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월례조회에서 직원 가족 650여명의 신용불량을 확인하며 '조용히' 처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사생활 침해일 뿐 아니라 공표되면 명예훼손의 문제도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은행 홍보실에서 녹취한 '은행장 조례말씀(7월)'에 따르면 김행장은 "한발 한발 선진 은행으로 다가갈수록 더 높은 도덕성과 더 많고 더 깊은 윤리를 요구한다"며 "약 650명의 직원 가족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가족 범위는 인사기록부에 기재됐던 직계 존·비속이나 처나 형제까지의 극히 제한된 가족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떠들면 창피해지는 일이라 조용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며 "정말 관련이 없는 분들은 증명을 하고, 관련이 있으면 빨리빨리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은행 직원 가운데는 가족들의 신용불량으로 은행측 전화를 받고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행 국민지부의 한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라 노조 간부들에게 개인적으로 쉬쉬하며 하소연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제보가 잇따라 12일 노조 간부회의에서 정식으로 제기했고, 13일 은행 내 3개 노조통합추진위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12일 "본인의 신용상태를 조사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데, 가족들까지 신용상태를 열람했다면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할 때 불법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정식으로 문제가 제기될 경우 금융노련과 한국노총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진보네트워크도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노동자도 회사 내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고용관계에서 고용에 필요한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가족 신용상태까지 파악한 것은 과다한 개인정보 수집에 근거한 노동탄압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파문이 일자 국민은행 감찰팀장은 "특수채권에 남아 있는 인적사항을 보고, 연체관리 차원에서 해당 직원에게 협조해 달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 직접적인 계좌조회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