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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 올해 기업 전략의 핵심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맞추고 있지 않다면 전략의 방향은 폐기돼야 한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생존과 맞닿아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나친 매장 확대에 따라 경쟁력이 감소하고 세계 금융위기 이후 던킨과 맥도널드가 저가 커피를 출시해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11년 전인 2008년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에 복귀하면서 7개 혁신 어젠다를 발표했다. 그는 모든 과정에 기술 혁신을 적용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과 제휴해 전면적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단행했다. 스타벅스 조직을 스타벅스 전체 운영관리를 총괄하는 COO(최고운영책임자)와 고객 경험과 디지털마케팅을 총괄하는 CDO(최고디지털책임자), 신기술 도입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3개 조직과 책임자를 중심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했다.
슐츠는 스타벅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모바일과 보안,네트워크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실리콘밸리 IT 인재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그는 첫걸음으로 2009년 시만텍의 COO였던 스테판 질렛을 CIO(최고정보책임자)로 임명해 디지털벤처 부서를 신설했고 서비스 디지털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2012년에는 CDO에 애덤 브로트먼을 영입해서 스타벅스 앱 출시와 모바일 결제, 로열티 카드,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설치를 했을 뿐만 아니라 레이디가가의 앨범과 영상을 스타벅스 앱을 통해 독점 상영함으로써 레이디가가 팬 3200만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이어 어도비시스템 출신인 제리마틴 플리킨저를 CTO로 영입해 글로벌 기술 전략 수립과 IT 운영을 일임하고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를 거친 탈 샤리프를 추가 영입해 엔지니어링과 아키텍처 수석부사장으로 활약하게 했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조직과 전략 수립을 통해 고객 경험을 높이는 디지털플라이휠(Digital Flyfeel)을 만들고 주문과 결제, 리워드, 개인화를 통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도입됐던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는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고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주문 시 구매 이력에 따른 추천 시스템과 매장 내 휴대전화 무선 충전, 최근에는 음식 배달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포스트메이츠를 통해서 앱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커피머신인 클로버는 클라우드와 연결돼 기계 성능과 고객의 취향을 분석한다. 또한 식자재 유통 기간을 추적하는 스마트 냉장고와 스마트 도어록 등 사물인터넷(IoT)이 결합된 장치들을 통한 데이터들을 모으고 분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객과 매장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기술개발비로 2015년에 850만달러를 투자했고, 2016년에는 기술 인력을 1000명 채용해 디지털퍼스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7년에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친 케빈 존슨을 영입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2.0 시대를 열고 있다. 슐츠에 이어 스타벅스 CEO가 된 존슨은 고객과 매장의 데이터 통합, 디지털플라이휠 고도화, 사물인터넷에 기반을 둔 커넥티드 매장 등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외양만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적합한 조직과 인재를 영입해 전권을 부여하고 예산 투자 구조도 바꾸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에서도 과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뿌리 내릴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만 한다. 첫째, 실패를 용인하는 기업문화다. 혁신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투자가 필수적인데, 현재 한국의 기업 문화처럼 임원들의 수명이 짧은 풍토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 빨리 실패하고 빨리 일어설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어야만 한다.
둘째, 디지털이 더 이상 지원 시스템이 아닌 기업의 모든 것이 되면서 동시에 최고경영자의 이슈가 돼야만 한다. 셋째,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과감한 권한 부여와 예산 투자가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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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는 결국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