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낙방 거사(落榜居士)의 노래
黃金傍上, 偶失龍頭望.(황금방상 우실용두망)
전시(展試) 합격자 명단에서 어쩌다 장원의 기대가 사라졌네.
明代暫遺賢, 如何向.(명대잠유현 여하향)
성군의 시대가 잠시 현명한 인재를 버렸으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未遂風雲便, 爭不恣遊狂蕩.(미수풍운편 쟁불자유광탕).
좋은 기회를 놓친 마당에 내 어찌 맘껏 하지 못하랴.
何須論得喪.(하수론득상)
이해득실 따져 봐야 아무 소용 없지.
才子詞人, 自是白衣卿相.(재자사인 자시백의경상)(上片)
재능 넘치는 사인(詞人), 나야말로 벼슬 없는 공경대부라네.
煙花巷陌, 依約丹靑屛障.(연화항맥 의약단청병장)
기녀들의 거리, 저들의 방에는 어렴풋한 채색 그림의 병풍.
幸有意中人, 堪尋訪.(행유의중인 감심방)
운 좋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들 수도 있으리.
且恁偎紅倚翠, 風流事, 平生暢.(차임외홍의취 풍류사 평생창)
이렇듯 기녀들과 어울리면서 풍류를 즐기는 것, 내 평생의 큰 기쁨이지.
靑春都一餉.(청춘도일향)
젊음은 한순간일 뿐,
忍把浮名, 換了淺斟低唱.(인파부명 환료천심저창)(下片)
헛된 명성을 차라리 느긋한 음주, 나지막한 노랫가락과 맞바꾸리.
―‘학충천(鶴沖天: 학이 하늘로 오르네)’ 유영(柳永·984∼1053년경)
金榜(금방)에 장원을 놓쳤어도 밝은 시대에는 어진 이를 잠시 버려두는 법이니 어찌하랴
時運(시운)의 기회 얻지 못했으니 어찌 마음껏 놀며 방탕하지 않을쏘냐
得(득)과 失(실)을 논해 무엇하리
才子(재자) 詞人(사인)은 본시 벼슬하지 않은 포의의 정승인 것을
기녀(妓女)의 거리, 울긋불긋 아름다운 병풍(屛風)
마침 마음속에 그리는 사람 있어 찾아갈 수 있었네
이렇게 기생들 벗하여 풍류(風流)를 즐기니 평생의 낙이로세
젊음도 한때라
헛된 명성(名聲) 기꺼이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과 바꾸었도다.
과거에 낙방한 선비의 오기와 자포자기가 엇섞인 노래. 어전(御殿)에서 치른 전시(展試)에서 낙방하고도 ‘어쩌다’ 명단에서 누락되었고, 시대가 ‘잠시’ 인재를 버렸노라 여유를 부린다. 하나 시인은 결국 마음을 바꾼다. 헛된 명성에 안달복달하느니 음주가무(飮酒歌舞)나 즐기자. 그런 그를 황제(皇帝)도 끝내 외면해서 ‘헛된 명성이라면서 왜 그리 과거에 매달리나’라고 질타했다. 30여 년에 걸쳐 낙방을 반복하면서도 뻔질나게 기방을 들락거렸던 시인. ‘우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유영의 사(詞)를 읊조렸다’라는 명성 하나는 남아 있다. ‘학충천(鶴沖天)’은 곡조명.
✵유영(柳永·984∼1053년경)은 북송의 저명한 사(詞) 작가다. 변변한 벼슬을 지내지 않아, 생졸년이 정확하지 않다. 대략 987년 출생하여 1053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이름은 삼변(三變)이었는데 후에 영(永)으로 개명했고, 자(字)는 기경(耆卿)이다. 북송 시기 새롭게 대두한 시민 계층의 정서를 반영한 만사(慢詞)를 창작하여 이후 송사(宋詞)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민간 문학의 생명력과 활기를 송사에 도입했고, 도시의 풍물을 묘사하거나 나그네의 향수를 토로하는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집으로 ≪악장집(樂章集)≫이 전한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06월 07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