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맞서는 ‘슬기로운 병영생활’
서현우 기사입력 2021. 08. 05 17:07 최종수정 2021. 08. 05 17:31
오전 5시 일과 시작…탄력적 조정
위병소에 냉장고·아이스팩 비치
야외 근무자에 목걸이형 선풍기도
육·해·공군 다양한 ‘극복 아이디어’
정글모와 아이스 조끼를 착용한 육군6군단 예하 특공연대 장병이 지난 3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위병소 차광막 아래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이경원 기자 |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열돔 현상’을 동반한 역대급 폭염….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立秋·7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불볕더위는 아직도 기세등등하다. 30도를 한참 웃도는 무더위는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장병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도 나오게 한다. 이에 우리 군은 폭염 대응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일과표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목걸이형 선풍기’ ‘쿨 키트’ 등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제품을 보급해 온열질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육군6군단 특공연대는 야외훈련이 잦은 부대 특성을 고려해 하루 일과를 오전 5시 시작, 오후 2시 종료로 조정했다. 온도가 높은 낮 시간대 활동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선선한 새벽 시간대를 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부대가 주둔한 경기 북부 지역은 최근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지만 새벽 시간에는 20도 초반까지 떨어진다. 여름 무더위와 비교하면 선선하다고 느낄 정도다.
부대는 또 야외훈련을 전개할 때 온도지수를 비롯한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한 휴식 시간을 부여한다. 40분간 훈련하면 20분은 휴식하는 방식이다. 온도지수를 측정할 때는 항상 삼각대를 활용한다.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장병이 온도지수 측정기를 햇빛 아래서 5~10분간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 야외훈련을 한 다음 날에는 개인정비를 하며 체력을 회복하도록 한다.
부대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장병들은 건강하게 혹서기를 이겨내고 있다. 황민석 일병은 “폭염 시간대에 체력훈련이나 교육훈련을 하면 능률이 떨어지는데 선선한 새벽에 일과를 진행해서 용사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만족하고 있다”며 “일과를 마치는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독서나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나 병영생활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조선익 이병은 “일과시간 조정으로 개인 체력단련 시간이 보장돼 강인한 체력을 단련하면서 특공연대 부대원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더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육군 각급 부대는 국방부 폭염 대응 지침에 따라 아이스박스, 아이스팩, 얼린 물수건, 식수, 분무기, 부채, 산소 캔 등으로 구성된 온열손상 방지 키트를 구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장병들의 건강 수호를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고 있다.
5보병사단 표범여단은 경계근무자를 위해 위병소에 냉장고를 설치하고, 생수·아이스팩을 비치했다. 뙤약볕 아래 서 있어야 하는 야외 근무자를 위해 이동식 에어컨을 제공하고, 여름철 필수 아이템으로 인기몰이 중인 ‘목걸이 선풍기’도 지급했다. 모두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아이디어다.
27보병사단 수색대대는 경계근무자에 대해 오전 10시 이후 아이스 조끼를 항시 착용하도록 했다. 위병소에는 차가운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저온장치’를 설치해 지열을 식히고 있다.
27사단 방공중대는 진지 대공관측소와 탄약고 초소에 창문형 에어컨을 달았다. 또 2군단 군사경찰단은 위병소 근무자들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대형 파라솔과 쿨링 포그(cooling fog)를 설치했다. 쿨링 포그는 정수 처리한 물을 특수노즐에 통과시켜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 흩뿌리는 장치로, 주변 온도를 3~5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군사경찰중대 이상훈 상병은 “폭염으로 주간 근무 걱정이 많았는데, 부대의 배려로 불편함 없이 근무에 임하고 있다. 빈틈없는 경계작전으로 부대와 전우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해군 역시 폭염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급 부대는 장병들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고, 임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의 ‘수박 화채 데이’와 ‘팥빙수 데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부터 격주 지정일마다 열리는 수박 화채 데이와 팥빙수 데이는 장병들의 친목·화합을 도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진기사는 설명했다.
수박 화채 데이에 참석한 진기사 시설전대 장성현 병장은 “기록적인 무더위로 몸이 지치고 식욕도 떨어졌는데 시원하고 달콤한 화채 덕분에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군도 마찬가지다. 3훈련비행단은 실외에서 근무하는 초병들을 위해 초소 내부에 에어컨을, 외부에 냉풍기를 설치했다. 또 초소 주변에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고 있다. 16전투비행단은 초소에 냉풍기를 설치하고, 물과 얼음을 상시 비치해 초병들이 잠깐이나마 땀을 식히도록 했다. 공중전투사령부는 본청 휴게실에 팥빙수 ‘셀프 바’를 만들어 장병 누구나 이용하도록 했다. 기상단은 창설 71주년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모든 부대원에게 목걸이형 선풍기와 쿨링 스카프를 지급했다.
1전투비행단은 조종사·정비사에게 얼음물과 간식이 담긴 쿨 키트를 제공하며, 15특수임무비행단은 기지 곳곳에서 살수작업을 해 지열을 떨어뜨리고 있다. 20전투비행단은 ‘찾아가는 황금마차’를 운영해 장병들에게 아이스 음료를 제공하는 등 더위는 낮추고 사기는 올리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현우·이원준 기자
서현우 기자 < july3633 >
이원준 기자 < wonjun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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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806/2/BBSMSTR_000000010026/view.do