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동백꽃은
김 승 희
2월은 좀 무언가가 부족한 달
동백꽃은 한떨기 한떨기 허공으로 툭 떨어진다
떨어져서도 꿈틀대며 며칠을 살아 있는 꽃 모가지
낙태와 존엄사와 동반자살, 그런 무거운 낱말을 품고
선홍빛 꽃잎, 초록색 잎사귀
툭, 동백꽃은 모가지째로 떨어져 죽는다
부활이란 말을 몰라
단번에 죽음을 관통한다
더 이상 퇴로는 없었다
칼로 목을 자르자 하얀 피가 한길이나 솟구치고
캄캄해진 천지에 붉은 꽃비가 내렸다는
겨울 속의 봄날
산 채로 모가지가 떨어지고
모가지째로 허공을 긋다가 땅바닥에 툭 떨어져
피의 기운으로 땅과 꽃봉오리는 꿈틀대고
한떨기 한떨기가 피렌체 르네상스 같은 동백꽃,
너무 아름다워 무서웠던 파란 하늘 아래
꽃의 성모 마리아, 빛나는 한채의 두오모 성당의 머리를 들고
툭, 무겁게 떨어지는 동백꽃
여한 없이 살았다
여한 없이 죽었다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다
_《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창비, 2021)
ᆢ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는
동백꽃의 붉음이 절정인 2월 앞에 섭니다.
붉음도 찬란함도 불멸도 영원할 수는 없지만,
제철 그 순간만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그 즐거움 누리는 2월 되세요^^
첫댓글 동백꽃이 2월의 꽃이라면 능소화는 8월의 꽃이겠지요.
둘 다 툭하고 떨어지면 불멸이란 말을 몰라 날마다 찬란했지요.^^*
우리네 삶도 날마다 소중하고 찬란한데, 우리가 그것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매일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