 이곳에 소풍 와서 보물찾기와 노래자랑을 했어요. 마을축제는 이곳에 와서 했어요. 그때도 이 소나무들이 우람했어요. 이곳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 찾아서 보여 줄게요.”
고모님이 사진을 보여주며 선이 외할머니, 우리 엄마, 작은 엄마, 내 친구하며 빛바랜 가족사진인데 한복 입은 분들의 그 시절 흑백 사진이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시 차를 몰아 장기리에 도착했다.
“선생님, 삼거리에서 소나무 보이는 담장 있는 쪽에 차를 세우면 되겠어요. 선이가 이집에서 태어났어요. 이 옆집도 우리 집 이였어요.”
“아주머니, 태어난 집 오니 좋지요?”
“예예.”
“맞은편이 선이 외갓집이고 그 옆이 양조장이었어요. 장날이면 이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어요. 파장하면 장사꾼들이 남은 과일을 막걸리와 교환하여 마시며 흥겨워하던 모습들이 아직도 선해요. 여름이면 집에 과일이 떨어지는 일이 없었어요.”
마을 할머니를 만나 고모님이 인사를 했다. 친구들과 궁금한 사람들의 안부를 여쭈었다. 할머니가 아주머니가 탄 차로 와서 반갑다고 손을 잡아 주셨다.
가조 일대를 둘러보고 근래 힐링센터가 세워진 고견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녹음이 하늘을 가려 감탄을 자아냈다. 길 양옆으로 데크가 놓여 져 있어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해질 무렵 갈 길이 멀어 걷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했다. 고모님이 다음에 와서 유유자적 걸어보자고 하셨다. 아주머니도 휠체어 밀며 산책하자고 한다.
고모님과 아주머니는 고향을 뒤로하고 거창으로 돌아오며 다들 흐뭇한 표정이다. 고모님은 가조에 오가며 살던 곳을 차로 지나쳤다고 한다. 오늘처럼 어릴 적자란 곳을 살피며 추억에 젖고 고향 사람들 안부를 물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하셨다. 고향에 와서 돌아가신 조부모와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하셨다. 고모님은 선이와 고향을 다녀올 수 있도록 운전해 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도 이곳저곳 들릴 때마다 “고맙데예.” 하며 행복한 표정이다. 직원은 아주머니와 고향 가는길이몹시 설레였으며 더불어 뿌듯한 여행이었다.
2022년 5월 20일 금요일, 이상화
고향 방문 후기가 아름답습니다. 고모님께서 동행하여 옛 이야기 들려 주시니 생생합니다. 아주머니께서 유년을 깊게 추억하셨겠어요. 드문드문 다녀오면 좋겠습니다. 고향 방문 고모님과 함께 다녀와서 더 좋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