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은 신묘한 향기가 나는 산이란 뜻이다. 한국민
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그 이름은 불교 경전 중 하
나인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 속 '기향奇香'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채와 약초가 많이 나고 특히 향나무와 사철나무
가 많아 지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나는 그런 경전은 모
르고 묘향산에 가보지도 못했고 갈 수도 없지만, 그 산에
서 좋은 향기가 나리라 짐작한다. 나는 살아 있는 향나무
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오래전 할머니의 손님이 금산 보
리암에 다녀온 기념 선물로 향나무 염주를 사 오신 일이
있었다. 거봉처럼 커다란 향나무 구슬은 향을 유지하기
위해선지 표면은 아무 칠 없이 사포질만 된 모습. 그게 진
짜 향나무로 만든 것인지, 다른 나무 구슬에 향나무 향기
을 입힌 것인지, 그 향기마저 향나무 향기였는지 향나무
향기를 흉내 낸 가짜 향나무 향기였는지 나는 모른다. 향
나무 염주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향나무는 남해에서
많이 나니까 보리암에서 향나무 염주를 팔았을 법도 하
다. 그런데 묘향산은 냉대림대에 속한다. 그러니 묘향산
에 많다는 향나무가 남해에 많은 향나무와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사진으로 보는 묘향산은 울창했다. 이 산에도
산불이 났을 텐데, 그때 어떤 냄새가 났을까? 의외로 산
불은 대부분 자연발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알
고 나서 나는 묘향산과 묘향산의 산불과 나무와 풀과 꽃
이 타는 냄새와 그을린 바위와 희고 검은 연기를 상상하
더라도 예전보다 죄책감을 적게 느낀다. 그렇더라도 묘향
산에 불이 나지 않길 바란다. 숭례문이 타버렸을 때 내가
본 것은 오직 불타는 숭례문뿐이었기 때문이다.
계간 < 문학동네 > 2023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