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71호
행복
박세현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실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넣는다
-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청하, 1987)
*
뉴스를 틀면 어김없이 계엄과 탄핵, 극우와 극좌, 죽이네 살리네, 온통 아우성입니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 사망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박세현 시인은 그때 그 시절
왜 '행복'이란 시를 써야 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뉴스가 사라지면,
더 이상의 뉴스가 사라진다면,
그곳에 정말로 행복이 있을까요?
대답 대신 박세현 시인의 시 몇 편만 더 읽겠습니다.
*
대충 살다 죽어라
... 자크 라캉이 그의 책 『에크리』 27쪽
세 번째 줄과 네 번째 줄 사이에
파묻어둔 말이다
태백선과 영동선을 멈추게 한
100년만의 폭설이 순산한 고요가
차분하고 뜨겁다
2011년 1월 11일 대설특보 중인
강원도 저쪽
- 「강원도 저쪽」(『본의 아니게』, 문학의전당, 2011) 전문
*
무슨 소린지 모르고 썼는데
독자가 알아서 읽네
- 「독자 만세」(『나는 가끔 혼자 웃는다』, 예서, 2020) 전문
*
내 시집 속엔 늘 꼭
어불성설의 바보 같은 시가
한 편씩 들어간다
내 방식의 독자 서비스다
시집값이 아깝지 않다면서
내 시 읽는 보람쯤으로 여기고
개인적으로 웃어버리면 될 일인데
시가 왜 이러냐고 왜 저러냐고
이론적으로 캐묻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개정판 시론의 저자라고
소개하는 다소 싱거운
문학교수에게
- 「문학교수에게」(『날씨와 건강』, 경진출판, 2024) 전문
*
시 한 줄에 웃을 수 있으면,
시 한 줄에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막연히 그런 생각해봅니다.
너무 가벼운 시론이 아니냐고요?
글쎄요.
그럴지도요.
2025. 2.10.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