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값 - 꼴값에 대해 / 김세형
세상 모든 만물에는 각자의 모양새, 즉, 꼴이 있다.
그리고 그 꼴에는 대부분 꼴의 값, 꼴값이 매겨져 있다.
그런데 꼴값 중에서도 가장 천한 하질의 꼴값은
꽃을 그냥 예쁘다 놔두고 몇 발짝 떨어져 바라다보지 않고
꽃들에게 모조리 꽃값을 매겨
꽃들 모가지에 색색의 꽃값 팻말을 걸어놓는 족속들이다.
난 그동안 꽃들만큼은 꽃값이 매겨져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해왔다.
꽃은 이 더러운 진흙탕 세상, 오탁악세에서도 더럽혀지지 않은 채
유일하게 남은 순수한 사랑의 마지막 은유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옛날의 금잔디에 피었던 옛 꽃들에 관한 얘기였다.
이젠 꼴값들이 세상의 꽃이란 꽃은 죄다 꽃값을 붙여 놔 버렸다.
때문에 세상엔 이제 꽃은 없고 꽃값만 남아 있다.
난 최후의 꽃이 이 세상 어느 후미진 골목 구석빼기에라도
행여 남아 있지 않을까하여 두 눈을 씻고
세상 곳곳을 비바람처럼 비틀대며 평생을 쏘다녀보았다.
그러나 꽃값이 붙지 않은 꽃은 세상에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후의 꽃마저 꼴값들이 죽인지 이미 오래였다.
꽃들은 다 죽고 꽃값과 꼴값들만 남아 있었다.
첫댓글 세상 모든 만물에는 각자의 모양새, 즉, 꼴이 있다.
그리고 그 꼴에는 대부분 꼴의 값, 꼴값이 매겨져 있다.
그런데 꼴값 중에서도 가장 천한 하질의 꼴값은
꽃을 그냥 예쁘다 놔두고 몇 발짝 떨어져 바라다보지 않고
꽃들에게 모조리 꽃값을 매겨
꽃들 모가지에 색색의 꽃값 팻말을 걸어놓는 족속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